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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우주를 추적하다
김영덕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장
김선녀 사진 김기남

지하 1000m 깊이, 빛도 소음도 닿지 않는 공간에서 우주의 가장 큰 미스터리를 추적하고 있다.
바로 보이지 않지만 우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암흑물질’, 그리고 물질과 반물질의 비밀을 품은 중성미자다.
기초과학연구원 지하실험연구단을 이끄는 김영덕 단장의 연구는 단순한 입자 탐색을 넘어, 우리가 사는 우주의 기원과 구조를 이해하려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현재 맡고 계신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의 역할과, 단장으로서 어떤 연구를 이끌고 계신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지하실험연구단CUP은 입자물리학을 통해 우주의 근본적인 구조와 법칙을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암흑물질의 정체를 밝히는 실험과 중성미자의 성질을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저는 이런 연구들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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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Cosmic Ray의 배경 잡신호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하 1000m 아래 건설된 예미랩에서 연구진이 실험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예미랩Yemi Lab’은 지하 1000m 깊이에 구축된 실험시설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공간은 어떤 곳이며, 왜 이런 환경이 필요한가요?
강원도 정선에 위치한 예미랩은 지하 약 1000m 깊이에 건설된 연구시설입니다. 국내에서 운영 중인 광산 내부에 구축된 실험실로, 지상에서는 수행하기 어려운 정밀한 입자물리 실험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이처럼 깊은 지하에 실험실을 두는 이유는 우주에서 날아오는 고속 입자, 즉 우주선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입자들로 인한 ‘잡신호’를 차단하기 위해서입니다. 지상에서는 중성자나 뮤온 같은 입자들이 끊임없이 쏟아지기 때문에, 우리가 찾고자 하는 매우 희귀한 신호가 쉽게 묻혀버립니다. 지하 깊은 곳에서는 이러한 입자들이 대부분 차단돼 배경 신호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암흑물질이나 중성미자같이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는 희귀한 현상을 훨씬 더 정밀도 높게 탐색할 수 있습니다.
연구단이 추적하고 있는 ‘암흑물질’은 무엇이며, 이것이 우주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 왜 중요한가요?
암흑물질은 빛을 내거나 반사하지 않아 직접 볼 수 없는 물질입니다. 하지만 질량을 가지고 있어 중력 효과를 통해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은하의 회전이나 우주의 구조를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암흑물질의 존재가 필요합니다. 현재 우주의 약 85%가 암흑물질로 이루어져 있다고 추정됩니다. 암흑물질을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입자를 발견하는 것을 넘어, 우주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요소와 그 형성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암흑물질 연구는 어느 정도 단계에 와 있으며, 예미랩의 연구는 그 흐름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나요?
암흑물질 연구가 어느 단계에 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직 그 정체 자체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얼마나 더 연구해야 답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알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다만 중요한 진전도 있습니다. 지난 25년간 이탈리아의 DAMA 그룹이 암흑물질 신호를 주장해왔는데, 예미랩의 COSINE 국제 공동연구에서는 동일한 방식의 검출기를 사용해 이를 재현하지 못했고, 해당 주장에 대해 부정적인 결론을 제시했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액체 제논 검출기 등 다양한 실험으로 여러 이론적 후보 입자를 탐색하고 있으며, 예미랩에서도 저질량 후보와 액시온 같은 유력 후보를 중심으로 연구를 계속해나갈 예정입니다.
어떻게 이 분야에 들어오게 되었나요? 처음 물리학, 특히 우주와 관련된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대학에서는 원자핵공학을 전공했지만, 어릴 때부터 관심 있었던 우주와 입자물리학을 연구하고자 대학원에서는 핵물리학으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귀국한 뒤에는 암흑물질 탐색과 중성미자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특히 2005년 영광 원자력발전소에서 진행한 중성미자 검출 실험이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 중성미자의 ‘진동’ 현상을 확인하는 데 기여하며 국제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한국에는 대형 입자가속기가 없어 가속기에 의존하지 않는 방식으로 입자물리학을 연구하고자 했고, 그 과정에서 지하 실험을 기반으로 한 연구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연구자의 길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순간이나 영향을 준 경험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연구자의 길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질문을 풀어가는 과정’ 자체에 큰 흥미와 보람을 느꼈던 경험입니다. 스스로 던진 질문이든, 다른 연구자들이 제기한 문제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양양 암흑물질 실험 중 CsI 결정의 배경 방사능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질문이 생겼는데, 당시 전 세계에서 저희만이 이를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결국 해결책을 찾아냈죠. 이렇듯 유일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연구를 계속하게 만드는 큰 동력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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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질문이라는 점이 연구를 계속하는 동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초과학 연구는 성과가 단기간에 드러나지 않는 분야기도 합니다. 이 직업의 가장 큰 특징과 매력, 그리고 어려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기초과학은 특정한 응용을 목표로 하기보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자연의 원리를 직접 탐구한다는 점에 큰 매력이 있습니다. 자연과 가장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연구라는 점이 이 직업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암흑물질처럼 가능성이 매우 많은 분야에서는 실험 방향을 정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연구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한 국가가 아닌 국제 공동연구와 대규모 자원이 필요한 점도 큰 어려움입니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질문이라는 점이 연구를 계속하는 동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이러한 대형 기초과학 연구시설이 운영된다는 점은 과학기술 또는 국가경쟁력 측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은 경제 규모 면에서 세계 10위권에 도달한 만큼, 기초과학 연구 역시 그에 걸맞은 수준으로 성장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다소 격차가 있지만 예미랩 같은 연구시설이 구축되면서 점차 그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의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다만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기초과학에 대규모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한국도 경제 규모에 맞는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입자물리학과 우주 분야는 여전히 새로운 발견이 이어지고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정답이 보이지 않는 질문’을 다루는 연구자로서, 연구를 지속하게 만드는 개인적인 철학이나 태도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중성미자 연구처럼 비교적 구체적인 질문과 방법이 정립된 분야도 있지만, 암흑물질처럼 가능성이 매우 다양한 영역도 있어 두 연구는 서로 다른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토머스 쿤의 관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새로운 발견은 현재의 패러다임을 얼마나 더 정밀하게 검증하는가에서 시작될 때가 많다고 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끝까지 밀어붙여 정밀하게 탐구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새로운 단서와 도약의 계기가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기초과학 연구를 꿈꾸거나 진로를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기초과학도 결국 스스로 흥미를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만 연구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동료나 선배, 멘토들과의 협업과 대화가 매우 큰 역할을 합니다. 책이나 논문을 통해 얻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사람들과의 논의 속에서 얻는 통찰이 연구를 더 깊이 있게 만들어줍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과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함께 고민해나가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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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덕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장
김영덕 단장은 누구?
김영덕 단장은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CUP을 이끌며 암흑물질 탐색과 중성미자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입자물리학자다. 중성미자 없는 이중 베타 붕괴 실험을 비롯해 국내 지하 입자물리 실험을 선도해왔으며, 현재 예미랩을 기반으로 국제 공동연구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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