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 열기
Changing Tomorrow>Teen+Tech
자석으로 ‘띄우기만’ 하는 게 아니다
박재용 작가

자기부상열차는 1mm 단위의 거리 측정과 마이크로초 단위의 계산을 통해 쉼 없이 밀고 당김을 조절하는 극한의 정밀 제어 기술이다.
바퀴의 마찰과 소음을 없애고 초고속 시대를 여는 자기부상열차의 진짜 원리를 살펴본다.

우리나라에서 운행 중인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 열차 하부의 전자석이 레일을 끌어당겨 부상하는 EMS(전자기력 부상) 방식을 적용했다.
자기부상열차Maglev, Magnetic Levitation Train는 자석의 힘으로 공중에 뜬 채 달리는 열차다. 바퀴가 없다. 전자석으로 열차를 띄우고, 자기장의 힘으로 달린다. 현재 세계에서 상업 운행 중인 자기부상열차는 몇 개 없다. 중국 상하이공항 노선(시속 430km), 일본 아이치와 나가사키 사이 짧은 구간, 한국 인천공항 셔틀(시속 110km). 일본은 2034년 개통을 목표로 도쿄-나고야 리니어 신칸센(시속 505km)을 건설 중이다.

자기부상열차라고 하면 ‘자석으로 공중에 뜬다’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이는 절반만 맞다. 자기부상열차는 단순히 떠 있기만 하는 게 아니라 밀고, 당기고, 균형 잡고, 달리고, 멈추는 모든 걸 전자석으로 한다.
자기부상열차의 두 가지 핵심 부상 방식 단면도. 왼쪽은 차량 자석과 선로 코일이 상호작용하여 열차를 띄우는 ED(S전자기 유도 부상) 방식이고,
오른쪽은 열차 하부의 전자석이 레일을 감싸안고 위로 끌어당기는 EMS(전자기력 부상) 방식이다.
왜 영구자석이 아닌 전자석일까?
자기부상열차는 전자석을 쓴다. 전기를 흘려야 자성이 생기는 자석이다. 이유는 제어다. 영구자석은 항상 같은 세기로 끌어당기거나 민다. 조절이 되지 않는다. 반면 전자석은 전류의 세기를 바꿔서 자기장을 조절할 수 있다. 강하게 끌어당기다가, 약하게 하다가, 아예 끄다가, 반대로 밀어내는 것도 가능하다. 승객이 움직이거나, 바람이 불거나, 레일이 조금이라도 휘어 있으면 즉시 반응해서 자기장을 조절한다. 영구자석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떠오름의 비밀 : 극도로 불안정한 균형
자석으로 공중에 띄우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두 자석을 마주 보게 하면 밀어내긴 하지만, 옆으로 살짝만 밀면 뒤집힌다. 정적인 자기장만으로는 물체를 안정적으로 공중에 띄울 수 없다는 ‘언쇼의 정리Earnshaw’s Theorem’ 물리 법칙이 있다. 그래서 실시간 제어가 필수적이다. 센서가 열차와 레일 사이 거리를 1mm 단위로 측정한다. 레일과 멀어지면 강한 전류로 강하게 끌어당기고, 가까워지면 전류를 약하게 해서 민다. 이 과정이 초당 수만 번 반복된다. 컴퓨터가 센서 데이터를 받아 1/1,000,000초(마이크로초) 단위로 계산하고, 반도체 스위치가 전류를 매우 빠르게 조절한다. 액체로켓 엔진의 터보펌프 제어처럼, 극한의 정밀도가 요구되는 실시간 제어 기술이다.
두 가지 방식 : EMS vs EDS
자기부상열차를 앞으로 달리게 하는 ‘직선형 전동기’의 이동 원리. 레일에 길게 깔린 코일의 자기장과 열차 하부의 전자석이 상호작용하여,
앞쪽 레일은 열차를 당기고 뒤쪽 레일은 밀어내는 연속적인 자기력을 통해 추진력을 얻는다.
자기부상 방식은 EMS와 EDS 이렇게 두 가지다. EMS는 열차 하부 전자석이 레일을 끌어당기며 뜬다. 부상 높이 약 1cm. 정지 상태에서도 작동해 도심 셔틀에 적합하다. 상하이 공항(430km/h), 인천공항(110km/h)이 이 방식이다.

