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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장으로 몸을 보다
MRI는 방사선으로 찍는 게 아니다
박재용 작가

우리 몸속을 들여다보는 MRI는 사실 강력한 자기장을 활용하는 거대하고 정교한 자석이다.
우리 몸의 60%를 차지하는 수소 원자가 보내는 미세한 신호를 포착해 선명한 영상으로 바꾸는 첨단 물리학 원리가 그 안에 담겨 있다.
영하 269℃의 초전도 세계부터 MRI실의 엄격한 금속 반입 금지 규칙까지, MRI를 움직이는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를 소개한다.

병원에서 MRI 검사를 받을 때 많은 사람이 방사선 노출이 걱정된다고 한다. 하지만 MRI는 X-ray나 CT와 달리 방사선을 전혀 쓰지 않는다. MRI는 ‘Magnetic Resonance Imaging’, 즉 ‘자기공명영상’이다. 자기장으로 몸을 들여다본다.

X-ray나 CT는 방사선을 몸에 쏘아 조직을 통과한 양을 측정해 이미지를 만든다. 반면 MRI는 강력한 자기장으로 우리 몸속 수소 원자의 신호를 읽는다. 방사선을 쏘는 대신 몸속 원자가 내보내는 신호를 잡아낸다.
그렇다면 왜 수소일까? 우리 몸의 약 60%는 물이다. 물H2O은 수소 원자를 포함하고 있다. 수소 원자는 작은 자석처럼 행동한다. 평소에는 제멋대로 방향을 향하고 있지만, 강력한 자기장을 걸면 일렬로 정렬한다. 여기에 특정 주파수의 전파를 쏘면 수소 원자들이 흔들리며 공명하다, 전파를 끄는 순간 원래 상태로 돌아가며 미세한 신호를 방출한다. 이 신호를 잡아내 이미지로 바꾸는 것이 MRI다.

중요한 점은 조직마다 수소 원자의 밀도와 반응 속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물이 많은 뇌 조직, 지방이 많은 피하지방, 근육, 뼈가 모두 다른 신호를 낸다. 이 차이를 컴퓨터가 계산해 선명한 이미지를 만든다. 그래서 MRI는 X-ray로는 볼 수 없는 뇌, 척수, 인대, 연골 같은 ‘부드러운 조직’을 아주 잘 보여준다.
초전도 자석, 극저온의 세계
몸속 수소 원자를 정렬하려면 엄청난 세기의 자기장이 필요하다. MRI 기계의 핵심은 거대한 도넛 모양 자석이다. 전자석에 전류를 흘려 지구 자기장보다 1만5000~3만 배 강력한 자기장을 만든다. 이런 강력한 자기장에는 엄청난 전류가 필요한데, 일반 전선으로는 불가능하다. 저항으로 열이 나 녹는다.

그래서 MRI는 초전도 현상을 이용한다. 초전도 금속은 전기 저항이 0이다. 열이 나지 않는다. 또한 전류가 에너지 손실 없이 영구적으로 흐른다. 그러나 아주 낮은 온도에서만 초전도 현상이 나타난다. 그래서 MRI의 초전도 자석은 영하 269°C의 액체 헬륨으로 냉각한다.
이렇게 낮은 온도를 유지하기는 매우 어렵고 비싸다. MRI 한 대에 수백 리터의 액체 헬륨이 필요하다. 헬륨은 귀한 자원이라 가격도 비싸다. 최근에는 헬륨 소모를 최소화하는 밀폐형 냉각 시스템이나, 아예 액체 헬륨 없이 전기 냉각만으로 작동하는 헬륨 프리 MRI도 개발되고 있다.
한눈에 보는 MRI 작동 원리
자기장 코일
스캐너 내부의 초전도 전자석이 인체 내 수소 원자를 정렬하기 위해 지구 자기장보다 수만 배 강력한 자기장을 형성한다.
수소 원자 정렬
강력한 자기장에 의해 제멋대로 방향을 향하던 인체 내 수소 원자들이 자력선을 따라 일렬로 정렬된다.
극저온 냉각
강력한 초전도 자기장을 유지하기 위해 코일을 영하 269˚C로 급속 냉각한다.
신호 포착 및 이미지 생성
정렬된 수소 원자들이 전파가 끊긴 후 원래 상태로 돌아가며 방출하는 미세한 신호를 포착한다. 이후 조직마다 다른 수소 원자의 밀도와 반응 속도 차이를 컴퓨터가 계산해, 뇌와 같은 연조직까지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금속은 절대 금지, 그 이유
MRI실 입구에는 경고 표지판이 붙어 있다. ‘금속 물체 반입 금지’. 왜 이렇게 엄격할까? 자기장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MRI 자체가 거대하고 강력한 자석이다.

헤어핀, 동전, 열쇠가 빨려나가 기계에 달라붙거나 환자를 다치게 한다. 가위, 청진기, 휠체어 같은 의료 기구도 특수 제작된 비자성 제품만 사용한다.

