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방향성이 필요하다.
첫째, 바이오파운드리를 단순한 장비 집합이 아니라 국가 바이오 설계 인프라로 보아야 한다. 자동화 장비를 구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설계 소프트웨어, 표준화된 실험 프로토콜, 고품질 데이터베이스, AI 분석 체계, 전문 운영 인력이 함께 갖추어져야 한다. 바이오파운드리의 본질은 장비가 아니라 반복 가능한 설계–제작–시험–학습 시스템이다.
둘째, 기초연구와 산업 수요를 연결해야 한다. 대학과 정부 출연 연구기관은 새로운 생물학적 원리와 플랫폼 기술을 만들고, 기업은 이를 제품과 서비스로 전환한다. 바이오파운드리는 이 둘을 연결하는 중간 지대가 되어야 한다. 초기 아이디어가 빠르게 검증되고, 유망한 결과가 공정 개발과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는 개방형 협력 구조가 필요하다.
셋째, 규제와 안전을 기술 개발의 후반부가 아니라 초기 단계부터 함께 설계해야 한다. 차세대 모달리티는 생체 내에서 작동하거나 유전정보를 직접 다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안전성·추적성· 품질관리·윤리적 수용성이 매우 중요하다. 바이오파운드리는 이러한 요소를 데이터로 관리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연구개발 초기부터 규제과학과 연결된다면 기술의 사회적 신뢰도 함께 높아진다.
넷째, 글로벌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바이오는 국경을 넘어 움직이는 산업이다. 새로운 치료 기술, 생산 플랫폼, 임상 네트워크, 투자 생태계는 모두 국제적으로 연결돼 있다. ‘BIO USA’와 같은 글로벌 무대는 단순히 기술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라 협력 파트너를 찾고, 한국의 전략적 위치를 보여주는 장이다. 한국의 바이오파운드리는 국내 연구자와 기업을 지원하는 인프라를 넘어, 글로벌 공동연구와 산업 협력의 허브로 발전해야 한다.
2025년 11월 12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싱가포르국립대학교NUS 간의 합성생물학 기반 첨단 바이오 제조 협력 업무협약MOU 현장.
차세대 모달리티 고속 설계를 위한 글로벌 공동연구 및 혁신 생태계 구축의 일환이다.
차세대 모달리티 시대는 바이오 연구자에게 큰 기회이자 까다로운 숙제를 동시에 던진다. 질병을 더 정밀하게 이해하고, 환자 맞춤형 치료를 설계하며, 기존 치료제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그러나 그 길은 복잡하다. 복잡한 생명 시스템을 다루기 위해서는 더 체계적인 설계 방법, 더 빠른 실험 플랫폼, 더 똑똑한 데이터 활용, 더 강한 제조 역량이 필요하다.
바이오파운드리는 바로 그 복잡성을 다루기 위한 새로운 엔진이다. 그리고 K-바이오파운드리는 한국 바이오산업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적 기반이 될 수 있다. 바이오의 미래는 더 이상 발견만으로 열리지 않는다. 이제는 설계하고, 만들고, 시험하고, 다시 배우는 나라가 앞서간다. 한국이 이 순환을 가장 빠르고 정교하게 구현한다면, 차세대 모달리티 시대의 중심에 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