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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기반의 미래 자동차
SD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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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자동차 기술개발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기술개발의 이면에는 다양한 기능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자동차는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란 표현은 소프트웨어가 미래 자동차에서 얼마나 중요한 기술인지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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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기술의 핵심으로 부상한 소프트웨어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는 소프트웨어가 규정하는 자동차로 직역할 수 있는 SDVSoftware-Defined Vehicle가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SDV는 소프트웨어가 자동차의 차체, 엔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각종 하드웨어를 제어하는 자동차를 뜻한다. SDV와 전통적인 자동차를 구분하는 결정적인 차이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의 관계, 즉 자동차의 각종 기능을 제어하는 주체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둘 중 어느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전통적인 자동차는 하드웨어 부품을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다. 자동차의 기능을 제어하는 컨트롤러, 칩셋 등의 장치는 동력원인 엔진과 스티어링휠을 비롯한 조향장치, 브레이크, 오디오, 내비게이션, 차량 시트, 또한 카메라나 라이다LiDAR와 같은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❶ 관련 장치 등 각 하드웨어에 나뉘어서 탑재되어 있다. 소프트웨어도 하드웨어별로 상이한 제어 시스템에 제각각 내장되어 있다. 그래서 전통적인 자동차의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에 종속되어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SDV는 하나 또는 소수의 전용 운영체제OS와 제어용 컨트롤러가 엔진이나 전기모터, 배터리, 스티어링휠 등 주행 관련 장치에서부터 ADAS, 오디오와 같은 안전, 편의 장치 등 모든 하드웨어를 제어한다. 단일 OS가 디스플레이, 스피커, 마이크, 카메라, 적외선 센서 등 다양한 하드웨어를 제어하는 스마트폰과 유사한 모습이다. 이런 관점에서 일각에서는 자동차는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최초로 SDV를 상용화한 기업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해온 테슬라Tesla이다. 테슬라가 만드는 모든 차종인 모델 S, Y, 3, 사이버트럭은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고,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자동차의 성능이나 기능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향상시킬 수 있다.
  • ❶ 운전 중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상황 가운데 일부를 차량 스스로 인지하고 상황을 판단, 기계장치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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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만드는 모든 차종인 모델 S, Y, 3, 사이버트럭은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고,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해 자동차의 성능이나 기능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향상시킬 수 있다.
°°°아키텍처 구조의 변혁
SDV의 구조적 특징은 자동차의 전기전자 장비를 관리하는 컨트롤러와 케이블 등의 설계 방식인 전기전자 아키텍처Electrical & Electronic Architecture❷ 측면에서 잘 드러난다. 전통적인 자동차에 쓰이는 전기전자 아키텍처는 각 하드웨어별로 컨트롤러와 칩셋 등 제어 시스템이 분산해서 장착되어 있어 분산형 아키텍처라고 부른다.
  • ❷ 아키텍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컴퓨터 시스템 전체의 설계방식을 말한다.
이와 달리 SDV는 기능별 아키텍처Domain Architecture 또는 영역별 아키텍처Zonal Architecture로 설계되어 있다. 기능별 아키텍처는 자동차의 여러 장치를 파워트레인Powertrain, 보디Body, 섀시Chassis, 인포테인먼트 등 약 4~5개의 기능군으로 분류하고, 각 기능마다 도메인 컨트롤 유닛Domain Control Unit, DCU이라 불리는 컴퓨터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기능별 아키텍처는 유사한 기능별로 장치를 묶어서 제어하는 방식이므로 기능별 업데이트가 용이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그러나 각 DCU에 연결되는 전기전자 장치가 점점 많아지거나 장치들의 물리적 위치가 멀어질수록 DCU와 장치를 연결하는 케이블의 배선 구조가 복잡해지고, 케이블의 길이와 무게도 늘어나서 자동차가 무거워지고 연비가 나빠지는 단점이 있다. 또 각 DCU 간 정보 공유나 여러 DCU가 협동해서 작동하는 과정에서 종합 관리하는 주체가 애매하다는 것도 단점이 되고 있다.

기능별 아키텍처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식이 1~2개의 고성능 컴퓨터가 모든 장치를 제어하는 영역별 아키텍처이다. 영역별 아키텍처는 차량을 운전석 영역(전면 왼쪽), 조수석 영역(전면 오른쪽) 등과 같이 몇 개의 물리적 영역으로 나누고, 각 영역에 위치한 모든 장치를 해당 영역을 관할하는 컨트롤러에 연결하는 방식이다. 영역별 아키텍처에서는 판단의 주체가 OS가 설치된 중앙집중식 고성능 컴퓨터로 단일화되어 있어 여러 기능을 종합 조정하기에 용이하다. 또한 각 장치는 가장 가까운 컨트롤러에 연결하는 식이므로 장치 연결용 케이블의 길이와 무게를 대폭 줄일 수 있고, 그만큼 자동차의 연비 또는 전비 등 에너지 효율이 좋아지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SDV의 기능상 특징 3가지
1 - 소비자가 차량을 구매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차량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스마트폰이 부품 교체가 아닌 OS 업그레이드나 앱 업데이트를 통해 수시로 성능을 개선하고, 앱 설치만으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듯이 SDV도 하드웨어 교체 없이 무선통신인 OTAOver the Air 방식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나 신규 설치로 성능을 향상시키고 신규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2 - 무선통신으로 주변 차량과 교통정보 시스템, 자동차 제조사의 클라우드 서버 등과 항상 연결되어 있다.
