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체의 접착력을 모방한 기술들
자연을 모방해 만든 상품 중 가장 실용적인 것은 ‘벨크로’ 테이프입니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고 있는, 일명 ‘찍찍이’라 불리는 접착제입니다. 조용한 산길이나 들길을 거닐다 보면
엉겅퀴의 씨가 바짓단에 붙어 따라오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겁니다. 엉겅퀴는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 사람 옷이나 동물 털에 들러붙어 먼 곳까지 이동할 수 있는 특수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벨크로는 엉겅퀴의 갈고리를 흉내 낸 발명품입니다.
1941년 스위스의 전기기술자 조르주 드 메스트랄이 개와 함께 사냥을 나갔습니다. 사냥을 끝내고 집에 돌아온 그는 개의 털에 엉겅퀴 씨가 달라붙어 있는 걸 보고 털어냈지만, 잘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상해서 확대경으로 확대해보니 씨가 갈고리 모양으로 생긴 겁니다. 이걸 보고 영감을 얻은 그는 작은 돌기들을 이용한 잠금장치 벨크로 테이프를 개발했다고
합니다. 원리가 단순하고 제작비용이 저렴해 옷소매나 운동화, 심지어 무중력 상태 우주선 안의 도구를 고정하는 데까지 다양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엉겅퀴 씨앗의 갈고리 구조에서 ‘찍찍이’ 벨크로가 탄생했다.
홍합도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홍합이 바위에 단단하게 붙어 있을 수 있는 이유는 10개의 아미노산이 반복돼 있는 단백질 때문입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이해신
교수는 홍합을 바위에 달라붙게 하는 접착 단백질의 힘을 단일 분자 수준에서 처음으로 규명한 연구 결과를 2006년 미국 ‘국립과학회보’에 게재했습니다. 2007년에는 과학 학술지
‘네이처’와 ‘사이언스’에도 실렸습니다. 당시 그는 미국 노스웨스턴대 생의학공학과 박사과정 중이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현재 홍합의 아미노산 물질 도파를 응용해 수술 후 상처 부위에 붙이는 접착제가 개발되었습니다. 홍합 접착제는 물에 젖을수록 더욱 강력한 접착 능력을 갖추어 물에 젖어도
결코 떨어지지 않습니다. 의사들은 환자를 수술한 후 상처를 실로 꿰맬 필요 없이 접착제를 바르기만 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