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넘어 철학으로
이 연구를 진행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은 ‘버려지는 것들의 재탄생’을 목격하는 것입니다. 처리비용만 연간 수백억 원이 드는 커피박과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여겨지던 가축분뇨가 만나
청정에너지로 거듭나는 모습은 순환 경제의 진정한 의미를 보여줍니다. 저는 생물공학자로서 기술이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일 뿐 아니라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철학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우분 고체연료화 기술은 단순히 폐기물을 연료로 바꾸는 기술이 아니라 농촌 지역의 에너지 자립을 가능하게 하고, 축산 농가의 경영을 보다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으로 바꿔주며,
연간 92만 톤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가져오는 종합적인 해결책입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어 전국에 보급되면 우리 일상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가장 직접적으로는 축산업으로 인한 악취 문제가 크게 개선될 것입니다. 또한 커피전문점이나 식품회사에서
골치 아프던 커피박 처리 문제도 해결되어, 폐기물 처리비용이 연간 200억 원 이상 절약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 나아가 이 기술은 국가적으로 새로운 에너지 생태계를 만들어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국가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지역별 에너지 자립형 도시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현재 연구는 발전소에서의 시험 연소를 통해 상용화 가능성을 최종 검증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기술은 우분뿐 아니라 돈분, 음식물쓰레기, 하수 슬러지 등 모든 유기성 폐기물에 적용할
수 있으며, 에너지도 고체연료에 머무르지 않고 합성가스와 바이오수소까지 확장 가능한 종합 신재생에너지 기술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기술이 축산
농가부터 발전사, 정부, 지자체까지 전국에 확산되어 축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국가 에너지 자립을 실현하며, 나아가 탄소중립 사회 구현에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작은 기술 하나가
만들어낼 수 있는 거대한 변화의 가능성을 믿으며, 오늘도 연구실에서 미래를 준비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