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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원에서 3차원으로,
광학 기술의 뉴 패러다임을 꿈꾸다
김태근 큐빅셀 대표
김승호 사진 김기남

수백 년 동안 물리학 세계는 뉴턴의 법칙 아래 움직였다. 그러나 20세기 초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등장하면서 물리학의 패러다임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처럼 과학기술은 이전 패러다임을 뒤집으면서 불연속적으로 전환된다. 그리고 2025년, 3차원 광학 기술로 광학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꿈꾸는 김태근 큐빅셀 대표를 만나봤다.

큐빅셀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큐빅셀은 광학 전문 기술 회사입니다. ‘플라잉오버 스캐닝 홀로그래피FSH, Flying-over Scanning Holography’라는 광학 기술의 산업화를 목표로 2016년에 설립했습니다. FSH 기술을 통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을 정밀검사하는 장비를 제작했으며, 현재 산업 생산 현장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습니다.
큐빅셀의 주요 기술인 FSH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세요.
FSH는 파동의 간섭 패턴을 사전에 파악하고 물체를 스캐닝하여 3차원에 분포된 빛의 정보를 레코딩하는 기술입니다. 그 정보를 바탕으로 홀로그램을 만들 수 있으며, 홀로그램을 분석해 3차원 정밀검사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스캐닝 홀로그래피 기술은 발명된 지 오래됐습니다. 1948년 데니스 가보르가 발명했지만, 실제 산업화하기에는 여러 문제가 있었습니다. 암실 환경이 필요했으며, 진동에 취약하다거나 시그널이 강건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문제를 플라잉오버 스캐닝 방식으로 극복하고, 세계 최초로 산업화를 완료한 상황입니다. FSH 기술 성과를 인정받아 2021년에는 ‘국가 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도 선정됐습니다.
반도체 계측기술은 매우 정밀한 공정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어떤 단계에서 큐빅셀의 기술이 활용되며, 기존 계측기술 대비 어떤 차별성을 가졌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마지막 단계인 패키징 검사 공정에 사용됩니다. 예전에는 반도체 패키징이 평면적이었는데, 현재는 칩을 쌓아 올려서 3차원화됐으며 훨씬 경박단소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미경 수준의 분해능으로 정밀하게 3차원 전수검사를 해야 하는 요구사항이 생겼습니다. 만약 기존 방법대로 검사한다면, 현미경으로 작은 범위를 몇천 장씩 반복해서 찍어야 합니다. 산업계에서는 택 타임Tack Time이 중요한데, 생산시간보다 검사시간이 더 길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면 FSH 기술을 활용하면, 단 한 장의 홀로그램 촬영으로 3차원 전수검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대폭 줄여 택 타임을 맞출 수 있습니다.
  • ❶ Tack Time : 생산 목표 달성을 위해 제품 하나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표준 시간.
대표님께서 오랫동안 연구한 기술로 창업하셨습니다. 큐빅셀의 창업 이유와 배경이 궁금합니다.
두 가지 이유입니다. 하나는 기술적 준비도입니다. 기존 기술은 스캐닝 방식이 너무 느렸습니다. 이 단점을 극복하려면 플라잉오버 방식의 광학 설계가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이 방식 설계론이 전 세계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2001년부터 2016년까지 연구와 국가 과제를 통해 설계 방법론을 직접 만들었고, 2016년쯤 완성했습니다. 저변 기술도 그때쯤 발전했습니다. 3차원 정보를 이미지로 생성하려면 충분한 연산 능력이 필요한데, 2016년에 AI와 함께 GPU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기술 완성 조건이 충족됐습니다.