특히 문제되는 것은 몸속 금속이다. 심장박동기나 인공 와우에는 금속이 있어 MRI 검사가 불가능하다. 자기장이 전자기기를 망가뜨리거나 오작동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뇌동맥류 클립, 인공 심장판막 같은 오래된 금속 임플란트도 위험하다. 최근 수술에 쓰는 임플란트는 대부분 티타늄 같은 비자성 금속이라 안전하지만, 1990년대 이전 것들은 조심해야 한다.
심지어 문신도 문제가 된다. 오래된 문신 잉크에는 산화철 같은 금속 성분이 들어 있어 MRI 촬영 중 화상을 입거나 검사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 요즘 잉크는 대부분 괜찮지만, 문신이 크고 짙을수록 주의가 필요하다. 아이라이너나 마스카라 같은 화장품 중 일부도 금속 성분이 있어 눈 주변을 촬영할 때 문제가 된다. 몸에 총알이나 파편이 박힌 채로 사는 사람도 MRI 검사를 받을 수 없다.
왜 그렇게 시끄러울까?

MRI 검사를 받아본 사람들은 안다. 기계 안이 좁고 답답하며, 무엇보다 굉장히 시끄럽다. ‘탕탕탕’, ‘탁탁탁’ 하는 큰 소음이 계속 난다.

경사 자기장 코일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강한 자기장을 걸되, 몸의 특정 부위를 정밀하게 찍으려면 자기장 세기를 미세하게 조절해야 한다. 그래서 전기가 아주 빠르게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한다. 이때 코일에 강력한 자기력이 걸리며 진동하고, 큰 소음이 생긴다. 초당 수천 번씩 켜지고 꺼질 때마다 생기는 소리는 밀폐된 공간에서 엄청나게 크게 들린다. 그래서 검사 중에는 귀마개나 헤드폰을 착용한다. 좁은 이유는 간단하다. 초전도 자석이 환자를 둥글게 감싸야 균일한 자기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보온병을 생각하면 된다. 우리 몸이 보온병 안에 들어가는 것이다. 최근에는 개방형 MRI도 나왔다. 자기장이 조금 약하지만, 폐쇄공포증이 있는 환자나 어린이에게 유용하다.

개방형 MRI. 환자를 완전히 둘러싸지 않는 설계로 폐쇄공포증 환자나 어린이가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며 검사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CT, X-ray와 뭐가 다를까?
같은 병원 영상 검사인데 왜 어떤 때는 X-ray를, 어떤 때는 CT를, 어떤 때는 MRI를 찍을까? 각각 잘 보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X-ray는 빠르고 저렴하다. 뼈를 보는 데 최고다. 골절이나 폐렴 같은 것을 확인할 때 쓴다. 하지만 2D 이미지라 자세한 구조는 보기 어렵고, 방사선이 나온다.

CT는 X-ray를 여러 각도에서 쏴서 3D로 재구성한다. 뼈는 물론이고 내부 장기도 빠르게 찍을 수 있다. 응급 상황, 사고 환자, 폐나 복부 장기를 볼 때 유용하다. 하지만 방사선 노출이 X-ray보다 많다.

MRI는 방사선이 없고, 부드러운 조직을 가장 잘 본다. 뇌, 척수, 인대, 연골, 종양의 경계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뇌졸중, 뇌종양, 치매 같은 신경계 질환과 무릎 십자인대 파열, 어깨 회전근개 손상, 허리 디스크 진단에 탁월하다. 하지만 검사 시간이 20~40분으로 길고, 비싸다.

결국 각각의 장단점이 있어 상황에 맞게 선택한다. 뼈가 부러졌는지 확인할 때는 X-ray, 뇌출혈이 의심되면 CT, 무릎 인대 손상이나 디스크는 MRI가 최적이다.
미래의 MRI
MRI 기술도 계속 진화한다. 현재 병원 MRI는 대부분 1.5T(테슬라)나 3T다. 지금은 7T, 11.7T의 MRI를 개발하고 있다. 자기장이 강할수록 더 선명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어, 이런 MRI로는 뇌의 미세한 혈관이나 신경섬유까지 보일 정도다.

또 다른 방향은 소형화와 이동성이다. 기존 MRI는 크고 무거워 병원 지하에 고정 설치된다. 하지만 초전도 기술 발전으로 더 작고 가벼운 MRI가 가능해지고 있다.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심지어 구급차에도 실을 수 있는 이동형 MRI가 연구 중이다.

기능성 MRIfMRI도 주목할 만하다. 뇌의 어느 부위가 활성화되는지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사람의 생각·감정·기억 연구에 맞춤이라 뇌과학 발전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지구 자기장보다 수만 배 강한 자석, -269°C의 극저온 환경, 우리 몸속 수소 원자의 미세한 신호. 이 첨단 물리학이 매일 수많은 생명을 구하고 있다. 지금도 전 세계 어딘가에서 MRI는 누군가의 디스크를 살피고, 인대 손상을 진단하고, 관절을 찍고 있다. 작은 수소 원자들의 공명 신호가 만드는 기적이다.
박재용 작가
과학과 일상의 연결, 과학과 사회, 과학과 미래 환경에 관해 책을 쓰고 말하는 과학 저술가이자 커뮤니케이터다.
EBS 다큐프라임 〈생명, 40억 년의 비밀〉 시리즈의 ‘멸종’, ‘짝짓기’, ‘경계’등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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