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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을 입은 기술,
유연 센서 플랫폼의 진화

유연·인장형 센서 플랫폼이 여는 ‘전자 피부’ 시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김선녀 사진 김기남

로봇이 물체를 ‘느끼고’, 피부에 붙은 센서가 몸의 변화를 ‘읽는’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
그 출발점에는 다양한 신호를 동시에 감지하고, 변형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차세대 센서 기술이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유연·인장형 센서 플랫폼을 통해 이러한 변화를 현실로 끌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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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손가락 끝에 내장된 센서가 물체를 잡는 순간 발생하는 압력 분포를 실시간으로 감지한다.
감지된 힘의 강도에 따라 LED 색상이 다르게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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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과제명 자유형상 고집적 융복합 센서를 위한 대면적 웨이퍼레벨 유연인장 하이브리드 센서 플랫폼 기술 개발
제품명(적용 제품) 촉각 센서 내장형 로봇 손가락/ 근활성 모니터링 웨어러블 센서 디바이스/ 피부 부착형 혈압 센서 패치
개발기간(정부 과제 수행기간) 2022년 4월 ~ 2028년 12월
총 정부출연금 111억 3000만 원
개발기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참여 연구진 김혜진, 홍찬화, 진한빛, 최중락, 김윤정, 주훈표, 서새롬, 이동영
센서의 진화, ‘소자’에서 ‘플랫폼’으로
센서는 오랫동안 특정 물리량을 측정하는 ‘단일 기능 소자’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압력, 온도, 움직임, 생체 신호 등 각각의 정보를 개별 센서를 통해 수집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이런 구조는 측정 정확도 측면에서는 유리했지만, 여러 신호를 동시에 통합적으로 해석해야 하는 실제 환경에서는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복합적인 상황을 빠르게 인지해야 하는 응용 분야에서는 센서 간 정보 단절이 시스템 전체 성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특히 로봇이나 웨어러블 기기처럼 복합적인 물리·생체 정보를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경우, 센서 간 데이터 통합이 어려워 시스템 설계가 복잡해지고 응답 속도 또한 제한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센서는 점차 ‘단일 측정장치’에서 ‘통합 감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나아가 다양한 센서 데이터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 해석하는 능력이 차세대 센서 기술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ETRI 지능형부품센서연구실은 이러한 흐름에 맞춰 센서를 개별 소자가 아닌 ‘플랫폼 기술’로 접근했다. 하나의 기판 위에 다양한 센서를 집적하고, 이를 하나의 시스템처럼 동작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특히 반도체 공정과 호환되는 대면적 웨이퍼 기반 제조 방식을 적용해, 기존의 소면적·개별 센서 구조를 넘어서는 확장성을 확보했다. 이러한 접근은 센서 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도로 평가된다. 센서가 단순히 데이터를 수집하는 역할을 넘어, 다양한 정보를 동시에 인지하고 통합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지능형 입력 인터페이스’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향후 AI 및 로봇 시스템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기반 기술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늘어나는 전자, 현실 환경에 적응하다
현실 세계는 평면이 아닌 곡면과 변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의 피부, 관절, 로봇의 구조물은 끊임없이 늘어나고 휘어진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기존의 경질 센서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실제로 실리콘 기반 센서는 높은 성능을 갖지만, 반복적인 변형이 가해질 경우 성능 저하나 구조 손상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번 기술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유연성’과 ‘신뢰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구조 설계가 핵심이다. 단순히 부드러운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극·배선·계면 구조까지 포함한 전체 시스템을 변형 환경에 최적화한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최대 약 60% 수준의 신축 환경에서도 전기적 특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설계했으며, 반복적인 인장과 굽힘에도 신호 왜곡이 최소화되도록 배선 구조를 정밀하게 제어했다. 특히 다양한 센서를 하나의 기판에 집적할 때 발생하는 ‘응력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조적 분산 설계를 적용한 점이 중요한 기술적 성과다.

또한 서로 다른 물성을 지닌 센서들이 결합될 때 발생하는 계면 불안정성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장기간 사용 환경에서도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단순한 소재 기술을 넘어, 공정·구조·시스템 설계가 결합된 통합 기술의 결과라 할 수 있다.
다양한 변형 환경에서도 신호 왜곡 없이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유연·인장형 센서 플랫폼 실증 모델이다.
고해상도 센서가 집적된 이 플랫폼은 사람의 피부처럼 부드럽게 밀착되면서도
고도의 감각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자 피부에서 피지컬 AI까지
유연·인장형 센서 플랫폼은 이미 다양한 형태의 시제품으로 구현되며 실제 적용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로봇 그리퍼에 적용된 센서는 물체를 잡을 때 단순한 압력뿐 아니라 접촉 위치, 방향, 힘의 분포까지 인지할 수 있어 좀 더 정밀하고 안정적인 작업이 가능하다. 특히 물체의 재질이나 강성까지 구분할 수 있어, 기존 로봇이 수행하기 어려웠던 섬세한 작업 영역으로의 확장이 기대된다.

