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 열기
Focus Story>Story②
AI가 움직인다 :
자율주행이 여는 피지컬 AI 시대
이요훈 IT 칼럼니스트

자율주행 기술은 피지컬 AI의 가장 가시적이고 파급력 있는 사례다. 교통 및 물류 문제 해결을 비롯해 시민 생활에 직접 연관된 기술이라 그렇다.
실제로 도로 위의 자율주행차부터 바다를 누비는 무인 선박, 하늘을 나는 드론까지 이미 우리 삶의 다양한 영역에 깊이 들어온 기술이기도 하다.
지금부터 도로, 바다, 하늘에서 자율주행 기술이 실제로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들여다보자.

KS표준 운전자동화 레벨 분류
분류 명칭 운전 주체 운전 환경 모니터링 주체 시스템 개입 요구 시 운전자 대응
Level 0 운전자동화 없음 운전자 운전자 해당 없음
Level 1 운전자 보조 운전자 운전자 해당 없음
Level 2 부분 운전자동화 운전자 운전자 해당 없음
Level 3 조건부 운전자동화 자율주행 시스템ADS 자율주행 시스템ADS 필요 시 운전자는 운전 행동으로 복귀해야 함
Level 4 고도 운전자동화 자율주행 시스템ADS 자율주행 시스템ADS 운전자 개입 불필요. 시스템이 비상 상황 대처
Level 5 완전 운전자동화 자율주행 시스템ADS 자율주행 시스템ADS 운전자 개입 불필요. 모든 도로 조건·환경에서 주행 담당
11월 1일 엔비디아는 유튜브에 ‘한국의 차세대 산업혁명’이란 헌정 영상을 올렸다. CEO의 한국 방문 후에 올라온 이 영상에선 국내 여러 기업을 소개하며 한국을 AI 시대의 핵심 파트너라 말했다. 눈길을 끈 건 게임용 그래픽카드로 시작한 이야기가 스마트 공장과 반도체, 로봇으로 끝났다는 점이다. 피지컬 AI가 중요한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것을 볼 수 있었다.

피지컬 AI는 현실 세계에서 작동하는 기존 기술에 인공지능을 더해 스스로 인식하고, 판단, 행동하는 로봇·자동화 시스템을 뜻한다. 2025년 공식 출범한 M.AX(제조업 AI 전환) 얼라이언스의 핵심 정책이기도 하다. 피지컬 AI가 중요한 건 복잡한 육체노동 및 이에 따른 여러 문제를 해결해 제조업 생산성을 향상하고 새로운 산업혁명을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 미래 시장으로 떠오르다
피지컬 AI는 낯선 단어지만, 잘 알려진 하위 분야가 있다. 바로 자율주행차다. 어떤 이는 ‘운전자 지원 시스템’을 과장되게 부르고 있다고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많은 소식과 실증 사례를 쏟아내면서 대중에게 익숙해졌다. 구글 웨이모나 테슬라를 비롯해 중국 자율주행차까지, 차에 관심 있다면 자율주행차나 자율주행 기능에 대해 여러 번 들어봤을 것이다.

시장은 미국과 중국이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다. 미국 구글의 웨이모는 2024년 주당 10만 회 이상의 로보택시 유료 승차를 달성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자율주행차 기업이 2035년까지 3000억~4000억 달러의 매출을 만들어낼 거라고 예상한다. 중국 바이두는 로보택시 유료 서비스를 중국 11개 주요 도시에서 운영 중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향후 중국은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의 약 30%를 차지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 구글 웨이모의 로보택시가 2024년 주당 10만 회 이상의 유료 승차를 달성하며 자율주행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뛰어난 IT 인프라와 반도체, 자동차 산업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자율주행차 실용화에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었다. 레벨 3(부분 자동화) 상용화가 시작된 단계이며, 레벨 4(대부분 자동화, 로보택시) 차량은 일부 지역과 특정 조건에서 시범 운행을 하는 정도다. 한국 자율주행차 기술은 기술 역량보다 실증 실험 부족과 이에 따른 데이터 확보 부족, 정비 안 된 법과 제도라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변화하는 흐름은 보인다. 정부는 E2E-AI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AI로 자율주행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2026년까지 관련 규제를 정비하고 투자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한다. 자율주행 실증 및 테스트베드도 확대되고 있다. 이런 방안이 성공하면 2028년 즈음엔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가능할지도 모른다. 앞으로 3년이 한국 자동차 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 같다.
자율운항 선박, K-조선이 그리는 바다 위 물류 혁명
자율운항 선박은 ‘선박 스스로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제어하며 운항하는’ 무인 또는 원격제어 선박을 말한다. 국제해사기구IMO에서는 안정성과 효율성을 위해 레벨 3 자율운항까지 원격제어 기능을 포함해 정의하고 있다(레벨 4는 완전 자율운항). 선박에 설치된 센서가 항해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AI가 최적 항로를 찾아내는 형태다. 육상 관제센터에서는 선박 상태를 모니터링하다 필요 시 원격 개입을 실시한다.

