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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ing Tomorrow>R&D Project②
폐배터리에서 찾은 해답,
K-배터리 반전 드라마
폐전지 및 폐양극 소재로부터 유가금속 리사이클링을 통한 고성능 양극 소재 제조 기술 개발
| ㈜에코프로이노베이션
김아름  사진 서범세

버려진 쓰레기를 자원으로 바꾸고, 자원 빈국의 약점을 기술의 힘으로 뒤집었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손에서 그 반전이 시작됐다.

연구과제명

폐전지 및 폐양극 소재로부터 유가금속 리사이클링을 통한 고성능 양극 소재 제조 기술 개발

제품명(적용 제품)

폐전지 리사이클링 기술 개발

개발기간
(정부과제 수행기간)

2019. 06. 01.~2022. 12. 31.

총 정부출연금

30억1200만 원

개발 기관

㈜에코프로이노베이션,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에코프로비엠, ㈜에코비트프리텍, 한국전기연구원, 한국교통대학교, ㈜SM벡셀 배터리사업부문

참여 연구진

이명규, 박종선, 이연호, 변소영, 이민우, 김희상 외

배터리 강국의 약점, 자원
스마트폰,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는 현대 사회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그 중심에 ‘하얀 석유’, ‘백색 황금’으로 불리는 리튬Li이 있다. 리튬은 지구상에서 가장 가벼운 금속으로, 전기에너지를 저장하고 방출하는 데 최적화돼 전기차 시대의 석유로 통한다. 하지만 자원 분포가 편중돼 있고, 정제 과정 또한 까다롭다.

우리나라는 배터리 제조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지만, 그 속을 채우는 리튬·니켈Ni·코발트Co 등의 핵심 광물자원을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공급망 불안과 무역규제, 지정학적 갈등이 격화되는 요즘, 이는 우리 산업 경쟁력의 위협이 되고 있다.

하이니켈 양극재 분야에서 세계적인 입지를 다진 에코프로그룹은 계열사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폐배터리와 폐양극재에서 다시 자원을 추출해 고성능 소재로 재탄생시키는 리사이클링 기술을 개발하여 지속할 수 있는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 ❶ 하이니켈 양극재 : 니켈 함량이 90% 이상인 고성능 양극재. 니켈이 많을수록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높아져 전기차를 한 번 충전했을 때 더 오래 달리게 한다. 다만 니켈이 많아질수록 열 안정성이 떨어져, 이를 안전하게 상용화하려면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다.
폐배터리에서 고순도 리튬을, 국내 최초의 기술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폐배터리에서 곧장 수산화리튬을 생산하는 독창적인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이 본격적으로 리튬 리사이클링 기술 개발에 나선 것은 2019년 무렵이다. 당시 전기차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리튬 가격은 두 배 이상 치솟았고, 배터리급 수산화리튬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업계 전반의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배터리급 수산화리튬을 만드는 기술은 본래도 까다롭다. 고도의 정제 기술과 체계적인 공정 관리가 필수적이라 전 세계 일부 기업만이 상업화에 성공했을 정도다. 보통 염호의 경우 폰드Pond에서 리튬을 농축하고 저품위 탄산리튬을 만든 뒤, 이를 다시 수산화리튬으로 제조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폐배터리의 경우에도 현재 리튬을 회수하는 리사이클링 기업이 존재하지만, 대부분 저품위 탄산리튬까지만 생산해 전문 기업에 납품하는 수준에 머문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원래 저품위 탄산리튬을 배터리급 수산화리튬으로 가공하던 기업이었지만, 과감히 폐배터리에서 직접 리튬을 추출해 곧바로 배터리급 수산화리튬을 만드는 도전에 나선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리튬 회수율을 95% 이상 달성했을 뿐 아니라, 기존의 ‘폐배터리→저품위 탄산리튬→수산화리튬’ 단계를 뛰어넘어 ‘폐배터리→수산화리튬’으로 곧장 이어지는 독창적인 공정을 완성했다.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도 품질을 높인 이 기술은 국내 최초이자 글로벌 업계에서 손꼽히는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 ❷ 리튬 추출 과정에서 사용되는 증발지.
리사이클링 기술 개발 및 사업화
* MCP : Mixed Carbonate Precipitate
* MHP : Mixed Hydroxide Precipitate
검은 분말에서 발아한 K-배터리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과정은 크게 두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폐배터리를 분해·분쇄하는 공정이다. 이를 통해 리튬·니켈·코발트·카본 등 여러 원료가 뒤섞인 검은 가루 ‘블랙 매스Black Mass’가 생성된다. 쉽게 말해 폐배터리 자체를 갈아버리는 것이다.

