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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의 눈이 되어주는 센서
‘레이더와 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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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율주행차가 등장하면서 떠오르는 두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라이다’와 ‘레이더’입니다. 라이다와 레이더는 한마디로 자율주행차의 ‘눈’을 담당하는 이미지 센서입니다. 비슷한 이름을 가진 두 센서는 대체 어떤 차이가 있고, 자율주행차에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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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빛 모으는 렌즈 통해 주변 인식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은 자동차가 사물을 어떻게 인지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들은 완성도 높은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해 카메라, 레이더RADAR, 라이다LiDAR 등의 센서를 적극 활용합니다. 센서는 자율주행의 핵심 부품입니다.
센서는 다른 말로 감지기라고 합니다. 온도나 빛, 소리, 압력 등을 일정한 신호로 바꿔주는 부품을 뜻합니다. 쉽게 말하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오감(촉각, 시각, 청각, 후각, 미각)을 기계화 또는 전자화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 제공되는 카메라는 시각을, 마이크는 청각을, 터치스크린은 촉각을 대신합니다. 초정밀 카메라, 소리 센서, 이미지 센서 등 수많은 센서가 컴퓨터와 인터넷에 연결되면 상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가능성을 갖게 됩니다.

우리 삶에 적용되는 첨단 센서는 헤아릴 수 없이 종류가 많습니다. 특히 자율주행차나 지능형 로봇은 센서의 결정체입니다. 운전자가 손을 놓아도 알아서 달리고, 멈출 때도 스스로 멈추고, 원하는 대로 차선도 바꾸는 자율주행차는 한 대당 300~400개가 넘는 센서가 장착됩니다. 그중 가장 핵심이 되는 센서는 바로 인간의 눈에 해당하는 라이다와 레이더입니다. 여기에 카메라까지 더해지면 자동차는 더욱 똑똑한 눈을 갖게 됩니다.
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AI이 현재의 도로 상황과 예측 가능한 변화 등을 미리 감지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해도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기 위한 눈(센서)입니다. 눈 역할을 하는 센서 덕분에 어두운 밤에 교통표지판이나 사물을 식별해 주행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자율주행차의 ‘눈’으로 오직 카메라 센서만을 고수해왔습니다. 차량 외부에 8개의 카메라를 설치해 정보를 수집하고 AI로 수집된 정보를 분석해 주행하는 방식을 활용한다는 입장이었죠. 비싼 라이다·레이더 대신 저렴한 카메라를 여러 대 사용하면 원가를 낮출 수 있다는 생각에서입니다. 그랬던 그가 2022년 12월 고해상도 레이더 센서를 추가하기로 생각을 바꿨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카메라는 빛을 모아주는 렌즈를 통해 주변을 인식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두운 환경에서 주변 환경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 날씨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안개나 구름이 많이 끼거나 비가 쏟아지는 악천후 상황에서 주변 물체를 잘 인식하지 못합니다. 레이더・라이다와 달리 색깔을 구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인식 거리가 현저하게 짧아 거리 측정 성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이 때문에 야간에 주행하던 테슬라 자율주행차의 잇단 사고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이 레이더와 라이다입니다.
전파 쏴 물체 감지하는 레이더, 악천후에 강해
레이더와 라이다는 모두 거리 측정을 위한 기술입니다. 하지만 물체를 감지할 때 다른 원리를 사용합니다. 즉 어떤 수단을 이용해서 사물을 보느냐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럼 먼저 레이더에 대해 알아볼까요.

레이더RADAR는 ‘RAdio Detecting And Ranging’의 줄임말입니다. 말 그대로 무선으로 주변 물체를 탐지하고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말합니다.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녹색 모니터 위에 회전 반경이 표시되면서 장애물이 점 같은 형태로 나타나는 게 바로 레이더입니다. 레이더는 직진성이 강한 전파(전자기파)를 발생시켜 물체에 쏘고 다시 반사되어 돌아오는 전파의 시간을 측정해 거리, 방향, 고도를 알아냅니다. 이를 통해 물체의 위치와 속도를 파악할 수 있어 비행기 또는 배의 위치, 지형에 대한 정보, 구름과 같은 기상정보를 얻습니다.