EDS는 전자석이 레일 코일을 밀어낸다. 부상 높이 약 10cm. 대부분 초전도 자석을 쓴다. 속도가 빠를수록 유도 전류가 강해져 더 안정적으로 뜬다. 일본 리니어 신칸센이 이 방식으로 시속 603km를 기록했고, 향후 800km를 목표로 한다.
자기부상 방식 비교
구분 EMS(전자기력 부상) 방식 EDS(전자기 유도 부상) 방식
부상 원리 열차 하부 전자석이 레일을 끌어당기는 힘(인력)을 이용함 전자석(초전도 자석)이 레일 코일을 밀어내는 힘(척력)을 이용함
부상 높이 약 1cm 약 10cm
부상 조건 정지 상태에서도 부상 가능함 열차가 빠르게 달릴수록 레일 코일에 유도 전류가 강해져 부상함
활용 장점 정지 및 저속에서도 안정적이어서 도심 노선에 적합함 속도가 빠를수록 부상력이 커져 초고속 주행에 유리함
대표 사례 상하이공항(시속 430km), 인천공항 셔틀(시속 110km) 일본 리니어 신칸센(최고 시속 603km 기록, 향후 800km 목표)
핵심은 직선형 전동기Linear Moter
자기부상열차는 어떻게 움직일까? 답은 직선형 전동기다. 레일에 코일이 길게 깔려 있다. 열차 아래에는 전자석이 있다. 레일의 코일에 전류가 흐르면 자기장이 생긴다. 이 자기장이 열차의 전자석을 밀거나 당긴다. 자기력이다. 열차 앞쪽 레일은 열차를 당기고, 뒤쪽 레일은 밀어낸다. 열차가 움직이면 그에 맞춰 레일의 코일에도 전류가 흐르고 멈춘다.

속도 제어는 전류 제어로 이루어진다. 레일에 깔린 수많은 코일에 순차적으로 전류를 흘리는데, 인버터가 전류의 주파수를 바꿔서 자기장이 이동하는 속도를 조절한다. 주파수를 높이면 가속, 낮추면 감속, 역방향으로 하면 제동이다. 시속 500km 이상의 고속에서도 정밀한 제어가 가능하다. 브레이크 패드도, 마찰도 필요 없다. 순수하게 자기장으로만 제어한다. 일반 철도는 바퀴-레일 마찰 때문에 시속 300~350km가 한계다. 자기부상은 공중에 떠서 달린다. 일본 리니어는 시속 603km를 기록했고, 향후 800km까지 목표로 한다. EDS 방식은 속도가 빠를수록 더 강하게 뜬다. 열차가 빠르게 지나가면 레일의 코일에 전류가 유도된다. 속도가 빠를수록 유도 전류가 강해지고 부상력도 커진다. 속도가 빠를수록 더 안정적이다.
독일의 트란스라피드 기술을 도입해 완성한
중국 상하이 자기부상열차SMT 의 모습.
자기부상열차의 장점
첫째, 운영 효율이 높다. 바퀴와 레일이 마모되지 않아 유지보수 비용이 적게 들고, 마찰이 없어 에너지 손실도 적다. 제동할 때 운동에너지를 전기로 회수하는 회생제동도 효율적이다.

둘째, 지형 제약이 적다. 자기장으로 밀어내기 때문에 급경사를 잘 오르고, 전자석으로 균형을 조절해 급커브도 빠르게 통과한다. 노선 설계의 자유도가 높다.

셋째,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다. 바퀴가 레일을 두드리는 소리나 진동이 없다. 시속 500km로 달려도 조용하고 부드럽다. 기존 철도 주변 주민들의 가장 큰 민원이 소음과 진동이다. 자기부상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 방음벽도 필요 없다.
현재의 문제들
주로 경제적 문제다. 우선 건설 비용이 높다. 레일에 정밀한 코일을 깔고, 제어시스템을 설치하고, 전력공급 설비를 갖추는 비용이 일반 고속철의 2~3배다. 더구나 기존 레일을 이용할 수 없다.

화물 수송도 거의 불가능하다. 중력을 거슬러 띄우려면 무거운 물체일수록 힘들기 때문이다. 화물 컨테이너는 하나가 20~30톤이다. 이런 무거운 화물을 실으면 부상 시스템에 엄청난 부담이 간다. 또 화물은 속도보다 비용이 중요하다. 화물 운송에는 경제성이 없다. 하지만 여객만으로는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그렇다면 어디에 쓸 수 있을까?
도심에서는 명확한 가치가 있다. 소음과 진동이 없다는 게 결정적이다. 소음과 진동은 주변 주민들의 가장 큰 민원이다. 밤낮으로 지하철이 지나가는 덜컹거리는 소리와 진동. 방음벽으로도 완전히 막을 수 없다. 자기부상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 건설비는 비싸지만, 소음 관련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경쟁력이 있다.

초고속 장거리 노선은 비행기의 대안이다. 서울~부산 간 비행은 1시간이지만, 전체 과정을 합치면 4시간 가까이 걸린다. 날씨에 취약해 지연도 잦다. 자기부상열차는 서울역에서 부산역으로 직접 연결된다. 1시간 안에 도착한다. 날씨 영향도 덜 받는다. 비용도 비행기보다 훨씬 저렴하다. 일본 리니어 신칸센이 2034년 개통하면 세계 최초의 장거리 고속 자기부상 노선이 된다. 그 성공 여부가 자기부상열차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박재용 작가
과학과 일상의 연결, 과학과 사회, 과학과 미래 환경에 관해 책을 쓰고 말하는 과학 저술가이자 커뮤니케이터다.
EBS 다큐프라임 〈생명, 40억 년의 비밀〉 시리즈의 ‘멸종’, ‘짝짓기’, ‘경계’등을 집필했다.
 이번 호 PDF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