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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ing Tomorrow>Teen+Tech
로켓은 공기를 밀고 나가지 않는다
박재용 작가

우주를 향해 거침없이 솟구치는 로켓. 로켓은 영하 250℃의 극저온과 3000℃의 극고온을 동시에 견뎌내는 극한 공학의 결정체다.
로켓 추진의 숨은 원리부터 우주 시대를 앞당긴 재사용 로켓 기술까지 흥미로운 우주과학의 세계를 파헤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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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비행기가 날개로 공기를 밀듯 로켓도 ‘공기를 밀며’ 난다고 여긴다. 하지만 오해다. 로켓의 원리는 뉴턴의 작용-반작용 법칙이다. 뒤로 물질을 강하게 밀어내며 그 반작용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왜 연료를 그냥 뿌리지 않고 태울까?
그렇다면 연료를 그냥 뒤로 뿌려도 되지 않을까? 왜 굳이 태워서 가스로 만들까? 당연히 가능하지만, 엄청 비효율적이다. 핵심은 속도다. 추진력(추력)은 ‘질량 × 속도’로 결정된다. 빠르게 내놓을수록 추력이 강하다.

액체 연료를 그냥 뿌리면? 초속 수십 미터 정도로 나간다. 하지만 연료를 태워 고압가스로 만들면 초속 3~4km로 분출된다. 100배 이상 빠르다. 그래서 로켓은 연료를 폭발적으로 연소시켜 최대한 빠른 속도로 가스를 뒤로 내보낸다. 그리고 뜨거울수록 분자가 빠르게 움직인다. 연소실 온도가 3000℃나 되는 이유다.
고체 로켓 vs 액체 로켓
2025년 11월 27일 대한민국 독자 기술로 개발한 발사체 ‘누리호’가 거대한 화염을 내뿜으며 4차 발사에 성공했다.
로켓 연료는 고체와 액체 두 가지다. 고체 연료 로켓은 단순하다. 폭죽과 같다. 구조가 간단하고 고장이 적어 군사용 미사일이나 보조 부스터로 많이 쓴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한 번 점화하면 끌 수 없다. 추력 조절도 안 된다. 마치 폭죽처럼 불이 붙으면 끝까지 최대 출력으로만 돌아간다. 속도를 줄이거나 방향을 바꾸거나 착륙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반면 액체 연료 로켓은 연료탱크, 펌프, 냉각시스템, 제어밸브 등 수많은 부품이 필요하고 복잡하다. 하지만 장점이 압도적이다. 추력 조절이 자유롭다. 연료 공급을 늘리거나 줄여 엔진 출력을 바꾼다. 끄고 다시 켤 수도 있다. 궤도를 바꾸거나 착륙할 때 필수적이다. 그리고 효율이 높다. 같은 양의 연료로 더 강한 추력을 낸다.

그래서 우주 탐사에는 액체 로켓이 필수다. 인공위성 궤도 진입, 달 착륙, 화성 탐사, 국제우주정거장 도킹. 이 모든 임무는 엔진을 켜고 끄고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스페이스엑스의 팰컨 9, 아폴로의 새턴 5호, 한국의 누리호 모두 액체 로켓이다.
고체 연료 로켓 vs 액체 연료 로켓
구분 고체 연료 로켓 액체 연료 로켓
핵심 원리 연료와 산화제를 반죽해 연소실에 직접 채워 넣음. 연료와 산화제를 분리 보관 후 펌프로 주입하여 연소.
구조 및 부품 단순함. 연소실이 곧 연료 창고 역할. 복잡함. 터보펌프, 제어밸브 등 수천 개의 부품 필요.
제어 성능 조절 불가. 한 번 점화하면 끄거나 힘을 바꿀 수 없음. 자유로움. 추력 조절, 엔진 정지 및 재점화 가능.
장점 낮은 비용, 짧은 개발기간, 장기 보관 및 즉시 발사 용이. 높은 효율, 정밀한 궤도 투입 및 착륙, 재사용 가능.
주요 용도 군사용 미사일, 우주 로켓의 보조 부스터. 우주 탐사선, 대형 인공위성 발사체(누리호 등).
현황 2020년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우주 발사체에 대한 고체 연료 사용 제한 해제 및 개발 가속화. 누리호 등을 통해 독자 기술 확보 완료.
극저온과 극고온이 만나는 곳
액체 로켓은 모순으로 가득하다. 연료탱크는 영하 183℃다. 액체산소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액체수소를 쓰는 로켓은 영하 253℃다. 극저온 세계다. 그 바로 옆 연소실은 3000℃의 불꽃이 타오른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비밀은 재생 냉각시스템이다. 뜨거운 연소실 벽면에 수백 개의 가느다란 통로를 만들어 극저온 연료를 흘린다. 얼음장 같은 연료가 벽을 식히고, 동시에 연료는 예열된다. 로켓은 극저온 연료로 극고온 엔진을 식힌다. 그럼에도 엔진 벽면은 여전히 뜨겁다. 그래서 특수 합금을 쓴다. 니켈 합금이나 세라믹 코팅으로 열을 견딘다. 그래도 한 번 발사하고 나면 엔진 내부가 녹아서 변형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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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액체 로켓 엔진 등유(케로신)와 -183℃의 액체산소가 반응해 연소하며 추진력을 낸다. 연소가 시작되면 엔진 연소실 내부는 3000℃까지 치솟는다.
심장부, 터보펌프
더 큰 도전은 연료를 밀어 넣는 힘이다. 연소실 압력은 200~300기압. 연료가 폭발적으로 타오르려면 이런 압력으로 초당 수백 리터의 연료를 밀어 넣어야 한다. 그래서 터보펌프가 필요하다. 분당 3만~5만 번 회전하며 극저온 액체를 퍼 올려 고압으로 밀어낸다.

