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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플라스틱,
소각 넘어 원료로 다시 쓴다
이승균 한경 <ESG> 기자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에서 화학적 재활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열분해 원료 사용과 잔재물 재활용에 규제 특례를 부여했고,
LG화학은 당진 초임계 열분해유 공장을 통해 재생 나프타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원유와 나프타 수급 불안까지 겹치며 폐플라스틱 원료화의 상업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플라스틱 기업 공장 원료 창고의 모습.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의 무게중심이 소각에서 원료화로 옮겨가고 있다. 그동안 국내 폐플라스틱은 발전시설이나 산업용 보일러에서 태워 에너지로 회수하는 열적 재활용 등에 주로 사용됐다. 화학적 재활용은 열분해에 적합한 폐플라스틱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필요한 수거〮선별 비용이 비싸 사업성 확보가 쉽지 않았다.

정부에 따르면 국내 폐플라스틱 재활용 방식 중 열적 재활용은 58%, 물질 재활용은 41%인 데 반해 열분해 등 화학적 재활용은 1%에 그친다. 이에 기후에너지환경부는 5월 5일 폐합성수지 열분해, 고형연료제품SRF의 열분해 원료 사용, 열분해 잔재물 재활용 등 12건의 순환 경제 규제 특례를 부여했다. 폐플라스틱을 자원화하기 위해서다.
국내 폐플라스틱 재활용 방식별 비중
열적 재활용 58%
발전시설, 산업용 보일러 등에서 태워 에너지 회수(현재 주류)
물질(기계적) 재활용 41%
투명 페트병 등 단일 재질 플라스틱을 분쇄 후 재사용
화학적(열분해) 재활용 1%
복합 소재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하여 석유화학 원료(나프타)로 환원
사업장에서 나오는 폐합성수지는 기존 순환자원 인정 요건이 물질 재활용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열분해 원료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폐합성수지가 순환자원으로 인정받으려면 이물질이 5% 이내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실증 결과에 따라 별도 인정 기준이 마련되면 화학적 재활용에 필요한 폐플라스틱 원료 확보의 병목이 일부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규제 특례로 열린 ‘재생 나프타’ 실증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LG화학이다. LG화학은 이번 규제 특례에서 고형연료제품을 열분해 시설에 투입해 열분해유 생산량과 성분을 검증하는 과제에 참여한다. SRF는 폐플라스틱 등 가연성 폐기물로 만든 연료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발전시설이나 산업용 보일러 등 제한된 시설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이를 열분해 원료로 쓸 수 있게 되면 태우는 연료였던 SRF가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될 가능성이 열린다.
LG화학 대산공장 메탄 건식 개질DRM 공장 전경.
LG화학의 기술적 승부처는 초임계 열분해다. 고온·고압 수증기로 혼합 폐플라스틱을 분해해 열분해유를 생산하는 것이다. LG화학은 충남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에 초임계 열분해유 공장을 완공하고 현재 시운전 중이다. LG화학은 폐플라스틱 10톤을 투입하면 8톤 이상 열분해유를 얻을 수 있고, 남은 부생가스는 공정 에너지로 재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화학적 재활용은 기존 기계적 재활용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투명 페트병처럼 단일 재질이고 오염이 적은 플라스틱은 물질 재활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과자 봉지, 즉석밥 용기, 복합 포장재처럼 여러 소재가 섞인 폐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어렵다. 열분해는 이런 혼합 폐플라스틱을 열분해유로 전환한 뒤 나프타 대체 원료로 석유화학 공정에 투입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화학적 재활용이 단순한 폐기물 처리 기술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대응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본다. LG화학 관계자는 “유럽 고객사를 중심으로 제품 단위 탄소 배출량과 재생 원료 사용 여부를 요구하는 흐름이 강해지면서, 재활용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기존 석유화학 공정에 투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일이 장기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화학사들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다우는 무라테크놀로지와 손잡고 미국과 유럽에서 복수의 첨단 재활용 시설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양사는 2030년까지 최대 60만 톤의 재활용 처리 역량을 추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엑슨모빌은 미국 텍사스 베이타운에서 세 번째 첨단 재활용 설비를 가동해 연간 2억5000만 파운드(11만3000톤) 규모의 폐플라스틱 처리능력을 확보했다. 2026년 말까지 글로벌 시설 기준 연간 약 4억5000만 파운드(20만4000톤)의 처리 역량을 갖추는 것이 목표다.
