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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ism>슬기로운 기술 생활
바이오+AI,
건강·의료에 날개 달다
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 개발이 어느새 하나의 기술 트렌드를 넘어 실질적인 도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빅데이터, 나노기술과도 융합해 건강과 의료 분야에 혁신을 일으키고 있죠. AI가 신약 개발을 어떻게 가속화하는지,
웨어러블 기기와 바이오센서가 실시간 건강관리를 어떻게 돕는지, 유전체 분석을 통한 맞춤형 치료가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등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까요.

AI 도입 전과 후 신약 개발 방식 비교
항목 AI 도입 전 (전통적 방식) AI 도입 후 (AI 기반 방식)
개발기간 평균 10~15년 소요 최대 수년 단축 가능 (특히 초기 단계)
개발비용 평균 3조 원 이상 비용 절감 효과 큼 (임상 실패율 감소 등)
후보물질 탐색 1만 개 중 1개 성공, 논문 수백 편 수작업 분석 논문 수백만 편 자동 분석, 수십만 화합물 고속 스크리닝
분자 설계 및 합성 반복적 실험과 수작업 의존, 합성 조건 찾기 어려움 생성형 AI가 분자구조 제안, 실험 없이 가능성 낮은 후보물질 걸러냄
임상 실패율 초기 후보물질 오류로 낭비 큼 약물 활성 예측 가능성 높아 실패율 감소
환자군 선별 병원 협조 및 수작업 선별 병원 데이터·전자기록 분석해 적합한 임상 대상군 추천
개발기간 크게 줄인 AI의 신약 개발
우리는 지금 AI 기술이 각 산업 분야에 확산돼가는 변화의 중심에 살고 있습니다. 특히 신약 개발 과정에서 AI 역할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AI 신약 개발은 임상 데이터와 신약 개발에 적합한 AI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AI 활용으로 신약 개발의 지름길이 열렸다고 말합니다.

신약 개발은 인체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찾아내고, 이와 상호작용을 일으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물질(화합물)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신약 개발 과정은 보통 후보물질 탐색, 후보물질 도출, 전 임상, 제1~3 임상시험, 허가 검토 및 승인 단계를 거칩니다. 이러한 단계를 거쳐 약 1만 개의 후보물질 가운데 딱 하나가 신약이 됩니다. 신약의 효과가 아무리 좋더라도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면 출시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보통 개발기간만 10년 정도 소요되고, 성공률도 매우 낮은 편입니다. 비용도 평균 3조 원에 육박합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AI 기술은 신약 개발의 가속 페달을 갖출 수 있을까요. AI의 활용은 신약 개발기간을 대폭 단축합니다. 특히 초기 단계인 후보물질 발굴 기간을 줄입니다. 후보물질 발굴은 수십만 개의 화합물 중 표적 단백질에 활성을 보이는 화합물을 찾아야 하는 난도 높은 과정입니다. 기존 제약사들의 전통적인 방법은 먼저 신약을 개발할 대상 질병을 정한 다음, 관련 논문 400~500개를 필터링하여 후보물질을 탐색했습니다.

하지만 AI는 한 번에 100만 건 이상의 논문 탐색과 10개의 화합물 탐색이 가능해 연구자 수십 명이 1~5년간 해야 할 일을 하루 만에 진행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빅데이터와 수많은 분자를 빠른 속도로 선별해내 신약 1건당 1만여 개에 이르는 후보물질을 탐색하고 추려냅니다. 도출한 물질이 생체에서 어떻게 활성화될지에 대한 예측도 제공하기 때문에 임상시험 단계에서 발생하는 실패율을 낮춰줍니다. 또한 각종 데이터베이스, 병원 진료기록 데이터를 분석해, 연구하고 있는 질병의 임상시험에 적절한 임상 대상 환자군도 찾아냅니다. 이처럼 AI는 과학자들의 손과 발이 되어 빠르고 효율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화합물 합성은 AI의 핵심, 신약 개발 효율 높여
신약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번에는 무엇을 합성할 것인가’입니다. 수많은 신약 잠재적 후보물질이 설계되더라도 이를 실제로 합성하기는 어렵습니다. 약효가 있는 새로운 물질(분자구조)을 합성할 최적의 조건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간단한 화합물은 며칠 안에도 가능하지만, 분자구조가 복잡한 경우 몇 주 또는 몇 달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1만여 개의 후보물질 가운데 어떤 것이 최상의 약효를 가질지 알 수 없으니 모두 실험을 해야 합니다. 하나의 실험을 하느냐 마느냐는 결국 시간과 비용에 관한 결정입니다. 생성형 AI는 과거 데이터를 학습해 신약 후보가 될 분자의 구조를 디자인하고 제안하며 실패할 확률이 높은 후보물질도 알려줍니다. 이런 후보물질은 실험을 안 해도 되니 비용이 절감되죠.

AI는 합성을 통해 분자구조를 점진적으로 바꿔가며 새 분자를 만들어냅니다. 화합물 구조의 정보와 생체 내 단백질의 결합 능력을 계산해 수많은 다양한 약물 조합을 만들어 새로운 유효물질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과학자가 AI에게 아스피린 합성을 해달라고 명령어를 입력했다고 합시다. 이때 AI는 인터넷과 문서 데이터 등을 검색해 아스피린 합성에 필요한 물질과 실험을 위한 기술 등을 찾습니다. 그리고 전체 실험 과정을 설계해 가장 효율 좋은 화학반응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아스피린 합성 방안을 내놓습니다. 실제로 AI는 진통제에 쓰이는 성분인 파라세타몰과 아스피린을 비롯해 유기 화합물인 니트로아닐린, 페놀프탈레인을 합성해 정확하게 화합물을 만들어냈습니다.

