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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ing Tomorrow> Alchemist Diary
세계 유일의 배아줄기세포 배양육,
맛‧가격 모두 만족시키는 돼지고기가 온다!
배양육 생산 기반 기술개발 및 산업화
김아름 사진 김기남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미세 세포 하나로 1kg의 고기를 배양한다. 환경오염이나 동물복지 이슈로부터 자유롭고,
항생제 내성이나 질병 확산 등의 위험도 없다. 산업통상자원부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아티피셜 에코푸드’ 연구팀의 성과다.

Who?
서울대학교 조철훈 교수와 이창규 교수의 연구팀 30명, 세종대학교 박성권 교수 연구팀 11명, 배양육 전문 스타트업 (주)스페이스에프 김병훈 대표 포함 19명, 식용 배지를 개발하는 대상(주) 김승훈 팀장 포함 13명, 그린 소재를 활용한 지지체 기업 롯데정밀화학(주) 강상미 팀장 포함 6명, 배양육 안전성을 평가하는 안전성평가연구소 임완중 박사 포함 4명 등 총 83명이 참여.
How long?
2020년 9월부터 2026년 12월까지, 총 76개월.
What research?
동물의 배아줄기세포를 기반으로 사람이 섭취할 수 있는 배양육 (실험실 고기) 기술을 연구개발. 안전성은 물론 합리적인 가격의 고기를 안정적으로 배양하는 것이 목표. 파일럿 플랜트를 통해 실제 제작이 가능한 수준으로 기술 고도화.
What is
the role of
KEIT?
국내 최초의 배양육 연구팀을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과제로 선정해 200여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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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속 출시 중인 배양육 제품, 우리나라는?
미래 먹거리로 불리던 배양육이 세상에 나왔다. 첫 물꼬는 싱가포르에서 터졌다. 싱가포르식품청SFA, Singapore Food Agency은 2020년 12월 세계 최초로 배양 닭고기 판매를 승인했다. 그리고 3년 뒤 동 제품이 미국 내 승인을 받아 판매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쇠고기와 메추라기 세포를 기반으로 한 배양육이 이스라엘과 싱가포르에서 보건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우리나라 또한 배양육의 식품 안전 승인과 판매 허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국내 배양육 기술 연구개발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은 조철훈 서울대학교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가 현황을 설명했다.

“현재 외국에서 판매 중인 배양육은 일부 얼리어답터들의 체험용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투자 규모가 확대되어 관련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소량의 고기를 만드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문제는 ‘규모’와 ‘가격’이죠.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점은 안전성입니다. 현재 유통 중인 제품은 우리나라에 수입할 수 없어요.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요구하는 안전성 데이터가 없기 때문입니다.”

조 교수는 식약처의 ‘꼼꼼함’을 세계 최고로 꼽았다. 달리 말해 우리나라에서 안전성을 인정받은 제품이라면 어느 나라든 수출이 쉬워진다. 본 연구팀이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는 이유다.

조 교수는 현재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배양육 생산 기반 기술개발 및 사업화(아티피셜 에코푸드)’의 주관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다. 2020년 9월에 시작된 본 프로젝트는 2026년 12월까지 진행될 예정으로, 현재 시제품 제작 및 안전성 평가, 판매 허가 등의 절차를 수행 중이다. 세계적인 평가 기준에 근거해 안전한 제품을 개발했으며, 1~2년 내 시판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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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훈 교수는 현재 배양육 시제품 제작 및 안전성 평가, 판매 허가 등의 절차를 수행 중이다.
배양육 기술의 초격차, 배아줄기세포 분화
배양육은 실험실에서 길러내는 고기다. 돼지 한 마리를 6개월간 길러내 도축하는 전통적인 축산 과정과는 완벽히 다르다. 실험실에서는 돼지가 아니라 돼지의 세포 하나를 가지고 1달 반 동안 길러낸다. 뼈를 중심으로 몸이 자라는 것처럼, 지지체를 중심으로 세포를 증식시킨다. 사료 대신 배양액으로 영양분을 공급한다. 건초나 모래가 깔린 축사 대신 적절한 온·습도가 유지되는 배양기기 속에서 자라난다. 따라서 전 과정에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고 활용되며 고도화된다.

조 교수팀은 ‘돼지고기’ 분야에서 초격차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배아줄기세포 설계 및 분화 기술이다.

“배아줄기세포는 모든 체세포의 상위 개념입니다. 배아줄기세포에서 근육, 지방, 신경 등의 줄기세포가 분화되는 것이지요. 또한 배아줄기세포는 자기재생 능력을 갖추고 있어 매번 채취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 번 채취해낸 세포로 무한히 증식시킬 수 있답니다.”

