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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팩토리 :
스마트팩토리를 넘어 AI가 생산을 지휘한다
안성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실장

산업통상부는 지난 9월 제조 AX 얼라이언스를 출범했다. 10개 분과 체계 중 AI 팩토리는 스마트팩토리를 뛰어넘는 제조업의 새로운 혁신으로 불린다.
공정·품질·설비 데이터를 AI가 실시간으로 학습하고 최적화해 생산효율과 품질을 극대화하는 사례와, AI 팩토리가 한국 제조업의 새로운 돌파구가 되기 위한 방향을 제안한다.

스마트팩토리를 넘어서는 AI 팩토리
AI 팩토리는 기존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를 뛰어넘는 혁신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제조업 혁신의 키워드로 자리 잡은 스마트팩토리는 IoT 센서, 자동화 설비, 데이터 기반 관리 시스템을 통해 생산효율을 끌어올렸다. 공정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설비 상태를 예측하며, 품질관리를 체계화하는 방식은 분명 제조 현장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그러나 여전히 스마트팩토리는 사람의 개입을 전제로 하는 보조적 시스템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설비 데이터를 수집하더라도 이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주체는 결국 현장의 관리자이며, 알고리즘은 도구에 불과하다. 즉 스마트팩토리는 정보화를 통한 효율화 단계이지, 생산의 자율 최적화 단계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한편 최근 주목받고 있는 AI 신개념인 피지컬 AIPhysical AI, AI 에이전트AI Agent 등은 AI 팩토리를 실현할 수 있는 연관 기술로 대두되고 있다. 피지컬 AI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물리 세계에 AI를 탑재 및 활용하는 것을 일컫는다. 대표적인 사례로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차, 스마트 드론 등이 해당된다. AI 에이전트는 간단한 명령만으로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최적의 결과를 도출하는 자율적이고 목표지향적인 AI다.

AI 팩토리는 제조공정상에 AI를 융합하는 피지컬 AI이자, 여러 AI 에이전트들이 상호 협력하는 거대한 멀티에이전트Multi-Agent 시스템이다. 그 예로 공정을 최적화하는 에이전트, 설비에 대한 예지보전 에이전트, 품질을 검사하는 에이전트, 물류 및 재고관리 에이전트 같은 개별 자율형 에이전트들을 집합적으로 운영하여 공장 전체를 하나의 지능적 시스템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AI 팩토리, 현실이 되다.
앞서 설명한 AI 팩토리의 가능한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AI 팩토리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에이전트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맡은 역할을 수행해낸다. 공정 최적화 에이전트는 자동으로 공정상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제품의 불량 발생 확률을 예측한다. 설비관리 에이전트는 지속적으로 설비 상태를 모니터링하여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설비 중지 및 에러 해결을 위한 리부트나 가능한 영역에서의 수리 같은 선제적 조치를 취한다. 물류 및 재고관리 에이전트는 수요·공급(납품)·재고 데이터를 통합하여 생산계획을 세우고 생산량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품질관리 에이전트는 생산된 제품을 이미지 및 투과 같은 비전 검사, 물리적 검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검사하고, 불량품을 자동으로 선별해 폐기 또는 재활용하는 절차를 자율적으로 수행한다. 이 밖에도 여러 에이전트들이 공장 내부의 온·습도 같은 환경 조절, 안정적 전력 배분, 보안 감시 등을 24시간 내내 자율적으로 관리한다.

