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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Story>Flow①
캐즘을 극복한 기술들
이영민 서울대 벤처경영학 산학협력 교수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열광하지만, 정작 우리 일상에 스며들어 삶을 바꾸는 기술은 많지 않다. 이유가 뭘까?
아무리 기술 애호가들이 환호해도 보수적인 일반 대중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기술은 ‘캐즘Chasm’이라는 깊은 협곡으로 떨어져 사라진다.
실제로 수많은 혁신 기술이 이 죽음의 계곡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이 무서운 벽을 성공적으로 뛰어넘어 우리 생활을 완전히 바꾼 기술들도 있다.
혁신을 꿈꾸는 수많은 기업과 스타트업 중에서 캐즘을 극복한 두 기술의 이야기를 통해 그 비결을 알아보자.

유튜브‘16억 달러의 실패작’이 세상을 바꾸다
세기의 바보 같은 투자?
2006년 10월, 전 세계가 깜짝 놀랐다. 구글이 겨우 1년 된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무려 16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당시 전문가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구글이 미쳤다”, “닷컴 버블의 광기가 다시 시작됐다”라는 말들이 쏟아졌다. 실제로 유튜브는 연 매출의 200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되었고, 심각한 적자 상태였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분석가들은 “동영상 사업으로는 절대 돈을 벌 수 없다”며 혹평했다. 심지어 2009년 미국 <타임>지는 유튜브를 세그웨이, 마이크로소프트 ‘준’과 함께 ‘지난 10년간 가장 큰 기술 실패 사례’로 선정했다. 구글 역사상 최악의 인수라며 절대 수익을 낼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2006년 ‘구글의 가장 큰 실수’라 불렸던 유튜브 인수. 하지만 20년 뒤 구글의 핵심 사업으로 성장한다.
유튜브가 넘어야 했던 높은 벽들
유튜브 앞에는 여러 장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끔찍한 화질과 속도동영상 품질은 형편없었고, 로딩은 느렸으며, 자주 끊어졌다.
저작권 전쟁음반 회사들이 줄줄이 소송을 걸어왔다.
수익모델 부재사용자는 늘어나는데 돈 벌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구글의 뚝심 있는 해결책
하지만 구글은 포기하지 않았다.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해나갔다.

구글의 강력한 서버 기술로 화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기존의 흐릿하고 자주 끊기던 동영상이 HD 품질로 끊김 없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또한 휴대폰으로 찍은 영상도 클릭 몇 번으로 쉽게 올릴 수 있게 만들었다. 기존 동영상 사이트들이 10단계가 넘는 복잡한 업로드 과정을 요구했던 것과는 천지 차이였다.

무엇보다 혁명적이었던 건 크리에이터 파트너 프로그램이었다. 동영상을 올린 사람들에게 광고 수익을 나눠주는 시스템을 만들어, 영상 업로드가 단순한 취미가 아닌 직업이 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수많은 크리에이터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결과는? 2025년 현재 유튜브의 기업가치는 5000억 달러가 넘는다. 구글 전체 가치의 30%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 되었다.
영상 제작 취미를 직업으로 만든 유튜브의 크리에이터 파트너 프로그램.
토스은행의 벽을 무너뜨린 3초의 마법
처음엔 아무도 믿지 않았다
2014년 토스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 반응은 시큰둥했다. “은행도 아닌 스타트업 앱으로 돈을 보낸다고? 사기당하면 어쩌지?” 당시만 해도 금융은 ‘안전제일’이 최우선이었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불신이 컸다. 기존 금융권에서도 토스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봤다. “스마트폰으로 송금? 그런 게 될 리가 없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작은 스타트업 토스 앞에는 더 높고 견고한 벽들이 서 있었다.
까다로운 금융 규제정부 허가는 복잡하고, 보안 기준은 까다로웠다.
기존 은행들의 강력한 저항수십 년간 지켜온 업무를 침범한다며 반발했다.
사용자들의 불안감은행도 아닌데 해킹당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컸다.
토스만의 돌파 전략
토스는 어떻게 이 벽을 넘어섰을까?

가장 중요한 건 ‘압도적인 편리함’이었다. 기존 은행에서 송금하려면 공인인증서, 보안카드, OTP 등 복잡한 인증을 7단계나 거쳐야 했는데, 토스는 지문 하나로 3초 만에 끝냈다.

