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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M.AX Series②
AI 공장,
‘운영체계’를 만들다

카이로스가 여는 자율 제조 플랫폼 시대

김선녀 사진 김기남

실험실의 기술이 실제 공장 환경에서 살아 움직이기 위해서는 개별 기술의 성능을 넘어선 ‘통합 운영체계’의 검증이 필수다.
AI 무인공장 실증 랩 카이로스를 통해 대한민국 제조 현장의 새로운 임계점을 돌파할 ‘제조 AI 실증 전략’의 핵심을 짚어본다.

제조산업이 또 한 번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보호주의 확산 속에서 제조업은 이제 생산을 넘어 ‘국가 안보’의 핵심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카이스트가 구축한 AI 기반 무인공장 플랫폼 ‘카이로스KAIROS’는 공장의 개념 자체를 다시 정의하는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개별 설비의 자동화를 넘어, 공장 전체를 하나의 지능형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새로운 제조 패러다임이 본격적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공장 운영체제’를 향한 도전, 제조의 판을 바꾸다
그동안 한국 제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 역량을 갖추고도, 공장 운영의 핵심 영역에서는 해외 기술에 의존해왔다. 독일의 지멘스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공장 자동화 장비와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시장을 주도하며, 제조의 ‘두뇌’ 역할을 담당해온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의존을 넘어, 공장의 설계와 운영 방식 자체가 외부 플랫폼에 종속되는 구조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한계로 지적돼왔다. 특히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플랫폼 종속성은 더욱 강화되는 특성을 보이며, 장기적으로는 산업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카이로스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시도에서 출발했다. 개별 기계의 성능 경쟁을 넘어, 공장 전체를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제조용 운영체제Manufacturing OS’를 확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배경이 됐다. 단순 설비 자동화 수준이 아니라, 서로 다른 로봇과 공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내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나아가 공장 내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스스로 축적하고 활용할 수 있는 자립적 구조를 구축하는 것 역시 중요한 목표로 설정됐다.

카이로스가 지향하는 공장은 명확하다. 물류 로봇, 조립 로봇, 휴머노이드 등 수많은 서로 다른 기종의 장비들이 하나의 오케스트라처럼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진정한 AI 공장’이다. 궁극적으로는 사람의 개입 없이 운영되는 ‘다크팩토리Dark Factory’를 구현해, 제품이 아니라 ‘공장 시스템과 운영의 지혜’ 자체를 수출하는 산업으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제조업의 경쟁 기준을 생산량이나 원가가 아닌, 운영 능력과 시스템 경쟁력으로 전환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두뇌’가 생긴 공장, 자동화에서 자율화로
제조 현장은 지금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고정된 컨베이어 중심의 생산 라인은 점차 사라지고, 자율주행 물류 로봇AMR과 셀Cell 단위 생산을 기반으로 한 유연한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과거가 개별 공정을 자동화하는 ‘점의 혁신’이었다면, 현재는 공정 간 흐름과 연결을 최적화하는 ‘선과 면의 혁신’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카이로스는 단순한 제어시스템이 아닌, 공장 전체를 통합하는 ‘지능형 접착제’이자 ‘운영 두뇌’로 작동한다. 공정 간 물류 흐름, 설비 상태, 작업 우선순위 등 다양한 요소를 동시에 고려해 실시간으로 자원을 재배치하며, 기존 제조 시스템이 갖고 있던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스스로 관리하는 구조를 만든다.

특히 카이로스는 ‘KAIROS LOGOS’라는 의사결정 AI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이 시스템은 시각언어 모델VLM과 강화학습을 기반으로 공장의 전체 상황을 이해하고, 작업 할당과 공정 최적화, 로봇 협업을 결정한다. 동시에 디지털트윈 플랫폼 ‘KAIROS JANUS’에서 미래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며, 실제 생산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병목이나 충돌을 사전에 조정한다.

이처럼 공장은 이제 사람이 계획하고 기계가 실행하는 구조가 아니라,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운영하는 ‘자율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실증과 데이터, 그리고 ‘다크팩토리’로 가는 길
카이로스의 또 다른 특징은 기술 개발을 넘어 실제 공장 환경에서의 실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카이스트 실증 랩은 단순한 테스트 공간이 아니라, 공장 운영의 핵심 구조를 검증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대화형 AI 공장장’ 실증에서는 관리자가 자연어로 공장 상황을 질의하면, AI가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제 원인을 추론하는 과정을 성공적으로 입증했다.

이 과정에서 확인된 가장 중요한 사실은, 개별 기술의 성능보다 ‘통합 운영’이 전체 생산성을 좌우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빠른 로봇이라도 시스템 전체의 흐름이 최적화되지 않으면 생산효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공장의 경쟁력은 개별 장비가 아니라, 이를 어떻게 연결하고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데이터 역시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제조 데이터는 금융이나 IT 데이터와 달리 불균형과 노이즈가 크기 때문에, 단순한 수집보다 체계적인 관리와 표준화가 중요하다. 카이로스는 시간당 수백 GB 규모의 데이터를 처리하며, 센서 데이터, 로봇 행동 데이터, 운영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활용해 AI의 판단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다만 완전한 다크팩토리를 구현하기까지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 극히 드문 불량 사례를 학습해야 하는 데이터 문제, 가상환경에서 학습한 결과를 실제 공장에 정확히 적용하는 심투리얼Sim-to-Real 기술, 그리고 무엇보다 안전성과 신뢰성 확보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이러한 도전에도 불구하고 방향은 분명하다. 앞으로 제조산업은 공장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보다 얼마나 잘 ‘운영하느냐’의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카이로스는 그 변화의 중심에서, 한국 제조업이 ‘제품 수출 국가’를 넘어 ‘공장 시스템 수출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카이스트 실증 랩의 핵심 구조를 보여주는 전경이다. 제조 현장 곳곳에 배치된 서로 다른 기종의 로봇과 자동화 설비들이 거대한 ‘데이터 연결망’을 통해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Mini Interview
장영재 카이스트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
Q1. 실증 랩을 통해 AI 공장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어려움은 기술을 실제 공장 환경에 적용하기 전에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체계가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가동 중인 공장에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바로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부담이 크기 때문에, 별도의 실증 환경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현재 시장에서는 로봇과 자동화 기술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과 공간이 부족해, 수요 기업과 공급 기업 간 신뢰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인된 기관을 중심으로 기술을 검증하고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카이로스 역시 이러한 실증과 평가 체계를 구축해, 시장의 신뢰 기반을 만들어가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Q2. AI 공장에서 데이터는 어떤 의미를 갖나요?
제조 데이터는 단순히 많이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맥락과 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센서 데이터, 로봇 행동 데이터, 운영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통합해야 AI가 실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결국 데이터 체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공장 운영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Q3. AI 공장 플랫폼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핵심은 개별 기술이 아니라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체계’와 ‘시장 설계’입니다. 지금까지는 기술을 개발하면 시장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AI 공장 같은 분야에서는 기술과 함께 시장과 비즈니스 모델을 동시에 만들어가야 합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는 무인공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개별 설비나 로봇 단위로 경쟁해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하나의 플랫폼과 표준 위에서 협력하는 ‘팀 코리아’ 전략을 통해, 공장 전체를 구성하는 운영 시스템과 그 노하우를 패키지로 수출해야 비로소 경쟁력이 생깁니다. 결국 앞으로의 제조 경쟁은 제품이 아니라 ‘공장 시스템과 운영 방식’을 누가 먼저 구조화하고 시장으로 확장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판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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