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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엔지니어링 기술로
미생물을 디자인하다
양동수 고려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교수
김승호 사진 이승재

제124회 노벨화학상은 AI를 활용해 단백질 구조 예측에 기여한 3인에게 돌아갔다. 단백질 설계로 합성 미생물을 만드는 시대가 도래했다.
신약, 천연물 등의 물질을 자유자재로 생산하는 합성생물학의 세계. 양동수 고려대 교수를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본다.

연구실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고려대학교 합성생물학 및 효소공학 연구실로, 이름은 신비랩SynBEE Lab, Synthetic Biology and Enzyme Engineering Laboratory이라고 합니다. 연구실 안에서 신비로운 일이 벌어진다는 뜻을 담아 이중적인 의미로 지었습니다. 합성생물학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원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인공 미생물을 만드는 학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합성생물학 연구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릴 적부터 호기심이 많았습니다. 학생 때는 생명공학과 의학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학부 졸업 당시 의학전문대학원과 일반대학원 진학을 고민했는데, 기술개발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 개인적으로 더 보람차겠다고 생각해 일반대학원 진학을 결정했습니다. 그중 KAIST 이상엽 교수님 연구 분야인 시스템대사공학과 합성생물학이 재미있어 보여서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 ❶ 미생물 내 대사회로를 시스템 수준에서 재설계 및 최적화하여 목적 고부가가치 산물의 생산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생물 공정을 설계하는 학문.
  • ❷ 생명과학에 공학적 개념을 도입해 기존 생명체의 유전자를 변형시키거나 합성해 새로운 생물학적 시스템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학문.
연구실의 주요 연구 방향을 소개해주세요.
연구 방향은 크게 2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이로운 천연물을 생산하는 미생물 세포 공장을 만드는 겁니다. 건강보조제 약품, 화장품 첨가제, 식품 첨가제에 들어가는 고부가가치 천연물을 고효율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두 번째는 질병 진단 및 치료에 장내 미생물을 활용하는 연구입니다. 장 속에는 사람 세포보다 몇 배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이 미생물을 활용해 질병을 쉽게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스마트 미생물을 디자인하는 게 목표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연구 프로젝트가 궁금합니다.
우선 항생제를 만들 수 있는 미생물 세포 공장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실감했는데, 현재는 바이러스뿐 아니라 항생제 내성균 문제도 심각합니다. 관련 감염병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신규 항생제 또는 강력하게 작동하는 기존 항생제를 만드는 미생물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식품 쪽으로는 대체 당과 천연색소를 생산하는 미생물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식품에는 비용이나 안정성 문제로 타르 색소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안정성도 높으면서 저렴한 천연색소를 만드는 미생물을 개발하면 인공색소를 천연색소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장내 미생물 쪽에서는 신경전달 호르몬 및 다양한 건강 기능 관련 물질을 만드는 미생물을 연구합니다. 사람의 기분을 뇌가 조절한다고 많이 알고 계시는데 사실 장에서 조절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관련 미생물을 잘 설계해 활용하면 대사질환 뿐만 아니라 정신질환의 치료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생물의 종류와 역할이 굉장히 다양합니다. 해당 미생물을 만들기 위한 세포 설계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DNA 설계도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모든 세포에는 유전정보가 담긴 염기 아데닌A, Adenine, 티민T, Thymine, 사이토신C, Cytosine, 구아닌G, Guanine이 있고, DNA는 이 염기들이 다양한 조합으로 반복돼 구성됩니다. 이 염기서열을 설계해 미생물 안에 넣어줍니다. DNA로부터 RNA가 만들어지고, RNA로부터 단백질이 만들어집니다. 단백질 중에는 다양한 화학 반응을 촉매하는 효소가 있고, 미생물 내 효소의 촉매작용을 통해 고부가가치 화합물이 생산됩니다.