전파의 경우 물체에 닿았을 때 흡수되는 정도가 적습니다. 즉 외부 환경에 방해를 덜 받아 레이더는 라이다에 비해 비, 안개 등 악천후에 강합니다. 따라서 악천후에도 작동해야 하는 전투기, 전투함 등에 레이더를 활용합니다. 유기물질에 대한 투과도도 높아 플라스틱, 옷감까지 투과가 가능합니다.
레이더는 본래 항공 위성과 지상을 연결하는, 우리 눈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원거리의 큰 물체를 찾을 목적으로 개발되었습니다. 해상도는 낮지만 적은 에너지로도 멀리까지 뻗어나가는 전파의 성질을 이용한 것입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는 그 정도의 먼 거리까지 전파를 보낼 필요가 없죠. 레이더는 주파수에 따라 감지할 수 있는 거리가 다릅니다. 전파 도달 거리에 따라 단거리, 중거리, 중장거리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중장거리 레이더의 경우 150~200m 이상, 단거리 레이더의 경우는 100m 이내의 거리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차 전후방에 장착된 레이더 센서는 앞차와의 차간 거리를 유지하거나 긴급 제동, 사각지대 탐색 등에 이용됩니다. 하지만 감지 거리가 늘어날수록 시야각이 줄어들어 정밀성이 떨어집니다. 이 때문에 레이더는 물체의 유무와 거리는 알 수 있지만, 장애물이 사람인지 차량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힘듭니다. 안전이 필수인 자율주행차는 정밀도가 아주 중요합니다. 그래서 레이더는 주변 물체를 인식하는 광학카메라와 함께 사용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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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레이저) 이용하는 라이다, 높은 정밀도가 장점
라이다LiDAR는 빛Light과 레이더Radar의 합성어입니다. 라이다는 전파 대신 360도로 초당 수십 바퀴를 도는 파장이 짧은 빛인 고출력 레이저를 사용합니다. 대상물에 레이저를 쏘아 반사되어 되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거리를 계산하고, 주변 환경을 인지합니다.
라이다는 파장이 짧은 1550나노미터의 근적외선을 이용해 30m에서 200m 범위의 지역에서 차량, 도로, 건물, 사람 등의 정보를 식별해냅니다. 파장이 짧으면 직진성이 강해 레이저가 사물에 맞고도 그대로 직진하기 때문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동안 왜곡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정밀하게 주변을 인지할 수 있고 작은 물체도 식별이 가능합니다. 거리 정확도의 오차 범위가 ㎜~±3㎝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정밀합니다.

라이다를 차량에 장착하면 주행하는 동안 360도로 돌며 거리를 비롯해 폭과 높낮이 정보까지 측정합니다. 실시간으로 주위 사물을 3차원3D으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레이저 채널 수를 16, 32, 64개 등 여러 갈래로 쪼개 발사해 차량 주변의 모든 환경을 이미지화합니다. 그렇기에 별도 카메라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장애물이 무엇인지 정밀하게 판단합니다. 입체적 이미지를 정밀하게 얻는다는 장점으로 인해 라이다는 자율주행차 센서의 대세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다만 차량 내부에 장착되는 레이더와 달리 라이다는 특성상 계속 회전을 해야 하기에 차량 외부의 상부에 장착돼 장치가 외관에 드러납니다. 크기도 커서 미관상 좋지 않습니다. 장비 가격이 비싼 것 역시 단점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원통형 라이다 가격은 최소 4000만~1억 원에 달합니다. 라이다 한 대가 웬만한 자동차 한 대 가격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라이다를 ‘비싼 (쓸모없는) 맹장’이라고까지 표현하며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자율주행차에 라이다를 탑재한다면 차 가격이 최소 5억 원은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서 자율주행 업계는 상용화를 위해 라이다의 크기를 소형화하는 기술과 센서 가격을 낮추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럴 경우 가격경쟁력이 확보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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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다·레이더・카메라 합친 센서 퓨전Fusion 가능
머지않은 미래에 도로를 돌아다닐 것으로 예상됐던 ‘완전자율주행차(레벨 5)’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안전성입니다. 미국자동차협회AAA가 지난해 3월 초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완전자율주행차 이용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답한 응답자는 2022년 55%에서 68%로 늘었습니다. 그만큼 안전성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이 큰 셈입니다.

현재의 자율주행 단계는 레벨 3까지 올라가 있습니다. 자율주행 레벨은 0부터 5까지 6단계로 나뉩니다. 레벨 3은 자동차가 스스로 제어하지만 특정 상황에서 운전자가 개입해야 하는 단계, 레벨 4는 운전자가 수동 운전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자동차가 스스로 자율주행을 하는 단계, 레벨 5는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가장 높은 수준의 완전 단계를 말합니다.

최근 레벨 5의 완전자율주행을 위해 레이더와 라이다의 단점을 보완하려는 연구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자동차의 안전 기술은 자동차의 눈이라고 할 수 있는 센서 기술로 인지능력이 한층 강화되면서 하루가 다르게 진화 중입니다. 레이더는 정밀해지고 라이다는 가격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죠. 어떤 센서가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선택을 받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자율주행 업계는 두 센서 모두에 투자하고 있기도 합니다.

구글의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웨이모를 비롯해 아우디, GM 등은 라이다와 고정밀지도HDMap를 활용해 카메라의 시각 정보를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라이다+카메라+레이더’의 조합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현대자동차 그룹이 레이더와 라이다 기술력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그룹이 인수한 42dot은 레이더에 무게를 두고 카메라와 조합하는 방식을, 현대차에서 분사한 오토엘은 라이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레이더·라이다 센서 기술은 자동차산업의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자동차 눈의 진화를 통해 우리는 곧 스스로 알아서 척척 움직이는 또 다른 자동차 세상을 목격하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날을 기대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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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청소년 과학 잡지 <Newton> 편집장을 지냈으며, 현재 과학 칼럼니스트와 저술가로 활동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 <K-공감>, <조선일보>, <주간조선>, <시사저널> 등의 매체에 과학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는 <구멍에서 발견한 과학>, <먹는 과학책>, <지구의 마지막 1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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