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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ism>공학자의 시선
AMP의 병리 기전 해석이 열어가는 신약 개발의 미래
  • ❶ 질병이 어떻게 생기고 진행되는지에 대한 원리와 과정.
강현 단국대학교 임상병리학과 교수
위기의 감염 시대, 새로운 대응 전략으로서의 AMP
다제내성균(MRSA, CRE 등)의 전 세계적 확산은 기존 항생제의 효과를 빠르게 무력화하고 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우선 대응 과제로 지정할 만큼 중요한 보건 위기다. 기존 항생제는 특정 효소 또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기에 내성 발생이 빠르며, 감염성 질환의 치료 가능성을 점점 낮추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항균펩타이드AMP, Anti-microbial Peptide는 새로운 감염 대응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AMP는 짧은 아미노산 서열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균의 세포막을 직접 파괴하거나 숙주의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이중 기전을 통해 작용한다. 특히 해양생물 유래 펩타이드는 극한 환경 적응과 구조적 다양성을 바탕으로 우수한 항균 활성을 보이는 특징을 갖는다.
  • ❷ 여러 종류의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으로, 보통의 항생제 치료로는 죽지 않고 버티는 세균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병원에서 감염 관리에 가장 주의하는 게 바로 MRSA와 CRE다.
단국대학교 연구소의 AMP 발굴과 설계 전략
단국대학교 해양바이오·식의약융합기술연구소(소장 강현, 이하 연구소)는 어류 가공 부산물(내장, 껍질 등)로부터 유래한 저분자 펩타이드를 친환경 발효 공정을 통해 생산하고, 이 가운데 항균 활성이 높은 펩타이드를 고속 스크리닝 기술로 선별하고 있다. 특히 본 연구소는 회문형Palindromic Sequence 기반의 서열 구조를 갖는 펩타이드를 세계 최초로 동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기능성 확장형 설계에 집중하고 있다. 해당 서열은 EGFR 및 AKT 신호 경로를 활성화하여 조직 재생 기능을 유도하는 동시에, 세균 세포막을 직접 손상해 항균 효과를 유발하는 이중 기능성을 갖는다. 구조 기반 설계, 도킹 시뮬레이션, 생체 접합 플랫폼 기술(Sortase A 활용) 등이 융합돼 AMP의 치료 효율성과 조직 특이성까지 고려한 다기능 펩타이드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다.
  • ❸ 앞에서 읽으나, 반대 방향에서 상보적으로 읽으나 같은 DNA나 RNA의 서열을 의미.
  • ❹ 세포막 표면에 있는 단백질.
  • ❺ 세포 안쪽(세포질)에서 작동하는 효소 단백질.
병리학 기반 기전 해석의 과학적 가치
AMP의 생물학적 효과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단순 항균 활성을 넘어 그 작용 기전이 생체 내에서 어떻게 전개되는지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단국대 연구소는 다양한 병리학 기반의 기전 분석을 병행하고 있다. EGFR, AhR, Fyn Kinase 등 주요 세포 수용체와의 상호작용 여부, 세포막 손상 및 세포 사멸 유도 기전은 면역 형광 염색, Western Blot, TUNEL Assay, Caspase-3 활성 정량, TNF-α/IL-6 등 사이토카인 정량 분석을 통해 실험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이러한 병리학적 분석은 AMP가 단순한 항균제를 넘어 염증 억제, 면역조절, 조직 재생까지 유도할 수 있는 차세대 다기능 바이오소재임을 입증하며, 실제로 MRSA 감염 세포 및 CRE 감염 동물 모델에서의 적용 가능성이 점차 실증되고 있다.
  • ❻ 세포 표면(또는 내부)에 있는, 특정 신호나 물질을 받아들이는 단백질.
  • ❼ 우리 몸의 면역반응에서 분비되는 ‘사이토카인’의 양을 정확히 측정하는 과정을 말한다.
