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Focus Story> History
스마트 모빌리티,
어떤 기술을 통해
어디로 가야 하는가
s_double.jpg

인간도 동물이다. 그러나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고도의 지능으로 문명을 만들며 자신의 체력 이상으로 더욱 빠르고 효율적이며 안전하게 움직이는 방법을 찾아왔다.
첨단기술이 만들어갈 미래의 모빌리티는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word 이동훈(과학 칼럼니스트)

s1_2_1.jpg
스마트 모빌리티는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큰 이익을 약속하고 있다.
무엇보다 불필요한 교통량, 즉 교통혼잡을 제거해 시간과 비용, 인력의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s1_2_2.jpg
인간이 동물인 이상, 모빌리티mobility(교통)의 역사는 곧 인류의 역사이기도 하다. 대략 BC 3000년경부터 인간은 자신의 체력 한계를 벗어나 다른 힘을 빌려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를 전후해 바퀴와 수레의 발명, 그것을 끄는 말의 축화, 포장도로의 발명 등 전근대 육상교통의 주요 발명 및 발견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인간은 육상동물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수상 교통수단의 발명은 육상 교통수단보다 더 빨랐다. BC 5000년경 인류는 배와 노를 발명한다. 그리고 육상에서 말을 축화한 것과 비슷한 시기에 돛을 발명해, 육상과 수상에서 모두 자연력을 이용해 이동할 수 있게 된다.

18세기에 들어 인류는 증기기관을 발명함으로써 기계력을 손에 넣게 된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이 증기기관은 육상과 수상의 운송수단의 동력원으로 이식되기에 이른다. 19세기에는 증기기관의 힘으로 레일 위를 달리는 차인 증기기관차와 증기기관의 힘으로 움직이는 배인 증기선이 발명되었다. 19세기에는 증기기관에 비해 더욱 작고도 효율적인 기관인 내연기관이 발명되었다. 내연기관의 발명으로 레일 없이도 달리는 자동차의 발명이 가능해졌다. 내연기관은 18세기에 발명된 인류 최초의 항공기, 기구와 결합되어 비행선이 되었다. 그다음 세기인 20세기에 비행기의 발명이 가능하게 된 것도 내연기관 덕분이었다. 이러한 항공기의 발전으로 인해 인류의 활동 반경은 하늘까지 뻗어나갔다. 그뿐만이 아니다. 20세기에 크게 발전한 로켓 기술은 드디어 1960년대부터 인간을 우주로 나갈 수 있게 해주었다.

그로부터 또 반세기 이상이 지난 2020년대 현재, 인류의 교통은 스마트 모빌리티smart mobility로 또 한 번의 도약을 이루고자 한다.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똑똑한 교통 네트워크
스마트 모빌리티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능형smart 교통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여러 첨단기술에 힘입어 그 이전까지는 연결성이 미약한 상태에서 운용되던 교통의 여러 구성 요소를 하나로 연결, 유기적으로 통합 운용함으로써 더욱 높은 효율을 추구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스마트 모빌리티에는 기존의 자동차와 대중교통 외에도 맞춤형 승차 공유 서비스(우버, 리프트 등), 차량 공유 프로그램 등의 새로운 구성 요소도 포함된다.

이러한 스마트 모빌리티는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큰 이익을 약속하고 있다. 무엇보다 불필요한 교통량, 즉 교통혼잡을 제거해 시간과 비용, 인력의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나 홀로 차량으로 도로가 쓸데없이 가득 메워지고,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모습은 오늘날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미국에서도 1년에 교통혼잡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무려 1600억 달러에 달한다. 스마트 모빌리티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인프라를 조정해 교통량의 변화에 따른 최적의 교통 흐름을 만들어내고, 승차·차량 공유를 통해 목적지가 같은 인원과 물자를 같은 차량에 최대한 많이 탑재, 교통혼잡을 줄이고 인원과 물자를 더욱 빠르고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목적지에 전달하는 것이 스마트 모빌리티의 이상인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등 공해도 감소시켜 후손에게 더욱 깨끗한 환경을 물려줄 수 있다. 교통 인프라 구축에 드는 지면도 줄여 도시계획 및 토지 활용에도 도움이 된다.
스마트 모빌리티의 핵심
자율주행의 역사
스마트 모빌리티에는 4차 산업혁명의 다양한 첨단기술이 적용된다. 로봇,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이 그것이다. 자율주행자동차로 대표되는 자율주행 교통수단이야말로 그 모든 것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자율주행자동차는 꽤 오래전부터 구상되었다. 그중에는 16세기에 이탈리아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것도 있다. 그는 용수철을 동력원으로 하여 주행할 뿐 아니라 사전에 정해진 경로대로 코스를 바꿀 수도 있는 자동차를 설계했다. 다만 이 차량은 시제품조차 만들어지지 않은 것 같다.

