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고층 빌딩을 지날 때 왜 유독 강한 바람이 불까?
건축 환경 분야에서 이를 ‘빌딩풍’이라고 부릅니다. 원리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바람이 넓은 평지를 지나다가 거대한 벽 같은 고층 빌딩을 만나면 갈 곳을 잃죠. 이때 건물 상부에서
막힌 바람이 건물 벽면을 타고 아래로 내려오면서 지상 보행자 높이에서 강한 하강 기류를 만들어냅니다. 특히 건물 전면 높이의 약 2/3 지점에 바람이 위아래로 갈라지는 ‘정체점’이
형성되는데, 이 지점 아래의 바람이 지면을 향해 쏟아져 내려오면서 보행자가 강풍을 경험하게 됩니다. 마치 계곡에서 물이 좁은 바위틈을 지날 때 유속이 빨라지는 것처럼, 건물 사이
좁은 통로에서는 ‘벤투리 효과Venturi Effect’까지 더해져 바람이 더욱 가속됩니다. 유체가 좁은 단면을 통과할 때 속도가 빨라지고 압력이 낮아지는 베르누이 원리가 적용된
결과죠. 빌딩풍은 단순히 불쾌한 수준을 넘어 보행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시 등 지자체가 초고층 건물의 풍환경 영향 평가를 심의 과정에서 검토하고
있습니다. 실제 건축설계에서는 고층 건물 저층부에 필로티(개방 공간)나 캐노피를 두거나, 건물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챔퍼링, 라운딩)하거나, 건물 전면에 바람을 분산시키는 핀이나
방풍 식재를 배치하는 등 보행자 높이의 바람 환경을 완화하는 다양한 설계 기법을 적용합니다.
최근에는 풍동 실험뿐 아니라 컴퓨터로 바람의 흐름을 가상으로 계산하는 전산유체역학CFD 시뮬레이션을 통해 건물 설계 단계에서 빌딩풍을 미리 예측하고 저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결국 빌딩풍은 도시설계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환경 요소이자, 건축이 사람의 일상 안전과 직결되는 대표적인 사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