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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ing Tomorrow> Alchemist Diary
바이오 3D 프린팅으로
레고처럼 조립하는 인공 장기 시대 만든다
메타 소프트 오간 모듈 제작 기술 및 모듈 어셈블리 로봇 시스템 개발
김아름 사진 이승재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는 총 5만1876명으로, 전년 대비 4.2% 증가했다.
이 가운데 실제로 장기기증 및 이식이 진행된 건수는 4414건. 평균 1441일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 시간을 버티지 못했던 2907명이 세상을 떠났다. 인공 장기에 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Who?
총괄책임자인 POSTECH 정완균 교수를 중심으로 장진아 교수, 김동성 교수, 김기훈 교수, 조동우 교수가 주관하고 있으며 가톨릭대학교,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 한양대학교, 부산대학교 산학협력단,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서울아산병원, 울산과학기술원, 셀로이드(주), 툴젠, 티앤알바이오팹, 카리스바이오, 넥셀 등이 참여
How long?
2020년 9월부터 2026년 12월까지, 총 75개월
What research?
레고 블록처럼 조립할 수 있는 인공 장기 조각(모듈)을 만들고, 이를 하나의 큰 장기로 조합할 수 있는 로봇 시스템을 개발하는 연구
What is
the role of
KEIT?
눈앞의 성과보다 미래의 가능성을 더 중요시하는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에 본 과제를 선정하고, 6년여 간 총 198억6200만 원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로써 인공 장기 분야의 글로벌 선도 기술이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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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삶의 질을 위한 연구, 인공 장기
120세, 150세 시대를 준비하는 인류의 숙제는 ‘삶의 질’이다. 우리는 단순히 존재하려는 게 아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답게, 나로서 일상을 영위하길 바란다. 이에 따라 의학 기술에 대한 투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인공 장기에 관한 연구 또한 그 일환이다. 질병이나 노화, 사고 등으로 손상된 장기를 대체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는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면역 거부반응 없는 소프트 임플란트’ 연구팀이다.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기계공학과 정완균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3D 프린터를 사용해 약 1㎤ 크기의 미니 장기 ‘오간 모듈’을 만들고, 이를 간, 췌장 등의 인공 장기로 결합하겠다는 계획이다. 작은 조각을 쌓고 조립하는 레고 블록처럼, 작은 장기 모듈을 여러 조합과 모양으로 합체시키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기계공학 및 바이오 3D 프린팅 전문가, 대학병원 의료진, 줄기세포 연구 및 분자 의학 전문 스타트업 등이 힘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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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수팀은 3D 프린터를 사용해 약 1㎤ 크기의 미니 장기 ‘오간 모듈’을 만들고, 이를 간, 췌장 등의 인공 장기로 결합하기 위한 어렵지만 의미 있는 도전에 나서고 있다.
가능성을 발견하는 대단한 도전
연구팀의 과제는 관련 지식이 없는 사람도 이해하기 쉽다.

‘생체 조직을 3D 프린터에 넣고 기계를 작동시켜 작은 장기 조각을 만든다. 여러 개의 조각을 쌓고 붙여 간이나 췌장의 위치에 이식한다.’

단순한 개념이다. 그런데 본 과제의 어려움 또한 여기에 있었다. 이론과 개념에서 출발한 이 과제는 관련 연구와 기술, 기기 등 무엇 하나 제대로 갖춰진 것이 없었다. 오로지 ‘가능성’만을 향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이를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라고 설명했다.

생체 조직을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는 3D 프린터는 없다. 생체 조직 또한 연구팀이 만들어내야 한다. 모듈을 조립하는 것도 그리 단순하지 않으며, 모듈 사이사이에 넣는 혈관이나 신경 등의 세부 요소도 직접 개발해야 한다. 연구팀이 만든 장기가 이식수술에 용이한지도 중요한 문제다. 매일 새로운 벽과 마주하는 것이 이들의 일과였다.

“오히려 이런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알키미스트 프로젝트가 바로 그런 취지 아닙니까. 실패의 위험이 크더라도 도전 그 자체만으로 가치 있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이 의미 있으니까요.”
인공 장기 기술의 핵심 ①
면역 거부반응 없애기
연구팀이 본 과제를 통해 반드시 개발하려 한 핵심 기술은 ‘면역 거부반응을 없애는 것’과 ‘장기로 기능할 수 있는 크기로 만드는 것’. 모든 연구개발 과정이 이 핵심을 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면역 거부반응을 방지하는 데는 크게 세 가지 방법이 활용된다. 첫째, 면역관문 단백질 발현을 통해 면역 체계를 회피 하는 것, 둘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통한 유전자 편집을 통해 면역원성을 낮추는 것, 셋째, 면역세포가 이식된 오간모듈을 인식하지 못하도록 체내환경과 유사한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이미 발표된 기술이나 특허 등을 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이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탄생한 방법은 ‘하이브리드 유전자조작 기술’이다. 문제를 일으킬 만한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고, 우호적인 역할을 할 면역세포는 잘 붙도록 개발했다. 또 3D 프린트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세포를 보호하기 위해, 돼지 간에서 추출한 하이드로젤을 덧입혔다. 돼지 간은 사람의 간과 92% 이상 유사한 단백질을 가지고 있어, 이를 잘 활용할 경우 세포의 기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인공 장기 기술의 핵심 ②
이식 가능한 크기
이식이 가능한 수준으로 큰 장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과제다. 3D 프린팅에 쓰이는 생체 재료는 ‘바이오 잉크’라고 부른다. 보통의 잉크가 탄탄한 밀가루 반죽과 질감이 유사하다면, 바이오 잉크는 묽은 튀김 반죽 수준이다. 그 때문에 작은 모듈 하나를 쌓는 데도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아주 얇고 탄탄하게 쌓아야 뭉개지지 않는다. 모듈을 더 잘 쌓는 새로운 3D 프린터를 개발하고, 사용하는 노즐도 꾸준히 업그레이드한다. 쌓는 방법도 수십 수백여 가지에 이른다.