s1_2_3.jpg
1939년 뉴욕 만국박람회에서 산업디자이너 노먼 벨 게데스가 미래의 교통수단을 주제로 한 전시물을 선보였다. 사진은 노먼 벨 게데스가 디자인한 유선형 모형의 미래형 자동차.
그 후 수백 년이 흘러 20세기가 되었다. 전파를 이용한 자동차나 항공기 등 기계물의 원격조종 기술이 선보였다. 특히 1939년, 뉴욕 만국박람회에서 산업디자이너 노먼 벨 게데스가 미래의 교통수단을 주제로 한 ‘퓨처라마’라는 전시물을 선보였다. 여기에는 자석이 내장된 도로에서 나오는 전자장을 따라 달리는 원격조종 자동차가 있었다. 물론 이는 현대적인 자율주행자동차는 아니다. 차 밖에서나마 사람이 운전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차량과 교통 인프라가 발맞춰 개발되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해준다. 이후 상당 기간 관련 연구 분야에서는 차량보다는 교통 인프라를 개량해 자율주행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기에 결국 차량 개량이 연구의 주안점이 되었다.
s1_2_3.jpg
1939년 뉴욕 만국박람회에서 산업디자이너 노먼 벨 게데스가 미래의 교통수단을 주제로 한 전시물을 선보였다. 사진은 노먼 벨 게데스가 디자인한 유선형 모형의 미래형 자동차.
달 탐사로봇에서
오토파일럿까지
오늘날의 자율주행자동차와 비슷한 개념, 그러니까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항법과 조향, 속도 조절을 하는 차량이 연구된 것은 19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과 소련은 달 탐사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사람이 달에 가기 전에 현지를 먼저 돌아다니며 사전 탐사할 로봇 차량, 즉 자율주행자동차가 필요했다. 1961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는 달 현지에서 컴퓨터 시각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며 주행 가능한 무인 월면차를 개발해냈다. 또한 1977년에는 일본 쓰쿠바 대학에서 시속 30km로 달리는 자율주행자동차를 선보였다.

그러나 연구에 큰 진전을 보인 것은 역시 전자기술이 발전한 1980년대부터였다. 유럽 여러 대학이 컨소시엄을 조직해 진행한 유레카 프로메테우스 프로젝트에서는 1987년부터 1994년까지 파리 고속도로에서 다양한 조건하에 누적 주행거리 1,000km의 자율주행(달성한 최대 속도 시속 130km)을 실시했다. 미국 국방부의 연구 개발 부서인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국방 고등 연구 기획국) 역시 1980년대부터 여러 대학의 관련 연구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라이다LiDar와 오프로드 항법을 시도한 자율주행 육상차량Autonomous Land Vehicle, ALV프로젝트, 카네기 멜론 대학 항법 연구소의 내브랩Navlab 프로젝트 연구 등이 대표적이다. 1995년 이곳의 자율주행 차량 내브랩 5호는 피츠버그를 출발해 샌디에이고까지 미국 전국을 횡단했다. 총 주행 구간 4,600km 중 98%를 자율주행했다. 또한 DARPA도 2004년부터 자체적으로 자율주행차 대회인 그랜드 챌린지를 열어 연구개발을 독려했다.
s1_2_4.jpg
2005년에는 구글이 ‘웨이모’ 프로젝트로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2005년에는 구글이 ‘웨이모’ 프로젝트로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2014년에는 테슬라가 ‘오토파일럿’ 기능을 처음 선보였다. 이후로도 계속 개량이 이루어진 오토파일럿은 현재 부분 자동화에 해당하는 자율주행 2단계 수준의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이는 제한적이나마 자율주행의 대중화를 촉진한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s1_2_5.jpg
테슬라는 자사 제품에 오토파일럿을 탑재해 제한적이나마 자율주행차량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완전자율주행 시대를 향한 도전
자율주행은 기술 집약도에 따라 자율주행이 전혀 불가능한 0단계에서부터 완전 자동화인 5단계까지 나뉜다. 2024년 현재 국내에서는 부분 자동화(고속도로 주행보조, 자동 주차 등이 가능)인 2단계까지, 해외에서는 조건부 자동화(시스템의 요청 시에만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인 3단계까지 상용화된 상태다. 우리 정부는 2027년까지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 없는 고도 자동화 수준인 4단계 차량을 국내에서도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다.

또한 자율주행자동차의 사촌 격인 자율운항 항공기와 자율운항 선박도 스마트 모빌리티에 통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자율운항 항공기는 UAMUrban Air Mobility(도심항공교통)이라는 여객 수송 플랫폼의 형태로 최근 각광받고 있다.

스마트 모빌리티에는 이외에도 필요한 기술이 많다.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 외에도 공해를 줄이기 위한 전동화, 편리한 교통 이용을 가능하게 해주는 통합 온라인 플랫폼인 서비스형 모빌리티, 작고 기술 집약도가 낮은 교통수단인 마이크로 모빌리티, 교통수단 사용자의 안전을 지키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소모성 부품의 안정적 조달을 위한 3D 프린팅,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통합하는 스마트 인프라 구조 등도 필요하다.
s1_2_6.jpg
자율운항 항공기는 UAMUrban Air Mobility(도심항공교통)이라는
여객 수송 플랫폼의 형태로 최근 각광받고 있다
스마트 모빌리티의 문제점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
스마트 모빌리티의 구현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기존 교통 인프라의 개편 내지는 대체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시간과 예산이 소요될 수 있다. 또 기존에 없는 새로운 교통수단의 도입 과정에서 법적·제도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다양한 정보가 수집되어 유통되는 스마트 모빌리티의 특성상 개인 정보 보호와 보안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무엇보다 이 새로운 체계를 기존 교통체계에 편입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 타당성과 일반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성공적인 스마트 모빌리티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사용자 중심적이며 포괄적인 계획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며, 교통수단의 공유성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었을 때, 지난 1980년대 어느 언론에서 당대 교통 서비스의 불편함을 질책하면서 내뱉었던 “교통인가 고통인가”라는 질타는 비로소 먼 과거의 일로 치부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호 PDF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