물론 모든 실험이 설계대로 되진 않습니다. 생물은 굉장히 복잡하고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실험에는 주로 잘 알고 있는 바이오 부품을 활용합니다. 테스트를 진행하고 만약 설계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다시 디자인 단계로 돌아갑니다. 이 과정을 합성생물학에서 디자인Design-빌드Build-테스트Test-런Learn 사이클이라고 합니다.
합성생물학 및 효소공학 연구자로서 주목하는 연구 주제나 기대되는 신기술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자동화와 AI를 적용한 바이오파운드리 입니다. 원하는 기능의 미생물이 있으면 로봇과 AI가 설계도를 작성해 자동화로 만드는 개념입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바이오파운드리 구축을 위한 예비 타당성 조사가 통과돼 인프라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데이비드 베이커, 데미스 허사비스, 존 점퍼 역시 AI를 활용한 단백질 구조 예측을 주제로 수상했습니다. 단백질의 기능은 3차원 구조가 결정합니다. 그동안 구조 하나를 밝히는 데 몇 년씩 걸렸는데, AI를 활용해 굉장히 높은 정확성으로 3차원 구조 예측이 가능해졌습니다. 이 AI 기술은 치료제 개발기간 단축 등 여러 생명공학 분야에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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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수 교수는 병원균을 100% 가까이 퇴치 가능한 신규 항생제 개발을 목표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연구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기술적 도전이나, 특별한 실험 성공 사례가 있다면 공유 부탁드립니다.
대학원 생활을 시작할 때 진행한 연구가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공급이 부족한 항암제가 있었는데, 해당 약물을 미생물을 통해 생산하는 걸 목표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굉장히 난도가 높았습니다. 항암물질을 만드는 효소가 실험에 사용한 미생물(대장균)에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2~3년 동안 효소를 개량하며 노력했음에도 모두 실패해서 결국 실험을 중단했습니다. 그러다 1~2년 후에 다른 논문에서 제 실험에 필요한 생화학 반응의 실마리를 발견했습니다. 그 부분을 해결한 후 실험이 잘 진행되어 해당 논문은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습니다. 세계 최초로 해당 항암제를 미생물로 생산하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어려운 연구 주제였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른 곳에서 영감을 얻어 실험에 성공했기에 더욱 보람찬 사례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연구자로 일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연구자로서는 끝이 보이지 않는 게 큰 어려움입니다. 합성생물학은 디자인과 테스트하는 과정의 파이프라인이 있어서 어느 정도 예측이 되는 편입니다. 그래도 실험을 하다 보면 성공률이 절반도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초반 단계에서는 90% 정도 실패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실패가 일상이 되는 상황을 버티면서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이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사람들에게 도움 주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보람과 재미가 더 큰 것 같습니다.
합성생물학 분야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역량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탐구하는 자세나 열정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식도 중요하긴 하지만 그 부분은 연구를 시작하고 부단히 쌓아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건 연구를 하겠다는 목표 의식과 열정,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끈기입니다. 저는 이런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의 일과와 생활 루틴이 궁금합니다. 실제 연구자의 삶은 어떤지 들려주세요.
출장이 잦은 편이라 일과가 일정하진 않습니다. 출장이 없는 경우에는 보통 아침에 학교로 출근해서 새로 출판된 논문과 이메일을 읽습니다. 자잘한 업무를 처리한 다음 학생 3~4명 정도 그룹을 지어 정기 면담을 합니다. 학생들이 맡은 연구의 과정이나 문제점을 논의하고, 프로젝트에 대한 브레인스토밍 논의도 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연구실 전체 구성원이 모여서 랩 세미나를 하고, 틈틈이 실험실을 방문해서 연구 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퇴근 시간이 딱히 정해져 있진 않습니다. 바쁠 때는 12시에 집에 가기도 합니다.
향후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현재 연구와 연관해서 말씀드리면, 이른 시일 내에 병원균을 100%에 가깝게 퇴치할 수 있는 신규 항생제를 개발하고 싶은 목표가 있습니다. 기존 의학 기술로 치료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대사질환, 만성질환, 암 등을 손쉽게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미생물 기반의 신기술 개발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미생물 엔지니어링을 할 때 활용할 수 있는 범용 도구도 개발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교수님에게 합성생물학이란?
맥가이버 같은 존재입니다. 저는 미생물을 활용해 상상하는 물질을 만들어내고, 그 길을 찾는 과정이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또 실생활과 밀접한 학문이기에 개발 기술이 바로 적용되는 걸 볼 수 있는데, 그럴 때는 굉장히 보람찹니다. 제 연구실 학생들도 이 학문을 잘 배워서 사람들에게 도움 주는 인재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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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수 고려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교수
양동수 교수는 누구
KAIST 생명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 생명화학공학과에서 박사 및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거쳤다. 이후 고려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교수로 부임해 미생물을 이용한 천연물 생산 및 진단·치료법 개발 등 합성생물학과 효소공학 연구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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