“1mg의 모듈을 수십 개, 수백 개 쌓아 장기로 만들려면 여러 굵기의 혈관이 모듈 구석구석에 삽입돼야 합니다. 세포 하나하나가 숨 쉴 수 있도록 장기를 만들기도 어렵지만, 완성된 장기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하니 쉬운 일이 아니지요.”

연구팀은 본 과제가 끝날 무렵 모듈 10~20개를 이어 붙인 1~2g 수준의 장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누구든 뒤를 잇는 연구팀이 더 큰 성과를 낼 것이라 믿으며.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며 가장 궁금했던 점은 ‘기계공학과 교수들이 왜 바이오 연구에 뛰어들었냐’는 것이었다.

“기계공학의 본질은 ‘만드는 것Manufacturing’입니다. 이번에는 바이오 분야에 포커싱한 것뿐이지요. 어쩌면 불가능에 대한 도전의 역사를 만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고요. 그 과정에서 오가노이드 세포 기술, 바이오 잉크 기술 등이 생성되었고 관련 스타트업도 태어났습니다. 과제가 끝나고 나면 3D 프린팅 기술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져 있을 겁니다.”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며 연구개발에도 특이점이 중요해지고 있다. 전공에 얽매이지 않고, 틀에 갇히지 않으며 성공과 실패로만 판단하지 않는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를 통해 만난 POSTECH의 도전이 우리 연구개발 시스템에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고 있었다.
포항공과대학교POSTECH는?
1986년 우리나라 최초의 연구 중심 대학을 표방하며 출범했다. ‘2024 중앙일보 이공계대학평가’에서 공학·기초과학 부문 1위를 차지했으며, ‘2024 THE 소규모 세계대학평가’에서 2년 연속 세계 2위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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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식 실험, 24시간 생존에 성공하다!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오간 모듈을 실제 동물에게 이식한 때입니다.
2024년 10월부터 토끼를 대상으로 간이식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전에도 시도는 몇 번 했었지만 전체 과정을 다 성공시킨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지요. 한 번의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총 7개 팀이 정해진 시간표대로 각각의 실험을 성공시켜야 합니다. 세포제작팀이 만든 세포로 누군가는 분화를 시키고, 3D 프린팅팀은 이를 나눠 각각의 모듈을 생산해야 하죠. 마치 하나의 컨베이어벨트 위에 실험 물질을 두고 공유하는 것처럼요. 한 단계가 실패하면 다시 처음부터 진행해야 하는 것이 이 실험의 난제입니다. 실험 한 번을 설계하고 진행하는 데 최소 3주가 걸리고 각 팀의 일정을 조율하는 것도 쉽지 않아 한 번 실패하면 또 적지 않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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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에 얽매이지 않고, 틀에 갇히지 않는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를 통해 정 교수팀의 연구가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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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돼지 장기를 이용해 면역거부반응의 위험성을 상당히 낮춘 생체 재료(바이오 잉크) 개발
  • 3D 프린터로 완성한 장기 조립체(간+혈관)로 동물실험을 진행, 24시간 생존을 확인함으로써 글로벌 TOP 기술력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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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동물, 장시간 생존 등 추가적인 연구개발과 동물실험 등을 통해 기술 고도화에 집중
  • 실패를 응원하는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의 취지를 살려 매년 고난도로 목표를 상향 조정해 미래 인류를 위한 다양한 바이오 기술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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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차적 목표: 간이나 췌장 등의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를 대상으로 소량의 조직을 이식해 환자들의 시간을 벌 수 있음
  • 2차적 목표: 안정적인 인공 장기 수급을 통해 인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글로벌 바이오 의학의 선도적인 기술 국가로 성장
그날은 모든 과정이 수월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동물에게 이식할 수 있었지요. 저희는 10kg가량의 토끼에게 간을 이식했는데, 이 정도 규모의 구조물을 동물에게 넣는다는 것은 전 세계에서 보고된 사례가 없습니다. 이식은 한양대학교병원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초기 이식이기에 테스트는 24시간 동안 토끼가 살아 있도록 하는 것이었고, 다행히 원하던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다음에는 2일, 3일 그렇게 늘려갈 예정입니다. 보통 이식 실험에 한 번 성공하면 그 이후로는 의미 있는 발전이 용이해집니다. 2025년 10월에는 훨씬 좋은 결과를 독자들에게 알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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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아 교수(왼쪽) POSTECH 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시스템생명공학부 부교수. 인체 조직이나 장기를 대체할 수 있는 기능성 조직을 만드는 바이오가공기술 연구실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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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완균 교수(오른쪽)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의 총연구관리자. POSTECH 기계공학과 교수로, 로보틱스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에 있으며 바이오프린팅 분야에서 학문적 발전과 산업적 응용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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