블랙 매스를 각각의 원료로 분리하는 것이 두 번째 공정이다. 먼저 리튬·니켈·코발트는 용액 상태로 용해시키고, 카본은 고형물 형태로 분리한다. 남은 용액에서 니켈·코발트를 침전제를 활용해 고형물 상태로 골라낸다. 이때 분리된 리튬 용액은 전환 공정을 거쳐 배터리급 고순도 수산화리튬으로 생산되고, 니켈 및 코발트 덩어리MCP, Mixed Carbonate Precipitate 등은 전구체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판매된다.

연구실 규모였던 이 과제는 KEIT의 지원 아래 반복 검증을 거듭했고, 2021년 말 준공된 수산화리튬1공장을 통해 상용화 규모의 검증을 완료했다. 현재 이곳에서 가공되는 전체 수산화리튬의 1/3이 리사이클링 리튬으로 연간 4000톤, 전기차 10만 대 규모에 해당한다. 아직은 폐기되는 전기차가 많지 않지만 향후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되면 폐배터리가 대거 발생할 것이며, 리사이클링 기술의 가치 또한 커질 전망이다.
21세기 석유, 끝까지 써내는 기술이 곧 힘
친환경 시대의 기업답게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기술 개발과 함께 환경 관리에도 진심이다. 당사는 리사이클링을 포함한 전체 공정에서 배출되는 폐수의 95%를 재활용하고 있다. 2030년 폐수 제로Zero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단순히 물을 재활용하는 수준이 아니다. 계열사 내 양극재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세척수 속 리튬까지 회수해 다시 활용하는 방식으로 순환성을 강화하고 있다.

리튬은 21세기 석유라 불리는 전략 자원이다. 우리에게 꼭 필요하지만 국내에서 나지 않는다는 점까지 석유와 닮았다. 석유 시대에 패권을 쥔 것은 산유국만이 아니었다. 정제와 가공 기술을 선점한 나라들이 에너지 산업을 주도했다. 리튬 역시 마찬가지일 터. 원료를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끝까지 제대로 활용하는 이 기술이 우리의 미래 경쟁력을 높일 것이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성과는 역사의 교훈을 되살리는 사례이자 K-배터리의 또 다른 드라마다.
Mini Interview
이명규 ㈜에코프로이노베이션 개발팀장‧연구소장
저품위 탄산리튬과 배터리급 수산화리튬은 기술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저품위 탄산리튬을 배터리급으로 만드는 것만 해도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탄산리튬은 비교적 단순한 침전 반응으로 제조할 수 있지만, 수산화리튬은 물에 잘 녹는 성질 때문에 증발·농축·결정화 등을 체계적으로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불순물을 10억분의 1ppb 단위까지 제어해야 하는데, 이는 마치 수영장 물속에서 콜라 한 방울을 걸러내는 것만큼 정밀한 수준이다.
과제를 진행하면서 기술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블랙 매스에서 리튬·니켈·코발트를 분리할 때 생각만큼 효율이 나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 처음에는 수산화나트륨을 썼는데, 리튬 손실이 크고 비용이나 부산물이 늘어나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발상을 전환해, 새로 원료를 들이지 않고 이미 사용 중인 저품위 탄산리튬을 활용했다. 금속 분리가 훨씬 쉬워졌고, 리튬 회수율도 10% 이상 늘었으며, 비용과 에너지 사용까지 줄일 수 있었다. 고생 끝에 얻은 값진 성과였다.
KEIT 과제 지원은 어떤 도움이 되었나?
연구실 수준에서 진행하던 실험을 100배 규모의 파일럿 플랜트로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도움이었다. 당시 우리 기업은 리튬 사업 초기 단계라 자체적으로 수십억 원의 연구비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다. 정부 지원 덕분에 연구개발 속도를 크게 앞당길 수 있었고, 현재는 중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리사이클링을 통해 직접 배터리급 수산화리튬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 배터리 산업의 성장세가 둔화된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로서 앞으로의 방향을 어떻게 보는지?
전기차 호황기와 비교하면 국내외 시장 성장세가 완만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기차와 스마트카, ESS 등에서 배터리 수요가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 이런 시기야말로 기업이 장기 경쟁력을 키울 적기가 아닐까 싶다. 결국 살아남는 건 기술력이 있는 기업이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이 위기를 발판 삼아, 집중적인 연구개발로 남들이 따라오기 힘든 경쟁력을 쌓아갈 계획이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에코프로그룹 내 리튬 전문 계열 기업으로, 염호와 리사이클링 소재를 기반으로 배터리급 고순도 수산화리튬을 제조한다. 국내에서만 연간 2만6000톤, 헝가리에서 8000톤으로 전기차 약 85만 대 규모의 수산화리튬을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국내 최초로 리사이클링을 통해 직접 배터리급 수산화리튬을 생산하는 기업이며, 차세대 배터리용 황화리튬·리튬메탈 등 리튬 화합물 기술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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