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 열기
Focus Story>Flow②
바이오헬스가 주도하는
비만 치료 기술의 진화
이병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바이오헬스혁신기획단 단장

비만은 더 이상 ‘개인 건강 문제’가 아닌 산업 전반의 구조를 바꾸는 거대한 혁신의 촉매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바이오헬스 기술의 발달은 기존의 체중감량 중심 치료를 넘어 맞춤형, 예방 중심, 데이터 기반 치료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이끌고 있다.

비만치료제 시장의 폭발적 성장,
비만 시장을 둘러싼 격변기
최근 몇 년 사이 ‘비만’은 단순한 생활 습관 질환을 넘어 전 세계 의료와 산업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식욕을 조절하는 약부터 뇌를 자극하는 기기, 디지털 행동 중재까지, 비만 치료 기술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흐름과 국가별 대응은 이 기술의 파급력을 더욱 실감케 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 의약품청EMA,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모두 이러한 약물을 승인하고 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전 세계적인 공중보건 문제로 인식하고, 약물 치료를 포함한 다양한 전략을 통해 비만 관리의 효율성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비만치료제를 2025년 ‘필수의약품 목록’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러한 치료제의 등장과 관심은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바이오헬스 기반 비만 치료 핵심 기술
1.개인화된 건강관리 플랫폼 :
일상 속에 스며든 맞춤형 비만 관리 기술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디지털헬스 플랫폼의 등장이다. 스마트폰 앱과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AI가 식습관·운동·수면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개인별 행동 패턴에 맞는 맞춤형 조언을 제공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국의 Noom, Omada Health가 있다. 이들은 디지털 치료제DTx, Digital Therapeutics로 분류되며, 단순한 코칭 앱이 아니라 실제 임상 효과를 입증받은 치료 도구로 평가받고 있다.

미래에는 AI가 사용자의 스트레스 상태나 혈당 변화를 분석해 실시간으로 식욕 조절 조언을 제공하는 수준까지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플랫폼은 의료비 절감뿐 아니라 산업 차원에서도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해, 헬스케어 산업 내 강력한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s1_5_1.jpg
미국의 Noom, Omada Health 등의 디지털 치료제는 앱과 디바이스를 통해
AI가 개인의 식습관·운동·수면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맞춤형 조언을 제공한다.
2. AI 기반 행동 중재와 가상현실 :
행동의 뿌리를 겨냥한 비만 치료의 새로운 전환점
비만 치료가 단순한 열량 조절과 신체 활동 권장에서 벗어나, 행동의 근본적인 원인을 겨냥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인지행동치료CBT, Cognitive Behavioral Therapy와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을 결합한 기술이 있다. AI 기반 식단·운동 코칭 플랫폼이 주로 ‘무엇을’ 먹고 ‘어떻게’ 운동할지 알려주는 데 중점을 둔다면, CBT+VR 접근은 ‘왜’ 잘못된 식습관이나 행동을 반복하는지 스스로 인식하고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둔다. VR 시뮬레이션을 통해 음식 유혹 상황을 재현하고, 사용자는 실제 음식 유혹 상황을 가상에서 경험하고 대처 전략을 학습할 수 있다. 이는 행동 교정 훈련을 몰입감 있게 반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기술은 단기 체중감량보다 장기적인 행동 유지와 재발 방지에 강점을 가진다. 특히 ADHD, 우울증, 불안장애 등 정신적 요인이 동반된 복합형 비만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어, 맞춤형 정신-신체 통합 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러한 기술은 ‘습관’이라는 고정된 행동 패턴에 개입함으로써, 약물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심리적 요인을 다룬다. 비만은 신체적 질병이기도 하지만 ‘행동 질환’이기도 하기에, 이러한 접근은 치료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s1_5_2.jpg
CBT+VR 접근은 왜 잘못된 식습관이나 행동을 반복하는지 스스로 인식하고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둔다.
3.개인 맞춤형 영양 기술 :
유전체와 장내 미생물이 열쇠
유전체 분석,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분석 기술의 발달은 개인별 대사 반응 차이를 정밀하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어떤 음식이 나에게 살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과학적으로 답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국내외 푸드테크 스타트업들은 유전자·미생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식단, 기능성 식품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기존의 다이어트 시장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식사 직후 혈당 반응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센서를 도입해, 사용자에게 ‘혈당 급등 유발 음식’을 피할 수 있도록 안내하기도 한다. 이처럼 식단의 패러다임이 ‘칼로리 제한’에서 ‘개인 대사 맞춤’으로 이동하고 있다.
4.오가노이드와 BCI :
미래형 기술의 가능성
비만 치료의 새로운 지평은 이제 세포 수준과 신경 회로망 수준에까지 확장되고 있다. 특히 생체 조직을 모사한 오가노이드Organoids는 실험실에서 인간 장기를 재현함으로써 신약 개발, 유전자 기반 치료, 개인 맞춤형 약물 반응 예측 등에 활발히 활용되는 등 정밀의료 시대의 핵심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편 BCIBrain-Computer Interface 기술은 인간의 뇌 신호를 실시간으로 해석해 외부 장치와 연결하거나 심리·정서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기술로, 기존에는 중증 뇌질환자의 보조 수단으로 개발되었지만 최근에는 감정 조절, 식욕 억제, 충동 통제와 같은 행동 중재 수단으로의 확장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예컨대 특정 음식 자극에 대한 뇌파 반응을 분석하고, 과도한 보상 반응이 감지될 경우 실시간으로 뇌를 자극하거나 경고하는 시스템이 실험적으로 구현되고 있다. 특히 딥러닝 기반의 신경 신호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집중력, 스트레스 반응, 식욕 충동 등 행동 관련 신경 패턴을 예측하고 개입하는 시스템이 점차 정밀해지고 있다.