이처럼 AI 팩토리에서는 사람이 데이터를 해석하고 지시하는 단계가 사라지고, AI가 곧 생산 감독자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단순한 효율성 향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품질과 생산성을 동시에 극대화하는 새로운 제조 패러다임을 야기한다. 결과적으로 제조 경쟁력 제고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글로벌 제조 선진국에서는 AI 팩토리 도입을 본격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LG전자 창원 스마트팩토리는 설비 데이터 기반의 예지보전 및 품질검사를 수행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설비의 진동·온도·전류 등의 센서 데이터를 AI가 실시간으로 학습해 이상 징후를 조기에 탐지하고 조치를 권고하거나 실행함으로써, 생산 라인이 멈추는 시간을 줄이고 있다. 또한 외관검사나 용접 불량 등은 고속카메라와 이미지 분석 AI를 통해 실시간 검사를 수행하고, 생산 라인상에서 즉시 보정을 유도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이는 AI가 설비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품질 편차를 식별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사람 대신 AI가 관찰자 겸 판단자 역할을 수행하는 초기 버전이라 볼 수 있다.
AI를 적용한 LG전자 창원 스마트팩토리. 설비 데이터를 기반으로 품질검사를 수행하며, 고속카메라와 이미지 분석 AI로 외관검사를 실시한다.
독일의 지멘스Siemens는 자사의 전자부품 생산 라인인 암베르크Amberg 공장에 마인드스피어MindSphere라는 IoT 플랫폼을 도입하고, 설비 및 공정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전송하여 AI 분석을 수행하고 있다. 이 공장은 전반적으로 자동화 수준이 높으며, AI 분석을 통해 불량률을 10만분의 1 수준(0.001%)까지 낮추는 성과를 보였다. 또한 설비 가동시간, 전력 사용량, 온도 및 압력 변화 등 다양한 데이터를 AI가 통합적으로 분석해 생산계획 조정, 유지보수 예측 등에 활용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는 AI가 단순 보조를 넘어 전체 공정 흐름을 보면서 최적화를 제안하는 방향으로 나아간 것을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다.
독일 지멘스 암베르크 공장. IoT 플랫폼 ‘마인드 스피어’와 AI 분석을 통해 불량률을 10만분의 1 수준까지 낮추며 전체 공정 최적화를 이룬 AI 팩토리의 모범 사례.
미국의 테슬라Tesla는 생산 라인에서 컴퓨터 비전 AI를 활용해 조립 품질 검수, 외관검사, 부품 간 정렬 감지 등에 적용하고 있다. 또한 공장 내 에너지 시스템, 냉난방 및 설비 운영에서 AI 기반 제어를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한다. 자사 제품과 연동하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먼저 테슬라는 자사의 전기차량 각각에 대한 디지털트윈 인스턴스DTI를 운용하여, 주행 및 운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분석한다. 이 시스템은 배터리 상태, 온도 변화, 센서 데이터, 주행 조건 등을 반영하여 차량의 성능 및 내구성에 관한 예측을 수행한다. 이렇게 쌓인 데이터를 다시 테슬라의 중앙 서버 및 AI 인프라에서 분석하고, 향후 차량 설계 개선, 유지보수 예측,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전략 등에 활용한다. 또한 이를 공장과 연동하여 차량 수명주기에 입각한 생산·운영·유지보수 등에 활용도 시도하고 있다.

테슬라는 자사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옵티머스Optimus를 생산 라인에 도입하는 계획도 함께 추진 중이다. 인간-로봇 협업 환경에서 조립공정을 수행하는 등 공장 자동화와 AI 제어의 융합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AI 기반의 생산 및 운영 전략을 추진하는 테슬라. 차량에 ‘디지털트윈’을 운용하여 데이터를 연동하고, 향후 차량 설계 개선, 유지보수 등에 활용한다.
국내 AI 팩토리 안착을 위한 해결 과제와 정책적 지원 방안
앞서 살펴본 예시와 같은 AI 팩토리가 거대 제조기업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최근에는 클라우드 기반 AI 분석 플랫폼이 등장하며 중소 제조업체도 구독형 서비스 형태로 AI 팩토리의 일부 기능을 도입할 수 있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GE의 프리딕스Predix가 있다. 프리딕스는 산업용 IoT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다. 공장 내의 센서 데이터를 통합하여 생산을 위한 AI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프리딕스는 중소기업도 접근 가능한 클라우드 기반 모듈 중심의 구조를 제공하므로 예지보전, 설비 분석, 병목 예측과 같은 AI 팩토리 기능의 일부를 구독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외산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은 초저지연 실시간 제어, 극한 조건 대응, 보안 및 연결 안정성 측면에서 제약이 따를 수 있다. 따라서 일부 핵심 제어는 에지나 로컬 처리와 병행하는 설계전략이 중요하다. 또한 외산 플랫폼에 의존함으로써 겪을 수 있는 비용 문제, 빠른 대응이 어려운 문제, 맞춤형 최적화 문제 등도 여전히 상존한다.