전기모터로는 불가능하다. 터보펌프 자체가 작은 엔진처럼 작동한다. 일부 연료를 먼저 태워서 나온 가스로 터빈을 돌린다. 그 터빈이 펌프를 돌리고, 펌프는 연료를 고압으로 밀어낸다. 여기도 극한 환경이다. 펌프는 영하 수백 ℃의 연료를 다루는데, 바로 옆 터빈은 수백 ℃의 뜨거운 가스로 돌아간다. 한 기계 안에서 또다시 극저온과 극고온이 만난다.

터보펌프가 고장 나면 로켓은 곧바로 폭발한다. 연소가 불안정해지고, 수천 ℃의 화염에 엔진이 녹는다. 실제로 많은 로켓이 개발 과정에서 터보펌프 문제로 수십 번의 폭발을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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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독자 기술로 개발한 누리호 75톤급 액체 엔진.
엔진 상단의 색깔로 강조한 부품은 엔진의 핵심인 ‘터보펌프’로,
연료를 고압으로 주입하여 강력한 추력을 만들어낸다.
재사용 로켓, 액체 로켓이라고 다 되는 건 아니다
이런 수백억 원의 로켓을 예전에는 한 번 쓰고 버렸다. 하지만 스페이스엑스가 이 상식을 깼다. 이제 재사용한다. 액체 로켓이라고 다 가능한 건 아니다. 몇 가지 필수 기술이 더 요구된다.

첫째, 엔진 재점화 기술. 한 번 꺼진 엔진을 다시 켤 수 있어야 한다. 극저온 연료가 탱크에서 터보펌프로, 연소실로 다시 흐르고, 불꽃이 다시 타올라야 한다. 한 번도 쉽지 않지만, 여러 번 켜고 끄기는 훨씬 더 어렵다.

둘째, 추력 제어. 노즐의 방향을 미세하게 조절해 로켓이 기울지 않게 균형을 잡는다. 착륙할 때는 초정밀 제어가 필요하다. 수백 톤짜리 로켓이 시속 수천 km로 떨어지다가 정확히 착륙 지점에 수직으로 내려앉아야 한다. 노즐이 아주 조금만 틀어져도 로켓은 쓰러진다.

셋째, 내열성 소재와 반복 사용 설계다. 일반 로켓 엔진은 한 번 쓰면 내부가 녹아 변형된다. 재사용 로켓은 수십 번 발사해도 견딜 수 있다. 더 강한 합금, 더 효율적 냉각, 더 정밀한 제작이 필요하다.

넷째, 정밀 제어시스템이다. 센서로 로켓의 위치·속도·자세를 실시간 측정하고, 컴퓨터가 수천 번 계산해 엔진 출력과 노즐 방향을 조절한다. 초당 수십 번 판단을 내린다.

이 모든 기술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작동해야 한다. 하나라도 실패하면 로켓은 폭발한다. 그래서 너무나 어렵고 수십·수백 번의 실패가 있다. 그래도 재사용 로켓은 발사 비용을 10분의 1 이하로 낮춘다. 우리나라도 재사용 로켓 개발에 들어갔다. 그 길 끝에 우리의 우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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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용 작가
과학과 일상의 연결, 과학과 사회, 과학과 미래 환경에 관해 책을 쓰고 말하는 과학 저술가이자 커뮤니케이터다.
EBS 다큐프라임 〈생명, 40억 년의 비밀〉 시리즈의 ‘멸종’, ‘짝짓기’, ‘경계’등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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