SDV는 안전 운행이나 원활한 교통 흐름 등을 위해 주변 차량 및 교통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교통정보 시스템과 수시로 최신 주행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다. 또한 카메라, 레이더 등 각종 센서로 수집한 주행 관련 데이터를 자동차 제조사의 클라우드 서버로 보낼 수도 있다. 클라우드 서버로 전달된 데이터는 제조사들이 이미 판매한 SDV에 적용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및 신규 차종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의 원천이 된다.
3 - 차량의 가치를 높이기에 수월하다.
각 차종의 사용 경험을 바탕으로 최적화된 보험 상품을 발굴하거나 자동차의 용도를 바꾸는 과정에서 필요한 기능을 추가 설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여러 대의 차량이 기차처럼 집단을 이뤄서 주행하는 군집 주행Platooning 기능을 추가 설치하면 일상용으로 사용하던 SUV, 픽업 트럭이 전문화된 상업용 배송 차량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만일 전통적인 자동차라면 정비소로 가서 군집 주행용 컨트롤러와 센서 장치 등 새로운 하드웨어를 추가 설치해야 할 것이다.
°°°더욱 쉽고 취향에 맞는 드라이빙 라이프
SDV의 차별적인 특징은 소비자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기반이 된다. 소비자는 ▲손쉽게 자동차를 관리할 수 있다. OTA를 통해 가정이나 사무실, 주차장 등 소비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시점에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진행할 수 있다. 차량 성능이나 각종 기능을 무선으로 업데이트하는 OTA는 소비자가 SDV의 편리성을 가장 크게 체감할 수 있는 기능이다. ▲자동차의 각종 기능을 자신의 취향이나 운전 습관에 맞춰 최적화할 수 있다. 가감속, 브레이크 작동 시점이나 작동 수준, ADAS의 활성화 수준, 충전 시점 설정 등 다양한 기능을 소비자의 운전 습관이나 생활 패턴에 맞춰 설정해 보다 편안하고 쾌적한 주행 경험을 얻을 수 있고 에너지 효율의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주행 관련 데이터를 통해 운전 습관, 자주 다니는 이동 경로, 생활 패턴 등 자동차 이용과 관련된 소비자의 성향을 분석할 수 있어서 충전, 보험 등 자동차 사용 과정에서 이용하는 각종 서비스를 자신의 성향에 맞춰 구성하고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❸ OTAOver the Air: 무선통신으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기술로, 차량에 적용하면 정비소를 방문하지 않아도 새 기능 추가, 오류 개선, 보안 강화 등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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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EV9 출시와 함께 SDV 시대가 본격화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기아 EV 언플러그드 그라운드’에서 고객이 ‘기아 커넥트 스토어’를 체험하는 모습.
°°°생산성과 효율성 높아져
자동차 제조사도 SDV를 통해 다양한 이점을 기대할 수 있다. ▲생산 시간이나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하드웨어의 표준화, 공용화를 통해 부품의 종수를 대폭 줄일 수 있고, 차체 구조의 단순화를 통해 컨트롤러와 케이블을 비롯한 각종 부품의 사용량도 크게 줄일 수 있어서다. ▲제품 개발의 효율성을 대폭 높일 수 있다. R&D 조직은 하드웨어의 표준화, 공용화 덕분에 소프트웨어 개발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고, SDV를 통해 수집되는 최신 교통, 주행 관련 데이터를 활용해 사용자 경험에 최적화된 성능이나 기능을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다. ▲부가적인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앱을 한때 BMW가 차량 판매 이후에 열선 시트나 마사지 기능과 같은 부가적인 기능에 적용했던 구독 사업 모델이나 스마트폰용 앱을 유료로 판매하듯이 신규 기능용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것과 같은 신규 수익원을 발굴하기에 용이하다.
°°°주요 기업들 모두 SDV 개발을 추진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도요타 등 선도적인 자동차 제조사들 모두 SDV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전문 자회사인 42dot 및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 등 전문 조직을 주축으로 SDV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전자·편의Comfort, 주행 성능Driving,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ADAS의 4가지 기능별로 나눈 기능 집중형 아키텍처Domain Centralized Architecture를 개발하고 있다. 그동안 인포테인먼트와 ADAS 영역의 통합 제어 개발에서 성과를 거두었다고 하며 2025년까지 전자·편의, 주행 성능 영역의 통합 제어 기술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모든 고객이 정비소에 직접 가지 않고 원하는 시간, 장소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2025년까지 모든 차종에 OTA 방식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능을 적용한다는 계획도 공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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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CES 2024에서 독일 자동차 부품 제조사 ZF 전시관에 SDVSoftware Defined Vehicle 모형이 전시돼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4년경 자체 OS인 MB.OS를 기반으로 하는 SDV 플랫폼을 적용한 신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MB.OS는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 차량 제어 기능을 모두 담고 있는 벤츠의 자동차 전용 OS이다. 폭스바겐, 도요타는 SW 전문 자회사를 설립해 독자 OS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 2020년 SW 전문 자회사 카리아드를 설립해 자체 OS인 VW.OS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도요타 역시 SW 전문 자회사 우븐플래닛홀딩스를 주축으로 자율주행 기능에 초점을 둔 SDV를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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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석용 LG경영연구원
유니온금융투자㈜에서 벤처투자 업무를 수행했고, 2006년부터 지금까지 LG경영연구원에서 로봇, AI를 비롯한 다양한 첨단기술 분야의 사업 전략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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