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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ing Tomorrow>Tech Q&A
과학은 즐겁게, 세상은 새롭게
똑소리 나는 일상 속 과학 이야기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종원 교수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경험하는 현상들 뒤에는 신기한 과학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똑소리단 여러분이 보내주신 질문 속 흥미로운 과학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Q. 거짓말을 하면 왜 심장이 빨라지고 숨이 가빠지는 걸까?
우리 몸에는 ‘자율신경계’라는 자동조종장치가 있습니다. 심장박동, 호흡, 땀 분비처럼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기능을 맡고 있죠. 거짓말을 할 때 뇌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지어내느라 평소보다 훨씬 바쁘게 돌아갑니다. 여기에 ‘들키면 어쩌지’라는 심리적 긴장까지 더해지면, 뇌가 이를 일종의 위협 신호로 인식합니다. 그 순간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심장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지며, 동공이 확장되고, 손바닥에 땀이 나기 시작하죠. 쉽게 말해 거짓말은 뇌에 ‘멀티태스킹 과부하’를 거는 셈이고, 그 과부하의 흔적이 자율신경 반응으로 몸 여기저기에 새어 나오는 겁니다. 그렇다고 자율신경 반응이라는 단일 신호만으로 거짓말을 판별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불안장애가 있거나 긴장감이 높은 성격인 사람은 진실을 말해도 거짓말 반응이 나타날 수 있거든요. 결국 거짓말은 몸의 자율신경 반응까지 완벽히 속이기는 어렵지만 확실히 판별하는 것도 어렵다는 게 현대 과학의 결론입니다.
Q. 내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으면 왜 유독 어색하고 듣기 싫을까?
평소 말할 때 우리는 두 가지 경로로 자기 목소리를 듣습니다. 하나는 공기를 타고 귀로 들어오는 ‘기도 전달’, 다른 하나는 성대의 진동이 턱뼈와 두개골을 직접 타고 속귀(내이)의 달팽이관까지 도달하는 ‘골도 전달’이죠. 뼈는 특성상 낮은 주파수(저음)를 높은 주파수(고음)보다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골도 전달이 더해진 내 목소리는 실제보다 약간 더 풍성하고 낮게 들립니다. 마치 스피커의 저음 보강(베이스 부스트) 기능을 켠 것과 비슷하죠. 그런데 녹음된 목소리에는 이 골도 전달이 빠져 있습니다. 마이크는 공기 중의 음파만 기록하기 때문입니다. 오직 기도 전달 성분만 담겨 있으니, 평소 익숙한 ‘내 목소리’보다 얇고 높게 느껴지는 겁니다. 수십 년간 매일 들어온 ‘뼈 보정 버전’의 목소리가 기준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보정이 빠진 진짜 목소리가 오히려 낯선 것이죠. 결국 우리가 어색하다고 느끼는 녹음 속 목소리가 진짜이고, 평소에 듣는 자기 목소리가 ‘뼈 필터’가 적용된 착각인 셈입니다.
Q. 같은 글인데 종이책으로 읽으면 왜 더 깊이 이해될까?
이 현상을 연구자들은 ‘스크린 열등 효과Screen Inferiority Effect’라고 부릅니다. 이 효과는 2008년 처음 보고된 이후 수많은 연구에서 반복 확인되었습니다. 2024년 발표된 49개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에서도 종이 독서자가 디지털 독서자보다 이해도 점수에서 일관되게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핵심 원인 중 하나는 ‘공간적 단서’입니다. 종이책은 물리적 두께가 있어서 ‘이 내용은 왼쪽 페이지 위쪽쯤에 있었지’라는 위치 기억이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우리 뇌는 정보를 공간적으로 배치해서 기억하는 데 능한데, 종이책의 좌우 펼침과 두께감이 이를 도와주는 거죠. 반면 디지털 화면에서는 모든 텍스트가 같은 화면 위를 스크롤하며 지나가기 때문에 이런 공간적 기억 형성이 어렵습니다. 익숙한 동네 서점에서 책을 찾는 것과, 끝없이 이어지는 컨베이어 벨트 위의 책을 찾는 것의 차이라고 할 수 있죠. 또한 화면에서는 알림, 링크, 탭 전환 등 끊임없는 ‘주의 분산 유혹’이 존재해 깊은 집중 상태에 도달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아이트래킹(시선 추적) 연구에 따르면, 종이 독서자는 중요한 부분을 반복 재독Re-reading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디지털 독서자는 훑어 읽는Skimming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중요한 문서나 시험공부는 가능하면 출력해서 읽는 것이 여전히 효과적이라는 뜻이죠. 결국 우리 뇌는 아직 종이 위의 글에 더 최적화되어 있는 셈입니다.
Q. 고층 빌딩을 지날 때 왜 유독 강한 바람이 불까?
건축 환경 분야에서 이를 ‘빌딩풍’이라고 부릅니다. 원리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바람이 넓은 평지를 지나다가 거대한 벽 같은 고층 빌딩을 만나면 갈 곳을 잃죠. 이때 건물 상부에서 막힌 바람이 건물 벽면을 타고 아래로 내려오면서 지상 보행자 높이에서 강한 하강 기류를 만들어냅니다. 특히 건물 전면 높이의 약 2/3 지점에 바람이 위아래로 갈라지는 ‘정체점’이 형성되는데, 이 지점 아래의 바람이 지면을 향해 쏟아져 내려오면서 보행자가 강풍을 경험하게 됩니다. 마치 계곡에서 물이 좁은 바위틈을 지날 때 유속이 빨라지는 것처럼, 건물 사이 좁은 통로에서는 ‘벤투리 효과Venturi Effect’까지 더해져 바람이 더욱 가속됩니다. 유체가 좁은 단면을 통과할 때 속도가 빨라지고 압력이 낮아지는 베르누이 원리가 적용된 결과죠. 빌딩풍은 단순히 불쾌한 수준을 넘어 보행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시 등 지자체가 초고층 건물의 풍환경 영향 평가를 심의 과정에서 검토하고 있습니다. 실제 건축설계에서는 고층 건물 저층부에 필로티(개방 공간)나 캐노피를 두거나, 건물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챔퍼링, 라운딩)하거나, 건물 전면에 바람을 분산시키는 핀이나 방풍 식재를 배치하는 등 보행자 높이의 바람 환경을 완화하는 다양한 설계 기법을 적용합니다.

최근에는 풍동 실험뿐 아니라 컴퓨터로 바람의 흐름을 가상으로 계산하는 전산유체역학CFD 시뮬레이션을 통해 건물 설계 단계에서 빌딩풍을 미리 예측하고 저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결국 빌딩풍은 도시설계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환경 요소이자, 건축이 사람의 일상 안전과 직결되는 대표적인 사례죠.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종원 교수
계명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건축 및 도시를 전공한 연구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공공기관 및 정부 출연 연구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바탕으로, 과학과 건축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대중에게 전달한다.
현재 방송, 강연, 기고 등을 통해 과학 지식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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