웨어러블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크다. 피부에 부착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생체 신호를 측정할 수 있어, 일상 환경에서의 건강 모니터링이 가능해진다. 이는 의료기기가 병원 중심에서 일상으로 확장되는 흐름과 맞물려 중요한 변화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나 예방 중심 의료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기반 기술로도 주목받고 있다.
ETRI 연구진이 개발한 유연 센서 플랫폼을 활용한 다양한 웨어러블 시제품들. 가슴 부위에 부착해 심박 및 부정맥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심혈관계 모니터링 패치(왼쪽)와
손목에 착용하여 근육과 관절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근골격계 모니터링 기기(오른쪽)다.
향후에는 센서 집적도를 더욱 높여 사람의 피부와 유사한 ‘전자 피부E-skin’ 구현이 목표다. 접촉 위치와 압력 분포, 시간에 따른 변화까지 정밀하게 인지할 수 있는 고해상도 센싱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나아가 센서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결합해, 단순 측정을 넘어 상황을 해석하고 판단하는 ‘지능형 센서 시스템’으로 발전하는 것이 중장기 방향이다. 이는 센서가 단순한 입력장치를 넘어, 로봇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인터페이스로 자리 잡게 됨을 의미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지능형부품센서연구실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인공지능, 통신, 반도체, 디지털 융합 등 ICT 전반을 연구하는 국내 대표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다. 미래산업을 선도할 핵심 원천기술 개발과 기술 사업화를 동시에 추진하며, 국가 기술경쟁력 확보에 기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연 전자, 차세대 센서, AI 융합 기술 등 사람과 기계의 상호작용을 고도화하는 연구에도 집중하고 있다.
Mini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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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지능형부품센서연구실 책임연구원
“센서는 이제 측정장치가 아니라,
AI 시대의 ‘감각’입니다.”
Q1. 이번 기술의 현재 상용화 수준은 어느 단계인가요?
현재 핵심 플랫폼과 시제품은 확보된 상태이며, 일부 기술은 실제 제품에 적용돼 기술이전과 매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연구 성과가 실험실을 넘어 산업 현장에 적용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의미합니다. 다만 본격적인 확산을 위해서는 공정 안정화와 양산 체계 구축이 추가적으로 필요합니다.
Q2. 성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변형 환경에서도 유지되는 전기적 안정성과 다종 센서 통합성입니다. 특히 반복적인 인장과 굽힘 조건에서도 신호가 왜곡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구조 설계가 핵심이며, 이러한 요소들이 동시에 확보돼야 실제 응용환경에서 활용 가능합니다. 또한 다양한 센서를 하나의 플랫폼에 집적한 상태에서도 개별 성능 저하 없이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것이 중요한 기술적 기준입니다.
Q3. 연구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유연성, 신축성, 신뢰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 가장 큰 기술적 과제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유연성을 높이면 전기적 안정성이 떨어지고, 신뢰성을 확보하면 구조가 경직되는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판·전극·계면 구조를 통합적으로 재설계했습니다. 특히 반복 변형 환경에서 발생하는 응력 집중을 제어하는 구조 설계가 핵심 난제로 작용했습니다.
Q4. 글로벌 기술과 비교할 때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글로벌 연구는 주로 개별 센서의 성능 개선이나 소면적 구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반면 이번 기술은 대면적 웨이퍼 공정 기반에서 다양한 센서를 통합한 플랫폼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습니다. 이는 향후 산업 적용과 확장성 측면에서 중요한 경쟁력입니다.
Q5. 센서를 데이터 관점에서 보면 AI나 로봇 기술의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 연구원에서는 이 기술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하는지 궁금합니다.
센서는 AI와 로봇 기술의 출발점입니다. 앞으로는 단순 데이터 수집을 넘어 디바이스 내부에서 직접 해석하고 판단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저희는 이번 기술이 ‘피지컬 AI’ 구현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하며, 센서·반도체·AI 알고리즘을 결합해 스스로 판단하고 피드백하는 지능형 시스템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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