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에 빠진 기술의 공통점
캐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기술은 의외로 많다. 현시점 캐즘에 빠져 대중에게 보급되지 못하는 기술의 사례로는 세그웨이, 일부 스마트홈 기기(초기 스마트 온도조절기 등),
자율주행차 등이 있다.
이러한 기술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우선 사용자 행동의 중대한 변화를 요구한다. 상당한 학습 난도가 따르는 사용 방법을 익혀야 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대중은 일반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회피하며, 설득력 있는 이유 없이는 그러한 급격한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
또한 완전 완비 제품을 제공하지 못한다. 기술만으로는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대중은 뛰어난 핵심 기술은 물론이고 보완 요소를 모두 갖춘 제품, 서비스·지원 및 인프라를
포함하는 제품을 원한다. 즉 완전 완비 제품을 원하는 것이다. 캐즘에 빠진 기술은 이를 제공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초기 전기자동차는 완전 완비 제품의 핵심 요소인
(충전)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캐즘에 직면했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과 그것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제품의 질도 캐즘의 원인이 된다. 대중은 가격에 매우 민감하다. 가격 대비 확실한 가치를 제공하는 검증되고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세그웨이의 높은 가격은 주류 시장 진입의 주요 장벽이었다.
캐즘의 주요 사례로 꼽히는 세그웨이. 기술적으로는 뛰어났지만, 이걸 왜 사야 하는지 대중을 설득할 만한 부분은 모자랐다.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가치를 제안할 수 없는 기술 역시 캐즘에 빠질 수 있다. 기술이 대중화되려면 대중이 처한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능력이 없다면 캐즘에
빠진다.
캐즘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한 경영 컨설턴트의 책에서 비롯된 유행어가 아니다. 20세기 초 자동차 사고에서 드러난 대중의 신기술 수용 심리, 로저스의 확산 이론 연구, 레지스매케나의
마케팅 논의 등을 거쳐 무어에 의해 집약된 결과물이다. 이렇게 쌓인 역사적 맥락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기술이 아무리 혁신적이라 해도 대중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캐즘을 넘지
못한다. 따라서 기업에게 캐즘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혁신이 시장의 현실과 만나는 순간 반드시 직면하는 전략적 과제인 셈이다.
이 두 사례는 혁신적인 신기술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으며, 고객의 심리를 이해하고 완전 완비 제품을 완성하며 전략적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캐즘 극복에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