아직은 이러한 기술이 대부분 초기 연구 또는 임상시험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오가노이드와 BCI가 상용화된다면 비만 치료는 단순한 식단 조절이나 약물 처방을 넘어 인간의 뇌-장-행동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조절하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개입으로 진화할 것이다. 이는 기존의 치료 방식을 보완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예측하고 예방하는 ‘정밀 신경 행동 치료’의 미래를 열어갈 핵심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s1_5_3.jpg
생체 조직을 모사한 오가노이드는 실험실에서 인간 장기를 재현해
신약 개발, 유전자 기반 치료 등에 활발히 활용된다.
s1_5_4.jpg
BCI 기술은 감정 조절, 식욕 억제, 충동 통제와 같은 행동 중재 수단으로의 확장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과 미래 전망
비만 치료 기술의 발전은 의료계를 넘어서 식품산업, 운동·스포츠 산업, 보험, 제약·바이오 산업, 디지털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GLP-1 계열 약물의 보급 이후, 일부 국가에서는 가공식품 소비가 감소하거나 건강식품 산업이 급속히 성장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정부 정책과 보험제도의 변화도 기술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일부 디지털 치료제가 메디케이드Medicaid에 포함되었고, 독일은 디지털헬스 애플리케이션DiGA을 통해 디지털 치료제를 공식 의료 시스템에 통합하는 사례를 보이기도 했다. 이렇듯 GLP-1 약물의 보험 등재 여부는 산업 전반적인 성장에 거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향후에는 AI 기반 정밀의료 플랫폼, 예방 중심 건강관리 모델, 산업 간 융합 생태계 조성 등이 더욱 활발히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 ❶ 미국의 저소득층 의료 보장 제도.
기술은 건강을 넘어 삶의 방식을 바꾼다
비만은 여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전 지구적 과제지만, 이제는 새로운 기술이 그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하고 있다. 디지털헬스, 약물 치료, 맞춤 식단, 행동 중재 등 다양한 기술이 의료 기술에서 산업 기술로, 개인의 노력에서 사회적 시스템으로 전환되며 세상을 바꾸고 있다.

바이오헬스 기반의 비만 치료 기술은 단지 건강을 회복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 전반의 구조를 혁신하고 미래 사회의 건강 패러다임을 재정의하고 있다. 기술은 결국 삶의 방식을 바꾸며, 그 중심에 ‘비만 치료의 진화’가 있다. 반면 기술의 발전이 반가운 건 분명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누가, 얼마나 쉽게, 이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가’다. 약값은 수백만 원을 웃돌고, 디지털 치료는 아직 보장 체계가 완비되지 않았다. 의료 정책과 보험, 사회적 인식이 함께 따라가야 기술은 비로소 ‘사람을 살리는 힘’이 될 수 있다.

비만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의료 기술과 산업, 정책이 만나는 접점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금 우리는 ‘비만 치료의 기술혁명 시대’ 한가운데에 있다.
s1_5_5.png
이병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바이오헬스혁신기획단 단장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통계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바이오헬스 분야의 산업 영향 분석, 정책 기획, 사업 운영 등에서 전문성을 쌓아왔다.
현재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바이오헬스혁신기획단 단장으로서 바이오헬스 산업에 대한 정책 지원 전략 수립과 관련 통계의 생산·제공을 총괄하며,
국내 바이오헬스 혁신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번 호 PDF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