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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ing Tomorrow>R&D Project
자율주행의 눈과 두뇌,
국산 기술로 깨어나다
다중센서 기반 Level 3 이상의 자율주행 자동차를 위한 신호처리 SoC 및 플랫폼 개발 ㈜넥스트칩
김아름  사진 이승재

완전 자율주행의 시대가 성큼 다가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상보다 자율주행자동차의 상용화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안전성과 법·제도적 이슈가 쉽게 정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틈은 국내 소·부·장 기업에겐 기회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을 국산화한 ㈜넥스트칩이 그 대표적 사례다.

연구과제명
다중센서 기반 Level 3 이상의 자율주행자동차를 위한 신호처리 SoC 및 플랫폼 개발
제품명(적용 제품)
APACHE6
개발기간
(정부과제 수행기간)
2020.4.~2024.12.
총 정부출연금
38억9100만 원
개발 기관
㈜넥스트칩,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캔랩, 이래에이엠에스㈜
참여 연구진
천이우, 서승범, 변형주, 신상명, 방수석, 윤두현, 이동 근, 최현규, 이성용, 목은희, 김수민, 김대희, 정재철, 이경열, 이태건, 장영수, 조세빈, 조혜성, 김솜이 외
ADAS는 자율주행의 기초 기술이자 출발점으로 불린다. 자율주행은 레벨 0부터 5로 나누는데, ADAS는 그중 레벨 1~2 수준의 기술에 해당한다. 하지만 레벨 3 이상의 고도화된 자율주행 차량에서도 ADAS 기술이 핵심 기반으로 작용한다. ADAS는 자동차가 사람처럼 주변을 보고 인식하며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차량은 차선을 인식하고 앞차를 추적하며 보행자 출현 등의 돌발 상황을 감지해, 직접 대응하거나 운전자에게 위험을 경고한다. 이러한 ADAS를 구성하는 핵심 중 하나는 ‘영상 처리 기술’이다. 최근 넥스트칩은 자사의 영상 처리 기술을 바탕으로, 실제 자동차에 탑재 가능한 ADAS 전용 SoCSystem on Chip 개발에 성공했다.
  • ❶ SoCSystem on Chip: CPU, GPU, 메모리, 입출력장치 등 여러 기능을 하나의 칩 안에 넣어 만든 통합 시스템이다. 부피와 소모 전력, 발열 등이 줄고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빨라진다.
센서 융합에서 영상 처리까지, 자체 기술로 완성
넥스트칩이 진행한 과제의 핵심 키워드는 ‘다중센서’로, 여러 개의 다른 센서가 보내는 각각의 신호를 종합하는 것이 관건이다. 자동차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센서는 이미지 센서Image Sensor.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빛을 전기신호로 바꾸는 역할을 하는데, 빛의 강도나 날씨 등에 따라 제약이 있다. 2D로 이미지를 촬영하기에 거리를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거리, 속도 등을 보다 정확하게 측정하고자 라이다LiDAR, 레이더Radar 등을 함께 사용한다. 넥스트칩 또한 이미지 센서를 중심으로 고객이 원하는 센서를 융합할 수 있는 시스템 구현에 집중했다.

그렇다면 여러 센서가 보내는 각각의 정보는 어떤 과정을 거쳐 영상으로 구현되는 걸까? 여기에 넥스트칩의 핵심 기술 ‘ISPImage Signal Processor’가 사용된다. ISP는 센서가 수집한 날것raw의 데이터를 깨끗하고 선명한 영상으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영상 품질은 인식 정확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ISP의 성능은 ADAS의 판단력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넥스트칩은 자체 개발한 ISP를 통해 다른 부품 및 기술과 유기적으로 연동되도록 시스템을 설계했다. 한편 이번 과제를 통해 ISP 기술을 한층 고도화했으며, 140dB급 HDR과 신호 노이즈(흐릿함 등) 제거 기술을 적용해 어두운 터널이나 역광과 같은 까다로운 환경에서도 선명한 영상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생성된 영상은 넥스트칩의 자체 영상 전송 기술AHD을 통해 ADAS 전용 SoC로 전달된다.
넥스트칩은 자사의 영상 처리 기술을 바탕으로 실제 자동차에
탑재 가능한 ADAS 전용 SoC를 개발했다. 사진은 대표 제품인 아파치6
사람의 정보 수집 및 처리 과정으로 비유해보면, ISP는 눈이고 ADAS SoC는 두뇌, AHD는 이 둘을 잇는 시신경이라 표현할 수 있겠다. 이처럼 넥스트칩은 자율주행자동차의 눈과 두뇌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완성형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자율주행 단계별 설명
자료: 국제자동차공학회SAE, 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
기술력에 신뢰성을 더해
ADAS는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시장 진입이 까다로운 분야로 꼽힌다. 자율주행의 핵심 요소로서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완성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이미 검증된 외국산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기에, 어쩌면 당연한 선택처럼 보이기도 한다.

