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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 전쟁 시대, 대한민국이 선택해야 할 기술 개발 전략
기술 주권 없이는 공급망도 없다
김수경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2025년 들어 희토류는 다시 한번 세계 경제와 산업의 중심 이슈로 떠올랐다. 중국의 중희토류 수출허가제 도입과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정책이 맞물리면서 전 세계가 희토류 확보 경쟁에 돌입했다. 이제 희토류는 단순한 산업 원자재가 아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전기자동차, 풍력발전, 우주항공, 방위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자산이자 국가안보 자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한국은 세계적인 제조 강국임에도 희토류 공급망 측면에서는 취약한 국가에 속한다. 희토류 공급망 위기는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산업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된 현실적인 문제다.
공급망의 약한 고리는 원광이 아니라 ‘중간재’
많은 사람이 희토류 문제를 광산 확보 관점에서 바라본다. 그러나 실제 공급망의 가장 취약한 지점은 원광이 아니다. 바로 정련·분리·가공을 거쳐 생산되는 산화물과 금속, 그리고 영구자석 같은 중간재다.1)

현재 우리나라는 희토류 원광뿐 아니라 고순도 산화물과 금속, 영구자석 등 핵심 중간재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영구자석 제조에 사용되는 네오디뮴Nd·디스프로슘Dy· 터븀Tb 등 핵심 희토류 공급망은 사실상 중국 중심으로 구축돼 있다.2) 만약 중국이 광석뿐 아니라 제련 기술이나 영구자석 수출도 제한한다면 전기자동차, 반도체, 방위산업, 풍력발전 산업 전반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7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으며, 가공 및 분리 분야에서는 더욱 압도적인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중희토류의 경우 중국 남부 지역에 생산이 집중돼 있어 공급 리스크가 상존한다. 희토류 공급망의 핵심은 채굴이 아니라 분리·정련·소재화 기술이며, 이 모든 과정의 생산능력을 갖춘 국가는 현재 중국이 사실상 유일하다.3) 결국 희토류 공급망 경쟁의 본질은 ‘자원 경쟁’이 아니라 ‘기술 경쟁’이다.
기술 주권이 공급망 주권을 결정한다
최근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의 대응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은 국방부와 에너지부를 중심으로 희토류 공급망 재건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일본은 2010년 중국의 희토류 수출규제를 경험한 이후 국가 차원의 대체·저감·재활용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해 세계 최고 수준의 영구자석 기술력을 확보했다. 유럽 역시 핵심원자재법CRMA을 중심으로 공급망 다변화와 재활용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어느 나라도 단순히 광산 확보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희토류를 대체하거나 적게 사용하고, 사용 후 제품에서 다시 회수하는 기술 확보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우리 역시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 희토류 공급망 구축의 핵심은 해외 광산 투자나 전략 비축만이 아니다. 기술 개발을 통한 ‘기술 기반 자립’이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
6월 17일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보와 브라이언 장 캐나다 앨버타주 에너지·광물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나 핵심 광물 분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점검하고 있다.
자원 빈국인 대한민국이 글로벌 핵심원자재법과 IRA 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외교적 조달처 다변화와 함께 내부적인 ‘기술 주권’ 확보가 병행되어야 한다.
희토류 재자원화 기술과 대체 및 저감 기술
자원 빈국인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은 재자원화Recycling다. 전기차 모터, 폐가전, 풍력발전기, 산업 설비 등에는 상당량의 희토류가 포함돼 있다.4) 다시 말해 우리 주변에 이미 막대한 규모의 ‘도시광산Urban Mining’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희토류 재자원화는 공급망 안정화뿐 아니라 탄소중립과 순환 경제 실현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희토류를 광산에서 생산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에너지 소비와 함께 방사성 폐기물, 산성 폐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반면 희토류가 포함되어 있는 폐제품에서 희토류를 회수할 경우 환경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공급망 안정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대표적인 녹색기술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에서 선택염화법, 전해정련법, 황산복염침전법 등 중요 요소기술에 대한 연구가 일부 진행 중이나, 세계 선진기술에 비해 경쟁력 확보가 미흡하다고 평가된다. 더욱이 아직 제품의 원료로 공급되는 소재화 기술을 접목한 산업화 단계까지 연결되지 못하고 있어, 연구실 수준의 기술을 넘어 대규모 실증과 사업화를 완성하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실험실에서 연구진들이 국내 공급망 안보를 위한 핵심 희토류 및 희소금속의 분리·정련 요소기술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재활용이 현재의 해법이라면 대체·저감 기술은 미래의 해법이다
원소기호 66번인 대표적인 중희토류 디스프로슘Dy. 전기차 모터 및 첨단산업에 쓰이는
고성능 영구자석 제조에 필수적인 핵심 중간재 자원이지만, 전 세계 공급망이
중국 남부 지역에 집중돼 있어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요구되는 전략자산이다.
현재 희토류 기술 개발의 핵심 타깃은 네오디뮴Nd과 디스프로슘Dy이다. 이들은 고성능 영구자석 제조에 필수지만 공급이 제한적이고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다.

