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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ing Tomorrow>Tech Q&A
과학은 즐겁게, 세상은 새롭게
똑소리 나는 일상 속 과학 이야기
과학 커뮤니케이터 ‘과즐러’ 백정엽 박사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경험하는 현상들 뒤에는 신기한 과학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똑소리단 여러분이 보내주신 질문 속 흥미로운 과학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Q. 오랜만에 뛰었더니 다리보다 배와 허리가 더 아픈 이유는 무엇인가요?
달리기를 하다 배와 허리가 아픈 현상은 우리 몸이 “아직 달릴 준비가 안 됐군!”이라고 외치는 일종의 경고입니다. 먼저 옆구리 통증의 정체는 ‘운동 관련 일과성 복통ETAP’이라고 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의 70%가 경험하고, 마라톤 참가자 5명 중 1명이 경험할 정도로 아주 흔한 증상입니다. 이 증상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섭취’입니다. 위장에 음식이 가득 찬 상태에서 달리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 몸속 장기들은 뛸 때마다 위아래로 신나게 흔들립니다. 이때 가득 찬 위장이 복부 내벽을 감싸는 얇은 막(복막)을 잡아당기거나 자극하면서 “아야!” 하는 날카로운 통증을 유발합니다. 어릴 적 “밥 먹고 뛰면 배 아프다!” 하시던 어머니의 잔소리가 사실은 스포츠 과학적 조언이었던 셈이죠. 격한 운동의 경우 최소 2시간 전에는 위장을 비워두는 것이 ‘옆구리 콕콕’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Q. 우리가 잠든 사이에 뇌는 왜 꿈을 꾸는 걸까요?
잠든 사이에 우리가 꿈을 꾸면 뇌에서는 이성적 판단과 계획을 담당하는 앞이마엽 겉질 활동을 잠시 멈춥니다. 하지만 부정적 감정을 처리하는 편도체와 기억을 저장하는 해마, 그리고 이미지를 만드는 시각 겉질은 활발하게 움직입니다. 마치 영화의 모든 것을 주관하는 앞이마엽 겉질 감독의 디렉션 없이 배우들이 열심히 연기만 하고 있으니 꿈의 내용이 뒤죽박죽 비논리적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꿈을 통해 뇌에서는 밤새 무슨 일을 하는 걸까요? 바로 ‘뇌 속 대정리’입니다. 낮 동안 우리 뇌에는 경험하고 느낀 수많은 정보가 먼지처럼 쌓입니다. 잠이 들면 뇌는 이 먼지를 청소하기 시작합니다. 대청소를 위해 가구(기억)를 옮기고 먼지를 털면, 순간적으로 공중에 수많은 먼지(정보의 파편)가 떠오르겠죠? 이때 우리가 ‘꿈’이라고 하는 것은 햇빛에 비쳐 눈에 보이는, ‘공중에 떠다니는 먼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뇌는 이 먼지들(정보)을 ‘간직할 것’과 ‘버릴 것’으로 분류합니다. 그럼 왜 이토록 의미 없는 ‘꿈’을 꾸는 걸까요? 꿈의 내용보다도 꿈을 꾸는 행위(정확히는 꿈을 꾸는 렘수면 상태)를 통해 깨어 있을 때만큼이나 중요한 핵심 업무인 기억 통합, 감정 조절 등을 수행하기 위해서입니다. 꿈은 우리가 똑똑해지고, 심적으로 건강해지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데 필요한 뇌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입니다.
Q. 우리 몸의 심장은 어떻게 평생 쉬지 않고 계속 뛸 수 있는 걸까요?
하루 10만 번, 1년 3680만 번, 80세까지 산다면 약 30억 번. 한평생 우리 가슴속에서 뛰는 심장의 업무 횟수입니다. 이 엄청난 일을 단 한순간의 ‘번아웃’ 없이 해내는 심장. 그 비결은 심장이 애초에 ‘지칠 수 없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심장은 ‘에너지 공장’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심장을 이루는 심근세포는 일반 근육세포와는 태생부터 다릅니다. 일반 근육세포는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가 세포 부피의 5% 정도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심근세포는 세포 전체 부피의 무려 25~35%가 미토콘드리아로 꽉 들어차 있습니다. 이 넘쳐나는 에너지 공장 덕분에 심장은 팔다리 근육처럼 젖산(피로물질)을 만드는 무산소 방식을 절대 쓰지 않습니다. 오직 산소만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100% 유산소 공장’을 24시간 가동합니다. 피로물질이 쌓일 틈이 없는 것이죠.
또한 심장은 ‘산소 확보’의 달인입니다. 100% 유산소 공장을 돌리려면? 당연히 산소가 끊기면 안 됩니다. 심근세포는 이 분야의 전문가입니다. 우리 몸의 다른 근육세포들은 혈액이 지나갈 때 산소의 25% 정도만 가져다 쓰지만, 심근세포는 자신에게 오는 혈액 속 산소의 무려 70~80%를 남김없이 쪽쪽 빨아들여 에너지원으로 씁니다. 이것이 바로 심장이 지치지 않는 이유입니다.
Q. 사람의 지문은 왜 모두 다르고, 이 지문은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요?
지문은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인 임신 10주에서 19주 사이에 완성됩니다. 지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음식 만드는 과정으로 비유한다면 ‘유전자’는 음식 레시피입니다. 유전자 정보를 통해 지문의 큰 틀(패턴)이 결정됩니다. 그렇다면 지문이 만들어지는 엄마의 ‘자궁 환경’은 손맛입니다. 태아가 양수 속에서 손가락을 쥐었다 펴는 미세한 움직임, 양수의 밀도, 피부가 자라는 속도 등이 변수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유전정보DNA가 100%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조차 지문은 서로 다릅니다. 같은 레시피로 만들었지만, 각자 엄마 뱃속에서 위치한 환경이 미세하게 달라 지문이 달라진 거죠. 유전자와 자궁 속 다양한 환경 때문에 지구상 80억 인구가 모두 고유한 스마트폰 지문 암호키를 갖게 되었습니다.
과학 커뮤니케이터 ‘과즐러’ 백정엽 박사
경희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에서 신경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가독성과학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뇌과학을 기반으로 한 강연과 칼럼을 통해 과학 대중화에 기여해왔다.
현재 ‘과학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뜻의 ‘과즐러’라는 이름으로 유튜브·방송 등 다양한 채널에서 뇌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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