다른 하나는 시장 판단으로, 시장 근접도와 성숙도를 고려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1500km 이내에 전 세계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 시설이 70%가량 있습니다. 2000년대 이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점점 정밀화·3차원화되면서 현미경 분해능이 필요한 시기가 왔습니다. 기존 광학 기술로는 한계에 부닥쳐 차세대 광학계 기술이 요구되는 시점이었습니다.
최근 AI 기반 자동화 기술이 여러 산업공정에 접목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큐빅셀의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요?
큐빅셀 역시 시스템 전반에 AI 기술이 반영돼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차세대 홀로그램 카메라, 현미경 등 다양한 제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예로 3차원 감시 카메라가 있습니다. 최근 전쟁에서 드론의 중요성이 부각됐는데, 만약 홀로그램 카메라를 국방용 감시 카메라로 활용한다면 드론의 3차원 위치까지 감시 가능해집니다. 공간을 한 번에 촬영·영상화하여 공간 내 어디든 초점을 맺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은 무인전투체계가 중요해지는 현재 시점에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기존의 홀로그램 카메라는 암실 환경에서 진동이 차단된 상태로 촬영해야 했습니다. 큐빅셀의 기술로는 야외 환경에서 날씨에 상관없이 촬영 가능합니다. 이미 시험 결과도 확보한 상태입니다. 추가로 홀로그램 현미경은 바이오메디컬 쪽으로도 활용할 계획입니다.
기술 기반 창업자이신데, 연구자로서 느끼는 강점이나 약점이 있을까요?
저는 이 질문이 성립되지 않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시대정신에 관한 이야기인데, 근대에는 분업에 의한 효율성 극대화가 기본 이념이었습니다. 사업가, 연구자, 교육자로 역할을 나누는 건 근대적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탈근대는 효율성이 아니라 융합에 의한 창의성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공학 교수는 상아탑 안에서 학문만 연구하면 안 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저 역시 연구자이자 사업가이자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술 기반 딥테크 스타트업의 핵심 가치는 이런 컨버전스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개발 기술을 하나로 융합해서 산업화하고, 연구자가 비즈니스를 해서 연구개발을 산업화하는 일 같은 겁니다.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홀로그래피 기술을 연구하셨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요?
대학교 때 광전자공학 수업을 들었습니다. 지금은 디지털 컴퓨터가 당연하지만, 1980년대는 디지털 컴퓨터와 옵티컬 컴퓨터가 경쟁하는 시기였습니다. 당시 학교에 있는 중형 디지털 컴퓨터의 연산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광전자공학 수업에서 이 연산을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기술을 보고 광학 기술을 연구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홀로그래피를 연구하는 곳이 거의 없었습니다. 미국에서도 찾고 또 찾아서 공부했습니다. 저는 광학 기술을 연구하는 일이 제 운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간 대학에 광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있었고, 덕분에 지도교수를 미국에 찾아가서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김태근 대표는 플라잉오버 스캐닝 홀로그래피FSH 기술로 광학 산업화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과학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제게 과학은 소년의 꿈입니다. 어릴 적 집 바로 앞에 미주문구라는 문방구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전자 키트를 팔았습니다. 그때 7석 라디오도 만들고, Led 드라이빙도 해보고, 납땜도 했습니다. 중학교 때는 전자회로를 만들었고, 컴퓨터 프로그래밍도 했습니다. 당시 청계천 세운상가에서 전자 키트뿐 아니라 미국 기술 책들을 번역해서 팔았는데, 그때는 그냥 좋아서 책을 사다 보곤 했습니다. 이러한 어릴 적 경험 덕분에 열망과 꿈을 가질 수 있었고, 지금은 홀로그램을 3차원으로 디스플레이하면 좋겠다는 열망을 갖고 연구합니다. 그런 열망으로 기술을 산업화해서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연구자이자 창업자로서 일상을 어떻게 보내고 계시나요?
단순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운동장 가서 간단히 운동하고 회사에 출근합니다. 회사에서는 주로 연구개발 위주로 일하고, 회의에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사업기획부서장과는 기술적인 준비도를 가지고 사업전략을 어떻게 짤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고, 경영전략부서장과는 원가에 대한 부분 등 생산관리 및 경영전략에 대해 얘기합니다. 함께 특정 산업 생태계를 판단하고, 어떤 파트너와 일해야 할지도 논의합니다.
기술 기반 창업을 꿈꾸는 후배 연구자나 대학원생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저는 학생들에게 ‘너의 지금이 너의 미래를 규정하지 않게 하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꼭 기술개발로만 산업화에 기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산업화 과정에는 다양한 역할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벤처투자, 정책기획, 연구기획, 기술평가 등이 있습니다. 어쨌든 산업화에 기여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융합적인 사고로 나아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큐빅셀이 앞으로 도전하고자 하는 중장기 기술 목표 또는 신사업 영역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큐빅셀을 글로벌 빅테크 컴퍼니로 성장시키고 싶습니다. 그다음 목표는 큐빅셀 100년사를 쓰는 겁니다. 큐빅셀은 현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장에 기술을 공급하고 있는데, 이를 기반으로 광학 전문 기업으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약 200년 전 칼자이스는 아베 박사와 함께 현대 광학의 기본 패러다임을 완성했습니다.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에 따르면 과학의 패러다임은 100년에서 200년 정도입니다. 광학 기술의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할 시기입니다. 그 패러다임을 큐빅셀이 만들고자 합니다. 근대에는 칼자이스, 탈근대에는 큐빅셀이 있을 겁니다.
김태근 큐빅셀 대표
김태근 대표는 누구
광학 및 홀로그래피 분야에서 20년 넘게 연구와 산업화를 병행해온 공학자이자 기업가다. 대학 시절 수업을 계기로 3차원 광학 기술에 매료돼 학사 졸업 후 버지니아공대에서 홀로그래피 기술을 연구했으며, 국내외 연구를 통해 플라잉오버 스캐닝 홀로그래피FSH 기술의 설계 방법론을 세계 최초로 확립했다. 2016년 큐빅셀 창업 이후 반도체·디스플레이 계측장비 분야에서 광학 솔루션을 사업화하여 산업계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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