이 기술의 경제적 가치는 명확하다. 무인화와 경로 최적화로 선원 인건비와 연료비를 절약하고, 24시간 움직이기에 운송 효율을 높여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AI 기반 시스템이 선원의 인지능력을 보완해 사고를 줄일 수도 있다. 특히 젊은 세대가 해운업에 종사하지 않으려는 상황에서, 자율운항은 해운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핵심 솔루션이다.

한국이 가장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선박 제조 역량과 IT 기술력을 가지고 있으며, 자율운항 기술은 두 분야의 융합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HD현대의 자율운항 전문 기업 아비커스는 LNG 운반선으로 대양 자율운항이 가능함을 실증했으며,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각각 자율운항 시험선을 개발해 해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 경쟁이 녹록진 않다. 유럽의 콩스버그와 바르질라는 각각 화물선과 여객선 자율운항 선박의 시험 운항에 성공했으며, 미국 미토스 AI는 1만 7700km 이상의 완전 자율운항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일본과 중국도 자율운항 선박 시범 운항에 나선 상황이다. 2032년 IMO에서 자율운항 선박의 안전 운용 표준인 MASS 코드가 강제 발효될 예정이라, 표준 결정 이전에 각국의 기술을 표준에 반영하기 위한 움직임이 당분간 뜨거울 것 같다.
삼성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AI 자율운항시스템SAS은 대만 에버그린사의 1만 5000TEU급 컨테이너 운반선에 탑재돼 미국 오클랜드에서 대만 가오슝을 횡단하며 기능을 시험했다.
드론, 이미 상용화된 피지컬 AI 플랫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드론 청소기가 환경 정비를 하고 있다.
드론은 자율주행차나 자율운항 선박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이미 농업·물류·건설·재난 대응 등 여러 산업군에서 실제로 쓰고 있으며, 가장 먼저 상용화된 피지컬 AI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공간, 반복적이거나 위험한 작업이 필요한 현장에서 드론은 효율과 안전을 동시에 확보하는 필수 도구다. 우크라이나전쟁을 계기로 군사적 중요성도 커졌다.

글로벌 민간 드론 시장에선 중국이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점유율 70% 이상으로 추정), 방위산업 시장에선 조금 다르다. 무인 항공기 시스템이 군사전략 자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분야에선 미국이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한국 역시 군사용 드론에서 장점을 가진다. 이미 대형 방산 기업이 제작한 드론을 수출하고 있으며, 정부 지원도 강화됐다. 다만 핵심 부품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것이 흠이다.

현재 군사용 드론 시장은 장시간 비행이 가능한 고정익 플랫폼에 대한 선호도가 높으며, 수직 이착륙 및 자율비행, 군집비행 기술이 도입되는 추세다. 반면 민간 드론 시장은 회전익 드론을 기반으로 자율비행, 고해상도 카메라, 통신 연결성 강화, 안정성 및 배터리 성능 강화에 중점을 둔다. 한국은 부품 공급망 다변화와 소프트웨어 및 AI 기술 향상이 필요하다.

자율주행 기술은 피지컬 AI가 어떻게 산업 전반을 혁신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다. 도로·바다·하늘에서 AI는 인간의 판단을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인지하고 결정하며 인간을 도울 수 있는 이동체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의 기술적 위치도 명확하다. 도로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앞서 있고, 바다에서는 강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하늘에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틈을 벌리는 중이다. 한국이 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컴퓨터 안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움직이는 만큼, 뛰어난 AI 소프트웨어 기술을 비롯해 정밀도 높은 반도체 하드웨어 기술, 법과 규제의 정비, 투자 및 사업 모델에 대한 고민 등이 한꺼번에 이뤄져야 한다. 또한 개별 기술의 우수성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의 융합을 통해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많은 부분에서 다른 나라가 현실적으로 앞서가고 있는 지금, 차별화된 전략으로 한국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할 지혜가 필요하다.
이요훈 IT 칼럼니스트
한양대학교 미래인문학융합학부 IAB 자문교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전문위원, 아리랑TV ‘비즈테크코리아’ MC 등을 맡았으며, 현재 IT 칼럼니스트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이번 호 PDF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