동시에 최첨단 보안기술을 도입해 안전성을 입증했고, 정부와 지속해서 소통하며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나갔다. 2015년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이승건 대표가 직접 금융 규제 개선을 건의한 것도 큰 전환점이었다.

송금에서 시작해 가계부, 투자, 대출, 보험까지 단계적으로 확장했다. 단계마다 사용자들이 충분히 적응할 시간을 주면서도 자연스럽게 다음 서비스로 이어지도록 설계했다. 지금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금융 앱이 되어, 2025년 3월 기준 2408만 명이 사용하고 있다.
토스는 대중의 불신을 극복하고 금융 생활을 뒤바꿨다.
7단계 인증 절차를 지문 한 번으로 축소한 토스 송금 서비스.
캐즘을 뛰어넘는 4가지 비밀
두 기업의 성공 사례에서 캐즘 극복의 핵심 전략을 뽑아내면 이렇다.
1 극단적으로 쉽게 만들어라 기술 애호가들은 불편해도 참지만, 일반인들은 기존보다 확실히 편해야 갈아탄다. 유튜브는 복잡했던 동영상 업로드를 ‘찾기-선택-업로드’ 3단계로 줄였고, 토스는 7단계 인증을 지문 한 번으로 바꿨다.
3 사용자가 사용자를 부르게 하라 가장 강력한 마케팅은 고객이 자발적으로 다른 고객을 데려오는 것이다. 유튜브는 공유 기능으로 콘텐츠가 퍼지게 했고, 토스는 ‘토스로 보내줘’가 일상어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확산됐다. 두 서비스 모두 사용자가 많을수록 더 가치 있는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냈다.
2 한 번에 다 하려 하지 마라 처음부터 모든 기능을 넣으면 사용자만 혼란스럽다. 핵심 서비스로 사용자를 확보한 후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게 답이다. 유튜브는 개인 영상에서 시작해 전문 콘텐츠까지, 토스는 송금에서 시작해 종합 금융 플랫폼까지 차근차근 키워나갔다.
2 한 번에 다 하려 하지 마라 처음부터 모든 기능을 넣으면 사용자만 혼란스럽다. 핵심 서비스로 사용자를 확보한 후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게 답이다. 유튜브는 개인 영상에서 시작해 전문 콘텐츠까지, 토스는 송금에서 시작해 종합 금융 플랫폼까지 차근차근 키워나갔다.
3 사용자가 사용자를 부르게 하라 가장 강력한 마케팅은 고객이 자발적으로 다른 고객을 데려오는 것이다. 유튜브는 공유 기능으로 콘텐츠가 퍼지게 했고, 토스는 ‘토스로 보내줘’가 일상어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확산됐다. 두 서비스 모두 사용자가 많을수록 더 가치 있는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냈다.
4 나만의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라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면 이탈을 막을 수 있다. 유튜브는 추천 알고리즘으로 각자 취향에 맞는 영상을 보여주고, 토스는 소비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안했다.
기술의 성공, 결국 사람이 답이다
캐즘을 뛰어넘은 기술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사람을 중심에 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사람들이 쓰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유튜브는 누구나 쉽게 동영상을 만들고 볼 수 있게 했고, 토스는 복잡한 금융을 간단하게 만들었다.
앞으로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메타버스 등 새로운 기술들이 캐즘이라는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이 가운데 살아남을 기술은 과연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사람들의 진짜 문제를 해결하고, 일상을 더 편리하게 만드는 기술이 캐즘을 넘어설 것이다. 기술은 결국 도구일 뿐이고, 그 도구를 사람들의 삶에 어떻게 녹여내느냐가 성공의 열쇠다. 혁신의 무덤에서 살아남는 것은 가장 뛰어난 기술이 아니라, 가장 사람다운 기술이다.
앞으로 살아남을 기술은 사람을 중심에 둔 가장 사람다운 기술이다.
이영민 서울대 벤처경영학 산학협력 교수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포항공대 산업공학 석사, 상명대 경영학 박사과정을 거쳐 20년간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일했다.
한국벤처투자 대표를 지낸 뒤, 현재 서울대 벤처경영전공 산학협력 교수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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