세계 주요 연구기관들은 네오디뮴 사용량을 최소화한 영구자석, 세륨Ce이나 란타넘La 기반 자석, 나아가 희토류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차세대 자석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5) 일부 연구는 아직 실험실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향후 희토류 공급망 판도를 바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강점을 활용해 희토류 대체·저감 기술을 선점한다면 공급망 안정은 물론 새로운 글로벌 시장 창출도 가능하다.

희토류를 많이 확보한 나라보다 희토류를 다시 그리고 적게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한 나라가 더 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이제는 국가적 기술 개발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전기차와 AI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희토류 수요는 향후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40년까지 희토류 수요가 현재 대비 최대 7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반면 국내 희토류 기술 개발 생태계는 아직 연구기관 중심의 분산된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공급망 문제는 자원·산업·외교·과학기술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해결할 수 있는 복합 과제다. 이제는 개별 연구과제 수준을 넘어 국가 차원의 전략적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희토류 추출-분리-정련-소재화-영구자석 제조-모터 적용까지 이어지는 전 주기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연구기관·대학·기업·수요산업이 함께 참여하는 개방형 혁신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공급망 리스크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데이터 기반 모니터링 체계와 전략 비축 시스템도 병행 구축해야 한다.
기술이 곧 국가 경쟁력이다
희토류 공급망 위기는 단순한 자원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제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산업 전략의 문제이며, 국가안보의 문제다. 자원이 없는 나라가 반드시 불리한 것은 아니다. 일본이 그랬듯이 기술을 가진 국가는 공급망을 지배할 수 있다. 반대로 자원을 확보하더라도 기술이 없다면 공급망의 주도권을 가질 수 없다. 희토류 전쟁 시대의 승자는 광산을 가장 많이 가진 나라가 아니라, 가장 뛰어난 기술을 가진 나라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기술은 재자원화와 대체·저감 기술, 첨단 소재화 기술에서 탄생할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공급망 확보를 넘어 기술 주권 확보를 목표로 해야 한다. ‘기술 주권’이 곧 ‘공급망 주권’이며, 그것이 미래산업 경쟁력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Reference
1) International Energy Agency(IEA), Rare Earth Elements – Analysis, Executive Summary.
2) IEA, Rare Earth Elements – Analysis.
3) AP News, What to Know About China’s New Regulations on Rare Earths, 2025.
4) 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 Global Resources Outlook.
5) Ames National Laboratory, 희토류 저감 자석 연구.
김수경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국내 자원순환 및 희소금속 회수 분야의 권위자로, 도시광산과 희소금속 농축회수 분야의 다양한 국책 연구과제를 이끌어왔다.
현재 대한민국의 자원 안보와 순환 경제 구축을 위한 전 주기 밸류체인 원천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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