화합물 합성은 신약 개발에서 가장 큰 병목현상을 일으키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미래 바이오 대전환 시대를 이끌 핵심 기술로 꼽힙니다. AI는 향후 전통적인 화합물 합성법을 대체해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의 제약사들, AI 기술 접목 활발
202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신약은 총 55개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최근 30년 사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건수로, 신약 승인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이뤄지면서 한동안 위축됐던 신약 개발 플랫폼 시장도 다시금 활기를 되찾는 모습입니다.

최근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는 AI 기업과 계약을 맺는 등의 방법을 통해 신약 개발 연구를 적극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신약 개발을 위한 생성형 AI 플랫폼 ‘바이오니모’를 개발해 암젠Amgen 등 다수의 AI 신약 개발 기업과 협업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CEO(최고경영자) 젠슨 황은 앞으로 신약 개발은 물론 DNA 구조와 수술실 데이터까지 모두 AI와 만나고, 모든 실험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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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신약 개발을 위한 생성형 AI 플랫폼 ‘바이오니모’를 개발해 다수의 AI 신약 개발 기업과 협업 중이다.
미국 기업 아톰와이즈Atomwise도 다양한 질병의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AI 플랫폼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글로벌 제약사들과 신약 개발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톰와이즈는 하루 만에 7000종의 물질을 분석, 에볼라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한 바 있습니다.

국내 AI 기업 스탠다임, 디어젠, 닥터노아바이오텍 등도 신약 개발 연구를 수행할 AI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SK케미칼, 대웅제약, GC녹십자 등 국내 제약사들과 협업 관계를 구축하고 질환 치료를 위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AI를 활용한 바이오 기술은 이제 유망한 산업이 될 것입니다. 올해는 AI를 기반으로 한 ‘바이오 빅뱅’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바이오센서를 통한 실시간 나의 건강관리
신약 개발 임상시험 참가자들은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밴드 등의 웨어러블 의료 기술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AI는 이러한 기기의 데이터를 분석해 연구자가 방문 누락, 이상값, 편차 등의 문제를 더 빨리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현재 웨어러블 기술은 단순한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밴드의 시대를 지나 바이오센서와 나노기술이 융합된 형태로 진화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바이오센서는 신체 내부의 생체 신호를 감지하고 해석하는 센서로, 인체의 생리적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모니터링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사용자에게 실시간 건강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자신의 건강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을 위한 개인 맞춤형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의료 전문가는 원격으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병원에 가야만 얻을 수 있는 자료를 병원 밖 일상에서도 측정 가능합니다. 기존에 얻기 어려웠던 라이프로그Lifelog 자료도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바이오센서가 마치 개인 비서처럼 현재의 활동량을 비롯해 체온, 심박수, 산소포화도, 심전도, 수면, 호흡수, 혈압, 혈류, 혈당, 뇌파, 안압, 자세, 복약, 월경까지 다양한 건강 데이터를 측정해 줍니다. 최근엔 AI와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 덕분에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기능의 정밀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습니다.
또 바이오센서의 실시간 모니터링은 응급 상황에서도 큰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심장 이상 징후나 혈당의 급격한 변화가 있을 경우 즉시 경고를 발령하여, 사용자가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러한 즉각적인 반응은 종종 생명을 구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가 됩니다. 실시간 모니터링은 사용자의 건강 행동을 30% 이상 개선한다고 합니다. 환자의 생명뿐 아니라 가족의 안녕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자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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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웨어러블 기술은 단순한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밴드의
시대를 지나
바이오센서와 나노기술이 융합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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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체 분석으로 개인 맞춤형 치료 시대 눈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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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활용한 유전체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를 통해 암이나 희귀병 같은 질환의 발병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AI를 활용한 유전체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개인별 맞춤형 치료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유전체는 생명체의 유전정보 전체를 의미하며, 분석을 통해 DNA 변이, 질병 정보 등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암이나 희귀병 같은 질환의 발병 가능성을 예측하고,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치료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의사가 통계적으로 효능이 높은 항암제를 순차적으로 투여했다면, 이제는 환자의 유전체 정보를 바탕으로 가장 잘 맞는 약을 먼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인간 유전체는 약 2만 개의 유전자와 2억 개 이상의 DNA 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염기 배열에 생긴 작은 오류, 즉 ‘과오 돌연변이’는 대부분 무해하지만, 일부는 유전병이나 암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최근 구글 딥마인드는 AI 모델 ‘알파미스센스’를 통해 약 7100만 개의 과오 돌연변이를 분석하고, 이 중 32%가 질병 유발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존 기술은 예측 정확도가 0.1%에 불과했지만, 알파미스센스는 89%의 변이에 대해 질병 관련성을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향상되었습니다. 생성형 AI 기반의 이 모델은 유인원 등 다양한 DNA 데이터를 학습해 변이의 위험도를 더욱 정밀하게 분석합니다.

이처럼 AI 유전체 분석 기술은 획일화된 치료법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개인 유전정보를 반영한 맞춤 치료의 대중화를 앞당기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AI를 주로 초기 단계의 후보물질 발굴 등 제한적인 부분에서만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약물 최적화, 독성 평가, 부작용 예측 등 신약 개발의 거의 모든 단계에서 AI를 활용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금은 AI를 통해 신약 개발과 개인별 맞춤 치료로 도약하기 위한 골든타임입니다.
“2025년은 AI를 기반으로 한 ‘바이오 빅뱅’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한 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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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청소년 과학 잡지 <Newton> 편집장을 지냈으며, 현재 과학 칼럼니스트와 저술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구멍에서 발견한 과학>, <먹는 과학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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