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물 수집가가 들려주는 광물 이야기
우리가 발 딛고 선 땅속에는 수십억 년에 걸친 지구의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다.
그 역사의 산물인 ‘광물’은
단순한 돌덩이가 아니라 현대 기술과 산업을 지탱하는 핵심 재료이자, 때로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자연의 예술 작품이다.
이지섭 지음 / 과학동아북스 펴냄
1968년 어느 날, 오래전 채굴을 중단한 멕시코 콩그레스-레온 광산에 한 남자가 들어섰다. 광물 딜러인 베니 펜이었다. 갱도를 지탱하는 목재가 불에 타고 곳곳이 침수돼 있었지만, 그는 두려움이 없었고 목숨 건 모험을 시작했다.
목숨을 건 모험 끝에
지하 300m 지점에 이르자, 광물 결정이 방해 없이 성장할 수 있는 커다란 공간인 ‘포켓’이 나타났다. 그것만으로도 행운인데, 샛노란 포도송이 같은 황연석Mimetite이
가득했다! 그는 기계장치를 설치하고 3개월간 작업을 이어갔고, 그 막대한 양의 보물을 모두 지상으로 옮겨오는 데 성공했다. 전에 본 적 없는 아름다운 표본에 전 세계
수집가들이 열광했다.
이 성공 스토리는 또 다른 모험가들을 자극했고, 지금도 세계 곳곳의 오지에서 모험이 계속되고 있다. 요컨대 바로 이런 모험가들 덕분에 우리가 박물관 등에서 아름다운 광물
표본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한국 최고의 광물 수집가’로 불린다. 젊은 시절 해외 출장 중 우연히 미국 자연사박물관에 들렀다가 광물의 매력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이후 36년간
3000여 점의 표본을 모았다. 그러고는 은퇴 후 직접 설립한 민자연사연구소에 광물을 전시하고, 그에 관한 재미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책은 2015년부터 약 3년간 월간 과학 전문지 <과학동아>에 연재한 글을 전자책으로 엮은 것이며, 해당 원고를 다듬고 내용을 보완해 2018년 동명사에서〈광물, 그
호기심의 문을 열다〉라는 제목으로도 출간했다.
광물의 아름다움이 세상 밖으로
콩그레스-레온 황연석의 성공 스토리로 서두를 열었지만, 모든 표본이 세상에 나오자마자 환호를 받는 건 아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북케이프주 리엠바스마크에서 산출된 형석은
1970년대 요하네스 지질박물관에서 처음 선보였는데, 30년간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저자도 1987년 이곳에 들른 적이 있지만, 기억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표본이 2006년 뮌헨 광물보석전시회에 등장해 갑작스레 전 세계 수집가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누군가 이 광물의 아름다움을 살려내는 처리 방법을 알아낸 덕이다.
원래는 생성 과정에서 2차적으로 형성된 석영 미세 결정이 표면을 덮고 있었는데, 이를 녹여낸 것이다. 사진을 통해 보는 이 표본은 에메랄드 빛깔도 아름답지만 피라미드 모양의
결정 안에 은은히 비쳐 보이는 또 다른 결정, 즉 ‘유령 현상’이 신비로움을 더한다.
한국의 수집가에게 오기까지
이토록 귀한 표본이 어떻게 한국의 수집가에게 오게 된 걸까. 저자에 따르면 수집의 결정적 요소는 ‘인연’이다. 특정 시간·장소에서 마주쳐야 하고, 표본의 가치와 비용을
저울질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춰야 한다.
저자는 2011년 5월 서울에서 열린 국제광물전시회에서 이 표본을 운명처럼 다시 만났다고 한다. 보자마자 눈이 번쩍 뜨였고 가슴이 두근거렸다고. 그 자리에서 갖고 있던
중국산 형석 두 점과 약간의 현금을 얹어주고 표본을 얻었다.
결국 이 책은 단순히 광물의 사진과 일반적인 정보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표본 하나하나에 깃든 발견의 순간, 사람과의 인연, 그리고 세월을 건너온 사연들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지층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광물이 용감한 모험가의 손을 거쳐 세상 밖으로 나오고, 누군가의 노력으로 그 아름다움이 드러나며, 전 세계의 안목 있는 수집가들을
거쳐 마침내 이곳에 이른다. 그 여정을 따라가는 이야기가 참 매혹적이다.
#민자연사연구소#과학동아#광물수집
어니스트 샤이더 지음 / 안혜림 옮김 / 위즈덤하우스 펴냄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이 땅을 파헤쳐야 할까?
광물을 이용하는 인간의 현재와 미래를 다룬 책이다. 로이터 특파원인 저자가 수년간의 치밀한 취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친환경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핵심
광물을 둘러싼 거의 모든 맥락을 담았다. 방대한 광물 공급망, 그 배경에 놓인 정치·경제적 동력, 아동노동 문제, 광물 채굴로 인한 생물다양성 훼손 등 다양한
문제의 이해관계를 다룬다.
인류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대는 것이, 오랫동안 폭력과 오염의 상징이었던 ‘광산 산업’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 그 자체다. 에너지 전환이 초래하는
복잡한 영향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
#전기차#리튬#희토류#자원전쟁

로버트 M. 헤이즌 지음 / 김미선 옮김 / 뿌리와이파리 펴냄
자갈 한 알에도 지구의 역사가
미국 카네기연구소 산하 지구물리연구소 선임 연구원인 저자는 2008년 동료들과 함께〈광물의 진화〉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핵심은 암석과 광물로 이뤄진 ‘지권’과
살아 있는 ‘생물권’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공진화해왔다는 것. 그 논의를 깊이 있게 풀어낸 책이다.
연구에 따르면, 수십억 년 전 우주에는 광물이 존재하지 않았다. 알려진 4500여 종의 광물 중 무려 3분의 2가량이 약 24억3000만 년 전 대기 중
산소가 지금의 0.001%에서 급증한 ‘대산화 사건’ 이후 생성됐다. 즉 광물 대부분이 생물의 개입 없이 형성되기 어려웠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지구의 역사는
원소, 광물, 암석, 생물이 함께 엮어낸 수십억 년의 공진화라는 것이다.
저자는 과학자의 상상력과 역사학자의 치밀함으로 지구가 수없이 거듭해온 일들을 세밀하게 복원해낸다.
#광물학#지질학#공진화




광물 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가치를 지니는 ‘보석’에 대해 소개한다. 아름다움과 희소성을 근거로 값어치가 매겨지니, 지극히 인간 관점으로 분류한 광물들인 셈. 영상은 보석을 욕망한 인류 역사를 다루는데, 유럽 왕실의 권력 다툼부터 예술 작품 속 보석과 원석을 가공하는 과정까지, 인간과 가장 밀접하게 지내온 광물의 흥미진진한 속사정을 만날 수 있다.
#보석#라페레그리나#코이누르



우리가 평생 소비하는 광물의 놀라운 양!
친환경 신소재를 연구하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수정 박사와 함께하는 광물 이야기. ‘광물이란 무엇인가’라는 기본 정의에서부터 시작해, 식품과 약품 속에 포함된 광물, 한 사람이 평생 섭취하는 광물의 양, 그리고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좌우하는 커팅 기술까지, 흥미로운 주제를 아우르는 강연을 들을 수 있다.
#미네랄#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