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가지 질문
인류는 증기기관, 전기, 컴퓨터를 넘어 인공지능AI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직면했다. AI는 이제 단순한 기술적 도구를 넘어 일상 속 동반자이자 협력자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러한 발전은 인간과 AI가 공존해야 하는 시대의 복잡하고 다층적인 위험과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으며, 이는 윤리·사회·경제·정치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AI와 함께 미래를 설계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고 의사결정을 내리지만, 이 데이터 자체가 과거 인간 사회의 편견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AI의 객관성은 허구에 불과하다. 얼굴 인식 기술에서 나타나는 인종 및 성별에 따른 인식률 차이는 이러한 편향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알고리즘의 편향은 단순한 기술적 오류를 넘어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를 침해하는 심각한 인권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며, AI의 의사결정 영역이 확대될수록 그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또한 대부분의 AI 시스템은 내부 작동 원리가 불투명한 ‘블랙박스’와 같아 시민들의 감시와 견제가 어렵다는 점은 민주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로 이어진다.
AI는 자동화 기술을 넘어 콜센터, 회계, 법률 자문, 의료 진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 노동력을 대체하며 노동시장의 근본적인 재편을 야기하고 있다. 이는 대규모 실업, 노동 불안정 심화, 사회계층 간 격차 확대로 이어질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일 없는 삶’이라는 새로운 사회 모델을 고민하게 만든다. 경제적 생산 활동을 중심으로 인간의 정체성과 의미를 부여해온 사회에서 노동의 가치가 하락할 때 우리는 어떻게 존재 의미를 찾고 ‘기여’와 ‘보상’의 논리를 재정의해야 할까? 이는 인간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데이터는 현대 사회의 핵심 자원으로 부상했지만 구글, 아마존, 메타와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에 의해 독점적으로 수집되고 통제되고 있다. 이들은 AI 기술 관련 주요 특허를 통해 정치·경제·문화 전반에 걸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새로운 형태의 ‘기술 권력’을 창출한다. 플랫폼 자본주의는 국가의 규제 범위를 넘어서는 초국가적 행위자로 성장하여 민주주의 사회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위협하고, 시민의 프라이버시와 선택권을 제약한다. ‘누가 AI를 통제하고, 그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기술 문제를 넘어 민주적 거버넌스의 핵심 과제다.
AI와 로봇이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인간관계의 구조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감정 인식 AI, 챗봇, 돌봄 로봇 등은 인간과의 정서적 상호작용을 모방하며 새로운 형태의 관계를 형성하지만, 이러한 관계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AI와의 상호작용이 인간관계를 대체할 경우 사회적 고립과 소외를 심화시킬 수 있으며, AI의 판단을 인간보다 더 신뢰하는 경향이 강화되면 전문가와 제도에 대한 신뢰가 약화될 수 있다. 의료 분야에서 AI 진단이 의사의 권위에 도전하고, 교육 분야에서 AI 튜터가 교사를 대체할 가능성은 인간 전문가의 지위와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인간 뇌를 모방한 신경망, 자율학습 AI, 감정 표현 AI의 등장은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고 ‘의식’, ‘지능’, ‘자아’와 같은 핵심 개념에 대한 재정의를 요구한다. 미래에는 뇌-기계 인터페이스, 유전자 편집, 사이보그 기술 발전으로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가 본격화될 것이며, 이는 인간 중심주의 세계관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이자 인류 존재론적 정체성의 거대한 전환점을 의미한다.
AI와 인간이 공존하는 시대는 단순히 기술과 함께 사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의 삶과 사회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공존을 위해
우리는 첫째, AI 기술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노동 전환에 대비한 교육과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시민의 데이터 주권을
회복하고 기술 권력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규범을 확립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간 고유의 감성, 공동체성, 창의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문화적 기반을 다져야 한다. AI는
우리 사회의 거울이며, 우리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어떤 사회를 원하는지를 반영한다. 우리는 기술 중심의 미래가 아닌 인간 중심의 미래를 설계해야 하며, 지금 그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똑소리단이 보는 산업기술 R&D는 <테크 포커스>의 독자참여단인 똑소리단이 직접 참여하는 칼럼입니다.

주식회사 알메디 대표로 재직 중이다. 3D 스캐너를 활용해 인체 사이즈 측정 및 데이터를 제공하며,
의료·헬스케어 산업의 정밀한 데이터와 혁신적 기술을 바탕으로 사람과 기술의 가치를 연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