현재 대부분의 연구팀은 도축 직후의 동물에게서 근육 조직을 채취해 근육줄기세포를 분리하고, 이를 분열 및 증식시켜 배양육을 길러낸다. 이는 빠르게 배양할 수 있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만들 수 있는 고기의 양이 제한적이고, 세포에 따라 고기의 품질이 달라진다는 한계가 명확하다. 조 교수팀 역시 채취한 근육줄기세포를 활용한다. 배아줄기세포로부터 분화시킨 근육줄기세포만을 기다리기에는 너무나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 이에 투 트랙 연구를 진행해 기술 경쟁력과 속도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조 교수팀이 비용이나 시간적 부담이 큰 배아줄기세포를 선택할 수 있었던 데는 2가지 요인이 주효했다. 첫 번째는 이미 돼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해왔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이창규 서울대학교 교수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이 교수는 동물 번식 생리 및 형질전환을 전공하며 최초로 돼지 배아줄기세포를 확립하고 그 특성을 분석한 바 있다. 두 번째는 조 교수팀이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연구팀이라는 점이다. ‘실패를 응원하는 연구’라고도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기존의 연구개발 과제보다 고난이도 연구개발을 지원한다. 따라서 당장의 성과보다 미래 발전 가능성, 한계 돌파를 위한 연구를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맛있는 배양육, 합리적인 가격의 배양육을 위해
배양육 제품 출시에서 중요한 또 한 가지는 ‘시장성’이다. 합리적인 가격, 높은 기호성. 일반 신선육보다 비싸다면 굳이 배양육을 선택할 리 없다. 당연히 신선육보다 저렴해야 한다. 재구매를 일으키기 위해선 맛도 중요하다. 식육학을 전공하며 평생 고기의 맛을 따져온 조 교수다.

“지금도 식물성 대체식품이 다양하게 출시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콩고기를 들 수 있죠. 윤리 소비, 단백질 섭취를 위한 대안 소비로 출시되었지만 맛이나 식감 등의 면에서 아쉬움이 큽니다. 먹거리는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한 수단만이 아닙니다. 먹고 마시는 경험을 하며 즐거워야 해요. 결과적으로 배양육 또한 맛있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임연구원인 조 교수의 역할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배양육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갈등의 폭이 커지는 축산업과의 조율도 필수적이다. 실제로 축산업계 종사자 대부분이 배양육 기술을 환영하지 않는다. 이는 먹거리 관련 기술이 발전하는 데 큰 어려움으로 작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 교수는 “기술을 발전시킴과 동시에 기존 산업 관계자, 관련 기관 등과 끊임없이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식품 기술 연구개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리고 자신의 꿈이 이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 말했다.

“고기를 전공한 연구자로서 제 꿈은 해외에 축산물을 수출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고 국토의 70%가 산지입니다. 충분한 양의 고기를 생산하기 어려울뿐더러 생산 단가가 높아 경쟁력도 낮죠. 하지만 배양육은 다릅니다. 배양육 시스템과 실제 생산 제품 모두 수출이 가능하지요.”

과연 국내산 배양육이 반도체, 이차전지, 그리고 K-라면의 뒤를 이을 수 있을까. 차세대 수출 품목에 배양육이 오를 수 있을지 기대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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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고기학자의 ‘도원육의稻園肉義
연구자로서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자부심이에요. 이 벅차오르는 감정을 품을 수 있게 한 그날의 만남이 잊히지 않습니다. 2017년 봄이었지요. 세 고기학자의 뜻이 ‘국내 최초의 배양육 연구개발’이라는 새로운 결의로 뭉친 그날 말입니다.

저는 평생 고기를 연구해온 사람입니다. 더 좋은 품질의 식육 제품을 개발하고, 개체의 질병을 줄이고, 더 안전한 고기를 확보하며 우리 축산업의 미래를 찾아왔습니다. 동시에 미래의 먹거리도 고민했습니다. 기후 위기 속에서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여러 고민 끝에 배양육이라는 대안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수년간 저와 뜻을 함께할 분들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두 분의 전문가와 뜻을 모았습니다. 돼지의 줄기세포를 연구해오신 본교 이창규 교수님, 미국에서 근육세포 연구를 진행하셨던 박성권 세종대학교 교수님입니다. 제 기억 속 그 순간은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처럼 장엄했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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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훈 교수는 배양육 연구에 대한 지지기반이 전무했던 2017년부터 지금까지
국내 배양육 산업의 기반을 다져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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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최초 돼지 배아줄기세포로 배양한 ‘배양육 원천기술’ 확보.
  • 눈부신 연구 성과로, 2023년 ‘올해의 산업부 R&D 우수성과 10선’에 선정.
  • 동물 태아에서 추출하는 혈청 대신 ‘무혈청 배양액’을 개발해 윤리 및 단가 이슈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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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품 안전성 평가 통과 후 파일럿 플랜트를 통해 배양 돼지고기 소시지 시판(세계 최초의 배양 돼지고기), 함께 연구 진행 중인 식품기업과 협업하여 다양한 배양육 제품 기획.
  • 소 배아줄기세포를 기반으로 근육·지방세포 분화 및 배양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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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후 위기 및 국제 정세 변화 가운데 우리 식량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
  • 라면, 치킨, 김밥 등 K-푸드의 뒤를 잇는 K-미트Meat 및 개발 시스템 수출 가능성 기대.
당시 배양육 연구에 대한 국내 지지기반은 전무했습니다. 관련 기관이나 축산업 관계자, 식품학 전공자들도 고개를 저었습니다. 혼자였다면 결코 지속할 수 없었을 겁니다. 세 고기학자의 우직한 고집이 한해 한해를 버티게 했고, 마침내 뜻을 같이한 산업체들과 2022년 알키미스트 본사업에 선정되는 쾌거를 얻었지요. 이제는 많은 국민이 배양육을 알고 계시고 지지해주십니다. 함께 연구했던 제자들은 배양육 스타트업을 세웠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무한한 영광과 무거운 책임으로, 2017년의 첫 마음으로 연구를 이어가겠습니다. 우리의 모든 발걸음이 국내 배양육 산업의 좋은 배양액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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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훈 교수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동물성 식품의 품질 향상과 안정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연구를 통해 축산식품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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