새로운 공학적 접근이 창출한 가치 : 어류 부산물의 변신
어류 부산물은 과학적 전환 기술을 통해 저분자 펩타이드 기반 고부가가치 바이오소재로 재탄생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화장품·식품·의약으로 활용이 확장되어, 친환경 순환 경제 구축과 지역산업 활성화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어류 부산물
상대적 부가가치 수치
어류 부산물 유래 아토피 개선 소재
해양 부산물 펩타이드는 세포와 동물 모델에서 염증 억제 및 IL-33R 경로 조절을 통해 아토피 피부염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이러한 성과는 어류 부산물이 단순 폐기물이 아니라, 피부질환 관리와 친환경 순환 경제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혁신 자원임을 보여준다.
어류 부산물 유래 OP-6의 분자 도킹에 의한 IL-33R 억제 스크리닝
DNCB 유도 NC/Nga 아토피피부염 동물 모델에서 OP-6의 개선 효능
AMP 기술이 가져올 사회적·산업적 파급력
AMP는 감염병 치료를 위한 신약후보물질일 뿐만 아니라, 동물용 항생제 대체제, 식품 보존제, 감염성 피부질환 치료제, 친환경 살균 소재 등으로 확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해양 부산물의 자원화와 발효 기반 공정은 산업의 탄소중립 요구에도 부합하며, 친환경 고부가가치 산업 모델로서 국가적 R&D 전략과도 연결될 수 있다. 이는 폐기물 저감, 식품 안전, 동물복지 등 지속 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미래 산업구조에서 AMP가 차지하는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한다.
해조류에서 찾은 해답, 호흡기 건강을 위한 기능성 혁신
미세먼지, 황사, 대기오염으로 인해 ‘숨쉬기조차 힘든 시대’가 도래하면서, 호흡기 건강을 위한 예방적 접근이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 속에 단국대학교 연구소 이성규 교수 연구팀은 해양자원의 가치에 주목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3년여 연구 끝에, 해조류에서 유래한 생리활성 물질이 ‘기관·기관지 건강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고, 마침내 2025년 6월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해당 기능성으로 국내 최초 개별인정형 승인(제2025~33호)을 획득했다. 이는 해양 소재를 활용한 호흡기 건강 기능성 인증 사례로는 처음이며, 육상과 해양을 아우른 기능성 소재 시장 전체에서 전례가 없는 성과다.

이 연구는 단순한 소재 개발을 넘어 기능성의 분자 기전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인체 적용 시험까지 완료함으로써 기능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JCR 상위 10% 이내 SCI 논문 3편, 특허등록 4건, 네오뉴트라와의 공동 인체 연구 등 탄탄한 데이터는 학문적 기여를 넘어 기업체 기술이전을 통한 산업적 활용 가능성까지 확장됐다. 특히 ‘기관·기관지 건강’은 아직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미개척 영역으로, 본 연구는 해양 바이오소재의 고부가가치화는 물론이고 기후 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기능성 과학의 방향성을 제시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생명공학자이자 임상병리학자로서의 시선과 철학
과학자는 데이터를 만들고, 공학자는 솔루션을 설계하며, 임상병리학자는 생체 기전을 연결하는 해석자이자 중개자다. 필자는 이 세 가지 역할을 융합하는 자리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AMP가 질병에 작용하는 기전, 그 반응이 인체에서 어떻게 변환되는지, 치료로 이어지기까지 어떤 과학적 근거가 필요한지 고민하고 해석하는 것, 그것이 바로 임상병리학자이자 융합공학자로서의 제 역할이라 믿는다.

기술이 사람에게 도달하려면 반드시 생리적 설득력을 갖춰야 한다. 그 설득력은 기전의 해석에서 시작된다. AMP라는 작은 펩타이드를 통해 생명과 기술, 해양과 의학, 기초와 임상을 연결하는 일. 그것이 지금 이 시대의 생명공학자가 감당해야 할 연구의 방향이자 철학이라 생각한다.
강현 단국대학교 임상병리학과 교수
단국대학교 해양바이오·식의약융합기술연구소 소장.
연세대학교 졸업 후 케임브리지, 하버드, MIT 및 미국 다이치산쿄제약에서 연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양 부산물 유래 펩타이드를 활용한 차세대 바이오 융합 신약 개발에 주력하는 신약 개발자다. 2024년부터는 팔란티어테라퓨틱스㈜에서 CEO/CSO를 겸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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