화학적 재활용, 시장성 빠르게 개선
바스프BASF는 브레이븐 인바이런멘털과 장기 공급계약을 맺고, 혼합 플라스틱 폐기물에서 나온 열분해유 기반 재활용 원료를 미국 텍사스 포트아서 석유화학 시설의 화석원료 일부 대체재로 쓰고 있다. 사빅SABIC은 영국 재활용 기술 기업 플라스틱에너지와 함께 네덜란드 헤이를런에서 폐플라스틱을 열분해유로 전환하고, 이를 수첨 처리해 인증 순환 폴리머 원료로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지난 1월 시장조사 업체 프리시던스리서치 발표에 따르면, 글로벌 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시장 물량은 2025년 137만 톤에서 2035년 1190만 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26~2035년 연평균 성장률은 24.13%로 추산됐다. 기술별로는 열분해가 2025년 기준 약 44%의 물량 비중을 차지해 가장 큰 축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화학적 재활용이 곧바로 게임 체인저가 되기는 어렵다. 원료 폐플라스틱의 품질 편차, 염소·수분 등 불순물 관리, 열분해유 정제 비용, 잔재물 처리 문제가 남아 있다. 이번 규제 특례에 열분해 잔재물 재활용 과제가 포함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열분해유 생산량만 늘려서는 사업성이 완성되지 않는다. 남는 잔재물을 매립하지 않고 활용할 수 있어야 처리비가 낮아지고 전체 공정의 경제성이 개선된다.

LG화학은 기술은 준비돼 있지만 친환경 제품은 가격경쟁력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어 세제 혜택, 의무 구매 기준 등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본다. 글로벌 고객사의 재생 원료 요구가 늘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 재생 플라스틱 프리미엄을 누가 부담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순환 경제 규제 특례가 단순 실증에 그치지 않고 원료 인정 기준, 재활용 실적 인정, 탄소 감축 가치 산정으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화학적 재활용의 의미가 원료 공급망 안정화로 확장되면 수요는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화제의 제품
HD현대일렉트릭,
친환경 고압차단기 스웨덴 변전소에 공급
HD현대일렉트릭이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한 145킬로볼트급 ‘SF6(육불화황)-프리’ 고압차단기의 최종 승인 시험을 마치고, 스웨덴 전력회사가 운영하는 변전소에 공급한다. ‘SF6-프리’ 고압차단기는 대표적 불소계 온실가스인 SF6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전력기기다. SF6는 우수한 절연·차단 성능으로 고압 전력기기에 널리 사용되지만,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이산화탄소의 2만3500배에 달해 각국의 규제 대상이 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4년 F-가스(불소계 온실가스) 규정을 개정해 SF6를 포함한 불소계 온실가스 사용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2032년부터는 145㎸ 초과 고압차단기의 SF6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 HD현대일렉트릭은 72.5㎸와 145㎸, 170㎸ 차단기에 이미 관련 기술을 적용했다. 용량을 키운 420㎸급 제품도 올 상반기에 출시한다. 2028년까지 고압차단기 전 제품에 친환경 옵션을 적용할 계획이다.
서울우유,
제품에 친환경 멸균팩 도입
서울우유는 국내 최초로 알루미늄을 제거한 친환경 멸균팩을 도입하는 등 친환경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기존 종이·폴리머·알루미늄 3중 구조에서 알루미늄층을 제거한 것으로, 일반 멸균팩 대비 최대 10배 높은 재활용률이 기대된다. 해당 패키지는 ‘유기농멸균우유(200ml)’에 적용됐으며, 향후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플라스틱 사용 저감과 자원순환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유기농우유(700ml)’에 재생 원료r-PET 병을 적용하고, 떠먹는 요구르트 ‘요하임’에는 무라벨 패키지를 도입했다. 이외에도 종이 스트로 사용, 캡 스티커 제거, 수분리 라벨 적용 등 친환경 포장재 전환을 확대하며 포장재 전반의 구조 개선을 추진한다. 저탄소 인증 기반 생산 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서울우유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저탄소 축산물 인증을 획득한 목장 107곳을 운영 중이다. 이를 기반으로 한 ‘저탄소인증우유(900ml)’는 판매 증가세다.
현대L&C,
인테리어 필름 ‘보닥’ 54종 출시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종합 건자재 기업 현대L&C가 인테리어 필름 ‘보닥’의 신제품 54종을 출시했다. 현대L&C의 보닥은 뒷면에 특수 점착제를 적용한 인테리어 필름으로, 벽은 물론 몰딩·도어·가구 등 다양한 실내 표면에 간편하게 시공할 수 있는 마감재다. 단색·우드·스톤·메탈 등 총 470여 개 디자인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필름 형태이기 때문에 간단한 시공만으로 공간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우드 컬렉션은 이번 신제품 중 가장 강화된 영역이다. 프리미엄과 보급형을 함께 보강하며 총 26종의 신제품을 출시했다. 프리미엄 라인인 롱우드와 오리진우드도 각각 6종씩 출시했다. 또한 현대L&C는 각종 친환경·안전 인증을 확보했다. 보닥은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에서 주관하는 방염 성능검사를 통과한 방염 제품에만 인증마크를 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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