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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휴머노이드 상용화 경쟁에서
K-휴머노이드 생존 전략
최정단 한국전자통신연구원 AI로봇연구본부 본부장

2025년 사람의 신체 구조를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류 세계에 등장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등장과 함께 인류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
인류는 휴머노이드와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관계일까? 아니면 공존하는 동반자로 살아가야 할까? 휴머노이드 로봇의 본격적인 데뷔 무대가 펼쳐짐에 따라,
이 글에서는 휴머노이드 개발과 상용화 관점에서 ‘한국의 위기 대응’을 위한 경쟁과 협력, 사회적 파장을 고민하고, 그 준비 상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중국 상하이 인공지능 대회
중국의 빠른 속도의 모방과 대량화 전략의 위협
2025년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인공지능 대회WAIC 2025’와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 로봇학회World Robot Conference 2025’는 기술 전시회 수준을 넘어 ‘휴머노이드 올림픽’이라 불릴 만한 무대였다. 최신 인간형 로봇 50여 개를 앞다투어 선보이며, 누가 더 자연스럽고 실용적인 로봇을 내놓을 수 있는지 겨뤘다. 중국 기업이 공개한 혁신 모델 ‘AgiBot A2’는 키 169cm, 몸무게 69kg이며, 최대 2시간까지 운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보행과 손동작의 정교함, 표정을 통한 감정 표현까지 과시하면서, 기술 개발 단계를 넘어 실제 대량 규모의 상업화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알렸다. 중국은 이미 전기차, 드론, 스마트폰을 통해 입증된 공급망 통합Supply Chain Integration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휴머노이드의 부품 조달, 조립, 품질관리까지 수직적으로 통합된 시스템을 이용해 단기간에 수천 대 로봇을 초고속으로 양산 가능할 것이다. 이는 빠른 시장 출시와 대규모 공급능력으로 가격경쟁력을 높여 결국 세계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적 무기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기술적 세부 성능에서는 다소 부족하더라도 ‘빠른 시장 점령’이라는 목표에는 탁월한 접근이다. 중국은 시장점유율을 기반으로 ‘사실상의 표준’을 만들어 가격과 물량으로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산업 지배권을 확산하려는 전략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아직 중국이 직면한 문제점도 있다. 기술 쇼를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 안정적으로 투입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점이 남아 있다. 이 점은 후발주자인 우리가 공략해야 할 핵심 전략이다.
2025 세계 로봇학회에서 중국 로봇 전문 기업 부스터로보틱스의 ‘부스터T1’이 축구를 하고 있다.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빠른 시장 출시와 대규모 양산 능력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미국의 생존 전략은 생산성 창출
미국 기업들은 현실적이고 실리적이다. 공장과 물류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모델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수익화 경쟁에 돌입한다. 미국 기업은 ‘투자 대비 생산성ROI, Return on Investment’ 극대화를 앞세워 시장을 선점하려 한다. 테슬라, 피규어Figure AI 등의 스타트업은 공통적으로 무엇을 위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사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집중한다. 물류 창고, 제조 현장, 가정 내 서비스까지, 이들은 시장점유율을 먼저 확보하면 기술은 발전과 완성도를 갖추게 된다는 실리적 전략을 펼친다. ‘로봇이 창고에서 단순 반복 작업을 몇 초 더 단축하는가’, ‘제조 현장에서 인력 비용을 얼마나 절감하는가’가 핵심 지표다. 이러한 접근은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부작용도 예견된다. 인간의 일자리가 빠르게 대체될 수 있다는 공포가 사회 곳곳에서 증폭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휴머노이드 상업화는 경제적 경쟁을 넘어 노동구조 재편이라는 민감한 사회적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리고 있다. 이는 곧 산업구조 전환과 직결되며, 미국식 휴머노이드는 냉정한 효율성 척도 기반 생태계를 구축 중이다.
미국 테슬라의 옵티머스(왼쪽), 피규어 AI의 피규어01(오른쪽). 미국은 ‘투자 대비 생산성ROI’을 극대화해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유럽의 독특한 길, 비행·우주·재난용 인간을 뛰어넘는 보완재 휴머노이드
이탈리아 인공기계지능연구소AMI Lab., Artificial and Mechanical Intelligence는 제트엔진 4개를 로봇의 팔 또는 배낭 형태로 장착해 지면에서 약 50cm를 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발표했다. 이것은 비행과 지상 보행, 조작 능력 확보를 목표로 한 재난 대응용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인간이 닿을 수 없는 영역, 즉 붕괴 현장이나 산불 지역 같은 극한 환경을 겨냥했다. 이 로봇은 걷거나 날아다니며 사람을 구조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또한 독일항공우주센터DLR, Institute of Robotics and Mechatronics에서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TORO 등은 우주 환경 또는 우주선·우주정거장에서의 조작, 정비 및 보조작업을 위해 개발 중이다. 독일 뉴라 로보틱스Neura Robotics사의 4NE1 등 휴머노이드 최신 프로젝트는 인간과의 협업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인간-환경 상호작용 등 감성적 인터페이스 개발에 중점을 둔다.

유럽에서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의 신체 일부를 닮았을 뿐,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극한 환경(재난, 우주)에서의 탐사·구조·정비 중심의 응용을 목표로 한다. 로봇이 실제 극한 현장과 고신뢰 산업 체계 속에 실전 배치되도록 인간과 환경의 상호작용, 안전성, 다양성을 중점 개발 중이다. 유럽의 극한 환경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전략은 기술적 리스크가 크고 진입장벽은 높지만, 성공할 경우 기술적 리더십 확보 가능성도 크다는 장점이 있다. 유럽의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전략은 휴머노이드가 반드시 인간과 똑같아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과, 인간을 대신하기보다 인간을 보완하고 확장하는 도구로서 더 큰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시사점을 준다.
