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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More Tech>키워드 산책
소리에 대하여 ♪
이은희 과학 커뮤니케이터

소리는 누군가에게 '들릴 때' 비로소 완성된다.
이번 칼럼에서는 과학·의학·음악 등 소리를 둘러싼 다양한 시선을 통해 청각 세계의 본질을 탐색한다.

소리의 과학

세스 S. 호로비츠 지음 / 노태복 옮김 / 에이도스 펴냄 / 2017

<소리의 마음들>

니나 크라우스 지음 / 장호연 옮김 / 위즈덤하우스 펴냄 / 2023

소리는 나는 것일까, 들리는 것일까

생물은 태어나고 살아가다 언젠가 죽음을 맞이한다. 별들도 마찬가지다. 그들 역시 우주 어느 곳에서 태어나 존재하다가 소멸하는 삶의 궤적을 겪는다. 다만 찰나에 불과할 정도로 짧은 생명체의 한살이에 비해 별의 일생은 억겁에 달할 만큼 긴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별들의 탄생은 비슷하지만, 그 죽음은 서로 다르다. 별이 어떤 마지막을 맞이할지는 전적으로 그 별의 질량에 달려 있다. 질량이 상대적으로 작은 별은 마치 땔감을 모두 태운 모닥불이 약간의 재만 남기고 저절로 꺼지듯이 백색왜성이 되어 수축하며 식어간다. 반면 질량이 매우 큰 별은 마치 불 속에 넣은 포탄이 터지듯, 모든 에너지를 일순간에 폭발시키는 초신성 폭발로 생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초신성 폭발에서 발생하는 빛은 수억 광년 넘는 곳에서도 관측될 정도로 밝지만, 그 소리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진공에 가까운 우주공간에서는 초신성 폭발에 수반되는 엄청난 진동을 음파로 바꿀 매질이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주는 고요하다. 별이 태어나고 불타오르고 사라지는 그 모든 변화는 빛으로 보이지만 소리로 들리지는 않는다. 소리는 나는 것이 아니라, 들리는 것이다.

생명의 시작부터 뇌의 진화까지, 소리와 청각의 신경과학

생물의 특징 중 하나는 외부의 자극을 인식하고 그에 따라 반응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자극 중에서 가장 원초적인 자극은 소리와 냄새다. 세포 하나로 이루어진 박테리아조차도 인식하는 자극이 바로 이들이기 때문이다. 수십억 년에 이르는 생물의 진화 과정에서 수많은 생명체가 나타나고 스러져 갔으나, 소리를 인식하지 못하는 생물은 거의 없었다. 그 진화의 나이테는 인간에게도 오롯이 남아 있다. 우리의 뇌는 소리에 반응하며 진화해왔고, 그리하여 소리는 우리의 마음을 만들었다. 소리, 그리고 그 소리를 인식하는 청각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신경과학자들이 지나칠 리 없다. 처음 나왔을 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소리의 과학>은 아쉽게도 절판되었지만, 비슷한 내용을 다룬 <소리의 마음들>은 여전히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

<뮤지코필리아>

올리버 색스 지음 / 장호연 옮김 / 알마 펴냄 / 2012

올리버 색스가 발견한 '음악하는 인간'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신경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올리버 색스가 들려주는 음악과 인간의 정신에 대한 이야기. 평생 동안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른 마음을 가진 이들을 접한 색스 박사는 그 과정에서 음악이 가진 남다름에 주목하게 된다. 치매로 모든 기억을 잃었지만 자신이 불렀던 노래만은 기억하는 성악가, 치명적인 뇌염으로 발달장애인이 되었지만 수천 곡의 오페라를 모두 외우고 연주할 수 있는 음악 서번트, 뇌종양에 걸린 후 음악을 들으면 발작을 일으키는 음악가 등의 사례를 접하며 인간은 선천적으로 음악Music을 사랑하는Philia 존재로 타고났다고 여기게 되었다. 의학계의 시인Poet Laureate of Medicine으로 불리는 색스 박사가 들려주는 인간과 음악에 대한 흥미롭고 감동적인 이야기.

<언어의 아이들>

조지은 & 송지은 지음 / 사이언스북스 펴냄 / 2019

듣고 들려줄 때 비로소 의미가 되는 소리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동물의 일종이다. 하지만 동물과는 다르다. 다른 동물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 중 하나는 언어의 사용이다. 소리를 내는 동물은 셀 수 없이 많지만, 그 소리를 매우 정교하게 발화하여 정보를 교환하고 단어에 의미를 담고 목소리에 마음을 싣는 일은 오직 인간만이 가능하다. 그래서 아이들은 언어를 발화하고 창조하는 능력을 타고난다. 나의 쌍둥이 아이들 역시 처음 말을 배우던 시절, 둘만 이해할 수 있는 소리로 한참이나 떠들곤 했다. 그러나 인간이 인간답게 말할 수 있기 위해서는 누군가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그에 적합한 답을 들려주어야 한다. 언어는 서로의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증폭되고 확장되어 결국 오롯한 한 개인의 일부로 자리 잡는다. 소리는 듣고 들려주는 것일 때 의미가 생긴다.

유튜브 찾아볼까?
Julian Cohen의 유튜브
낯선 이들을 하나로 잇는 즉흥의 선율
길거리에서 피어나는 하모니

공항이나 노천카페, 거리 등 일상적인 장소에서 한 남자가 피아노를 치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잠시 발걸음을 멈춘 채 그의 멋진 연주를 듣는다. 이 영상의 매력은 그의 연주 중간에 누군가가 나서 신청곡을 청할 때다. 그가 신청을 받아들여 새롭게 연주를 시작하면, 청한 이는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거나 혹은 바이올린이나 플루트 등 자신의 악기를 꺼내 합주를 시작한다. 아름다운 음악과 그 선율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는 사람들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풀어내는 힘이 있다.

#즉흥연주#음악#하모니

네이버 웹툰 <나는 귀머거리다>
소리 없는 세상이 건네는 진솔한 울림
당연했던 청각의 세계를 돌아보게 만드는 일상 기록

너무나도 직설적인 제목 그대로 청각장애인인 작가 라일라의 일상을 그린 자전적 웹툰. 귀여운 그림체와 유쾌한 대사,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패러디와 드립이 잘 어우러져 첫인상은 매우 밝고 긍정적이다. 하지만 비장애인이 다수인 세상에서 장애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매우 진솔하게 보여주어, 매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잠시 뒤를 돌아보게 된다. 소리로 가득 찬 세상에서 살아가기에 소리 없는 순간을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이야기다.

#소리#일상 #청각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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