넥스트칩 또한 이러한 현실을 잘 인식하고 있다. 이에 단순히 하나의 칩을 개발하는 수준을 넘어 자율주행 시스템 전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보드 설계, AI 기반 인식 알고리즘, 차량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영역을 독자적으로 연구하며 밸류체인을 깊이 있게 학습했다. 이 과정에서 본 제품을 개발하는 기간이 상당히 늘어나긴 했지만, 관련 기술의 확장성을 확보하는 성과도 얻었다. 그 결과, 일부 선도 기업이 선보인 새로운 센서 조합이나 응용 기술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되었다.

아울러 넥스트칩은 제품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강화하기 위해 자동차 안전 국제 표준인 ISO26262 인증도 획득했다. 이는 ADAS 칩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차량이 이를 감지해 운전자에게 경고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음을 의미한다.
넥스트칩이 개발한 기술은 자율주행 레벨 2 혹은 레벨 2+ 수준의 기술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후발 주자? 완벽함으로 선택받을 것!
현재 넥스트칩은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과 협의하며 최종 기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만에 하나, 작은 위험 요소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본격적인 자율주행자동차 시대의 확산에 맞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천이우 연구소장은 “우리보다 먼저 칩을 출시해 판매 중인 기업 가운데는 자체 기술이 아닌 외부 기술에 의존해 핵심 기능을 충분히 구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넥스트칩이 차근차근 자체 기술을 축적해온 데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센서와 ADAS 칩 사이의 짧은 데이터 처리 시간이 외부 환경 변화에 더욱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며 넥스트칩이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강한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강조했다.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이 시기, 어쩌면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한 것은 아닐까. 넥스트칩은 자율주행기술 상용화가 늦어지는 현 상황을 기술 자립과 도약의 기회로 바꿔냈다. 모든 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위기 속에서 새롭게 부상할 넥스트 기업을 응원한다.
Mini Interview
㈜넥스트칩 천이우 연구소장
본 과제는 레벨 3 이상의 자율주행자동차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선 레벨 3 자동차를 보기 어려운데.
기술적으로는 자율주행 레벨 3의 구현이 가능하지만, 법이나 보험 등 제도적 정비가 미비한 상황이다.
자동차업계는 꾸준히 신기술을 개발하고 신차를 출시하고 있다. 레벨 2보다 확실히 진보한 기술을 쓰더라도, 제도적 한계로 인해 ‘레벨 3’라 표현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업계는 ‘레벨 2.5’ 또는 ‘레벨 2+’ 등의 개념을 도입해 대응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초기 SAE 자율주행 레벨 기준보다 더 발전된 기술들이 스스로 레벨을 낮춰 표현하는 상황인 셈이다. 우리가 개발한 기술 또한 본래는 레벨 3를 목표로 했지만, 현재로서는 레벨 2 혹은 2+ 수준의 기술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본 과제를 제외하고도 KEIT 지원 아래 진행 중인 R&D 사업이 꽤 많은데.
KEIT가 추진하는 과제는 양산 가능성을 전제로, 실질적인 기술의 사업화를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둔다. 기업 입장에서는 실제로 제품을 생산해 고객에게 납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이기에 이러한 지원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넥스트칩 역시 양산 가능한 반도체 칩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산업부 과제를 통해 일부 개발 비용을 지원받고 자체 자금도 함께 투입해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반도체산업의 규모가 점점 확대되는 요즘, 이처럼 양산을 전제로 한 과제는 기업에 실질적 도움이 되고 있다.
넥스트칩은 이번 과제를 통해 국내 최초로 영상 처리 기반의 ADAS 칩을 개발했다.
개발자에게 ‘최초’라는 타이틀은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중소 반도체 기업인 넥스트칩으로서는 실제 팔리는 제품을 만들고 그 수익으로 다음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번 과제를 통해 얻게 된 ‘국내 최초’라는 성과는 단순한 상징을 넘어 실제 시장성과 실용성을 이뤄냈기에 더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넥스트칩은?
차량용 지능형 카메라 영상 처리 및 인식용 시스템 반도체 전문 개발 기업이다. 자체 개발한 차량용 영상 신호 처리 프로세서ISP와 고해상도 영상 전송 기술AHD을 기반으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위한 SoC를 개발했다. 대표 제품인 ‘아파치6’를 통해 자동차는 물론 산업용 로봇과 드론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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