이탈리아 인공기계지능연구소에서 실험한 iRonCub3.
유럽은 극한 환경 휴머노이드 개발을 핵심 전략으로 삼는다.
휴머노이드 제조와 생산성의 기술 전쟁터에서 K-휴머노이드 연합
2025년 4월 출범한 K-휴머노이드 연합은 연구 협의체 또는 기술 프로젝트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첫걸음이다. 한국이 전 세계적으로 본격화된 휴머노이드 산업 경쟁에 뒤처지지 않고 새로운 주도권을 만들어내겠다는 국가적 선언이다. 중국이 ‘속도와 양산’을, 미국이 ‘ROI와 생산성’을, 유럽이 ‘극한 환경 특화’를 내세우는 상황에서, 한국은 산업에 기반한 연구기관들과 정부 정책이 힘을 합쳐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기업, 연구소, 대학이 힘을 모아 휴머노이드 로봇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선언은 시의적절한 정부 주도 전략이다. K-휴머노이드 연합의 비전은 사회적으로는 국민 안전과 복지 제공, 산업적으로는 새로운 글로벌 성장 동력 제시, 휴머노이드 공급망의 주도권 확보다. 이러한 비전은 한국적인 특화 전략으로, 기술의 추격자가 아니라 새로운 리더십 창출이 요구되는 시점을 반영한다.
‘K-휴머노이드 연합’은 글로벌 휴머노이드 산업 경쟁에서 새로운 주도권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한국의 첫걸음이다.
한국형 휴머노이드 확보를 위한 차별성,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전 세계는 ‘빠르게 잘 걷는 로봇’과 ‘물건을 나르는 로봇’ 경쟁력에서 일부 성과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휴머노이드의 경쟁력은 지능이 결정하며, 고수준 지능은 데이터와 학습 모델이 요구된다.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은 대규모 데이터와 멀티모달 학습(언어·영상·힘 센서 데이터)을 기반으로, 다양한 환경에 즉시 적응 가능한 범용적 사전 학습 지능을 제공한다. 기존 로봇이 특정 작업만 수행했다면, 파운데이션 모델은 도메인 특화의 데이터 학습, 파인 튜닝을 통해 작업 일반화Generalization 성능과 상황 이해Contextual Reasoning에서 압도적인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반 지능이다. 휴머노이드 기술의 성패는 휴머노이드와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그리고 적용 도메인에 특화된 데이터 파이프라인의 조합에 의해 결정된다. 중국이 ‘물량’으로, 미국이 ‘ROI’로 경쟁한다면, 한국은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과 표준’을 무기로 내세워야 한다. 특히 한국이 보유한 언어·로봇 제어 데이터, ICT 인프라, 5G/6G 네트워크에서의 강점을 기반으로, 휴머노이드-파운데이션 모델 융합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는 토대가 확보되었다. 글로벌 휴머노이드 기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전략 축으로 데이터 주권과 국제표준 리더십, 사회문제의 수요 해결이라는 목표를 차별화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 ❶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 대규모 데이터와 다양한 작업을 학습해 여러 로봇에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범용 인공지능 기반 모델.
한국, 휴머노이드 산업 글로벌 허브로 도약할 현실과 기회
한국은 이미 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 제조 산업 전반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화 경험을 축적해왔다. 이 경쟁력은 글로벌 무대에서 충분히 입증되었으며, ‘제조 강국’ 타이틀은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한국 사회가 직면한 초고령사회와 노동인구 불균형 문제로 인해, 생산성 경쟁을 넘어선 첨단기술 기반의 새로운 전략이 요구된다. 이러한 한국의 미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제조 산업뿐 아니라 돌봄·재활·헬스케어 분야의 인력 부족은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다. 또한 지진·화재·원전 사고 같은 재난 대응 분야에서도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 위험을 대신할 수 있다. 휴머노이드는 단순한 로봇 산업의 확장이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기술혁신이며, 국민의 안전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자산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휴머노이드 산업은 부품 및 소재, 소프트웨어, 안전 인증, 산업 표준, 서비스를 아우르는 거대한 생태계가 필요하다. 한국은 이미 정밀 제조 기술과 자동차, 조선 등 글로벌 공급망 관리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제조와 서비스 산업 기반에서 완결형 휴머노이드 공급망 생태계를 구축하여 개발과 테스트를 통한 기술 안전성을 확보하고, 나아가 단순 수요국이 아닌 글로벌 공급망의 허브로 성장할 수 있다. 제조 강국의 경험과 인프라를 토대로 산업에서 일상, 나아가 재난 대응까지 아우르는 완결형 생태계를 구축하여, 인류의 삶을 혁신하는 휴머노이드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다. 한국의 휴머노이드 개발은 단순한 기술 투자가 아니라 사회적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국가적 도약의 발판이다. 이 거대한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 결단과 실행이 필요하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올 뉴 아틀라스’의 AI 학습 과정을 시연하며, 휴머노이드가 미래 산업 현장을 어떻게 혁신할지 보여준다.
최정단 한국전자통신연구원 AI로봇연구본부 본부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30여 년 동안 텔레매틱스 및 자율주행차 개발을 직접 주도하고,
휴머노이드를 비롯한 휠과 다족 보행 AI 로봇 시스템 개발을 위한 연구 기획 및 개발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한국산업기술보호전문위원회, 서울특별시 자율주행자동차 시범운행지구 운영위원회 등
다양한 공공부문 위원회와 자동차공학회 여성위원회 회장 및 모빌리티 플랫폼 분과위원장 등 학회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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