결국 국내 제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AI 팩토리 생태계를 견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국산 AI 팩토리 플랫폼의 개발 및 제공, 기업별 자체 데이터를 활용한 AI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재해 있다. 우선 중소기업 현장은 센서가 충분히 설치되어 있지 않거나 데이터가 표준화되지 않아 AI 학습이 어렵다. 또한 AI 팩토리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고성능 서버, 데이터 인프라, 전문 인력은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인 경우가 많다. 전문 인력 부족도 큰 해결 과제다.

데이터 과학자, AI 엔지니어를 내부에서 확보하기 힘들어 외부 컨설팅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 또한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변화에 대한 저항도 있다. 현장 작업자와 관리자는 AI 의사결정에 대한 신뢰 부족, 기존 방식에 대한 관성 때문에 도입을 주저하기도 한다. 이러한 장벽은 단순히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산업구조와 경영환경 전반의 문제와 얽혀 있다.

AI 팩토리가 한국 제조업의 새로운 돌파구가 되려면,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 제조업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주요 정책적 지원 방향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데이터 인프라 구축 지원이다. AI 팩토리의 근간이 되는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센서 설치, 데이터 표준화, 공정 데이터 수집을 위한 공용 플랫폼 마련이 필요하다.

둘째는 AI 팩토리 공용 클라우드 플랫폼을 개발하여 지원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개별 구축 대신 구독형으로 국산 AI 팩토리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민간 협력 플랫폼 개발 및 구축이 필요하다. 국산 모델의 이점은 가격경쟁력, 빠른 대처 능력, 자사 데이터의 외국 유출 가능성 차단, 보안성 등 다양하다.

셋째로 전문 인력 양성 및 현장 파견 지원도 필요하다. AI 제조 혁신 인력풀을 구성하면 중소기업 현장에 단기·중기 파견 지원이 가능하다. 특히 산업 분야의 도메인 지식을 보유한 융합형 AI 인재의 양성뿐 아니라, AI 인력과 산업 전문가가 협력하는 형태의 컨소시엄 구성도 고려할 수 있다.

넷째로 리스크 완화형 금융 지원도 필요하다. 중소기업이 AI 팩토리 도입을 위한 초기 투자 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정책금융, 보조금, 세제 혜택 확대 등을 추진하여 각 산업 분야별로 경쟁력 있는 AI 팩토리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레퍼런스 모델 확산이 중요하다. 중소기업 AI 팩토리 성공 사례를 발굴하여 훌륭한 참조 모델이 되도록 하고, 현장의 신뢰와 수용성을 높이는 것 역시 중요하다.
미래의 제조업, AI 융합에 달렸다
공장은 이제 ‘사람이 조정하는 기계 집합체’가 아니라, 스스로 학습하고 최적화하는 ‘자율 지능형 생산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제조업, 특히 중소 제조업이 이런 변화의 흐름에 올라타지 못한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이 크다. 반면 정부의 전략적 지원과 민간의 과감한 도전이 결합된다면, AI 팩토리는 한국 제조업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스마트팩토리를 넘어 AI 팩토리로’ 적극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마침 우리 정부는 M.AXManufacturing AX(제조 AI 대전환) 전략을 추진 중이며, 지난 9월 M.AX 얼라이언스를 공식 출범했다. 10개 분과로 구성된 M.AX 얼라이언스는 2030년까지 AI 팩토리 500개 보급, 산업 AI 활용률 70% 달성 등을 목표로 삼고 있다. 글로벌 경쟁에서는 미국이 민간 중심으로 주도권을 쥐고 있으며, 중국이 정부 중심 사업 추진으로 AI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제조업의 강점을 살리되, 산업융합 AI 역량이 상대적으로 약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민관 협력 중심의 전략체계를 채택하고 있다. M.AX 전략은 우리나라의 제조업을 AI 기반의 차세대 체제로 전환하고, 이를 위해 산업계 전반을 아우르는 민관 협력체계와 전략적 지원 구조를 갖추고자 하는 거시적인 프로젝트다.

우리는 지금 혼란스러운 글로벌 정세와 도전에 맞닥뜨리고 있다. 한편으론 다시 제조 강국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의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우리 사회·경제 전반의 혁신을 이끌 뿌리산업의 AI 융합과 고도화 실현이 절실한 때다.
안성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실장
고려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 학·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15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싱크탱크인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에서 AI 기술 동향 분석 및 정책·전략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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