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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천후에도
생생한 영상을
전자식 자가세정 유리
㈜마이크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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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문명의 이기 인공지능. 자율주행자동차도 달리게 하고 지명수배범도 찾아낸다.
그러나 광학 센서(카메라)가 막히면 쓸모가 없다. 그 센서를 악천후로부터 보호하는 신기술인 전자식 자가세정 유리 기술로 CES 혁신상을 5번 연속 수상한 기업을 찾았다.

word 이동훈 photo 서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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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 레드닷상을 수상한 펜타곤 스텔스 형상의 CCTV 외관.
카메라, 그중에서도 촬영한 영상 데이터의 디지털 기록과 무선 통신망을 통한 전송이 가능한 카메라는 4차 산업혁명으로 개막된 사물인터넷 시대의 주된 정보 수집 센서다. 이렇게 말하면 거창한 것 같지만, 사실 이런 카메라는 휴대전화에 부속된 카메라 형태로 이미 우리 모두가 손안에 다 가지고 있다. 그뿐이랴.
CCTV에도 자율주행자동차에도 무인항공기에도 장착되어 눈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 일상에 널리 보급되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 점도 만만치 않다. 그중 가장 치명적인 것은 대물렌즈의 오염이다. 제아무리 좋은 카메라도 대물렌즈가 이물질로 막히면 영상이 제대로 찍힐 리 없다. 그리고 야외에서 운용되는 카메라의 특성상 습기, 강설, 강수, 먼지 등의 자연물로 인한 렌즈의 오염은 생각 이상으로 빈번하게 일어난다.

물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오래된 발명품인 기계식 와이퍼가 있다. 하지만 여러 개의 작동 부품이 연결되는 구조이다 보니, 중간에 하나라도 고장 나면 작동에 지장을 겪는다. 그리고 와이퍼 역시 자연환경에 노출되어 있어 부품의 부식과 손상 위험이 크다. 심지어 강추위로 부품이 얼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부품의 소형화가 어려우므로 닦아야 할 렌즈가 너무 작아도 설치가 곤란하다. 물론 기존 기술 중에는 기계적 장치 대신 발열 전극층을 이용한 발열 필름 기술도 있다. 그러나 발열 시 소모 전력이 크고 구동속 도가 느려 오염물을 실시간으로 세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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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시스템의 정상국 대표는 악천후 시 후방카메라 등 각종 카메라 렌즈가 물방울에 오염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자식 자가세정 유리를 연구개발했다.
〇〇〇 전기장을 이용하여 유리 표면의 물방울 제거
마이크로시스템의 정상국 대표도 개인적으로 이러한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자율주행자동차까지 생각할 것도 없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존재했던 기존 차량용 후방카메라도 악천후 에는 물방울에 오염되어 영상이 제대로 찍히지 않아 불편했다.그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마이크로시스템을 창업했고, CES 혁신상으로까지 이어진 연구의 계기가 되었다.

현재 명지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정상국 대표는 명지대학교에서 기계공학 학사를, 포항공대와 피츠버그 대학교에서 각각 기계공학 석사와 박사를 취득했다. 대학원 시절 그는 미래 유망 기술로 전기습윤 electrowetting 연구를 국내 최초로 수행하게 되었다. 전기습윤이란 액체 방울에 전기장을 가하면 그 모양이나 접촉각, 표면의 젖음성이 바뀌는 현상이다. 전기 장이 극성(+, -)을 지닌 분자를 정렬시키거나 액체 내 이온을 이동시켜 발생한다. 이 연구를 바탕으로 그는 삼성전기 재직 시절 전기습윤 기반 유체렌즈를 개발했다. 유체렌즈는 문자 그대로 유체로 이루어진 렌즈다. 전기습윤 현상을 이용해 이 렌즈의 곡률 변화, 자동초점 및 줌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기계적 렌즈 이동이 필요 없으므로 카메라의 크기와 소모 전력을 줄일 수 있다.
명지대학교에서는 전기습윤 현상을 이용한 바이오칩도 연구했 다. 이러한 연구들이 전자식 자가세정 유리의 개발과 사업화의 밑바탕이 되었다.

그럼 전자식 자가세정 유리는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인가? 이 유리는 밖으로부터 안쪽으로 순서대로 소수성 막, 절연층, 투명 전극, 기판 등 4개 층이 샌드위치처럼 겹겹이 쌓여 있다. 이 중 최외부의 소수성 막에 물방울이 들러붙을 경우, 전극과 기판을 통해 유리 전체에 흐르는 전기신호가 변하게 된다. 그러면 이를 제거하기 위해 전극에서 특정한 전기신호를 발생, 전기적 진동을 통해 물방울의 표면장력을 제어한다. 즉, 물방울의 표면장력을 높였다 낮췄다를 반복한다.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물방울 표면의 정지 마찰력을 낮추어 유리 표면에 들러붙지 않고 쉽게 흘러 내리게 하는 것이다. 전원은 5볼트 정도면 충분하다.
〇〇〇 한국이 세계 최고의 자리를 차지한 혁신 기술
이러한 전자식 자가세정 유리는 기존 기술과 달리 1초 이내의 빠른 구동 속도로 오염물 제거가 가능하다. 기계적 구동장치가 없어 구조가 간단하므로 응용 제품의 초소형화, 대량생산이 용이하고 가격 경쟁력 또한 높다.

이 기술은 혁신성과 적용성이 매우 뛰어나다. 그 때문에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될 수 있고 사회적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는 게 정상국 대표의 말이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광학 센서(카메라 등)는 자율주행자동차의 핵심 구성품 중 하나다. 그러나 그센서가 오염되면 자율주행자동차는 제대로 달리지 못한다. 정상국 대표는 세계 유수의 자동차 제작사들과 함께 이 기술을 자율주행자동차용 광학 센서에 적용하고 있다.

또한 이 기술을 적용한 인공지능 CCTV도 개발, CES 2024에서 혁신상까지 수상했다. 옥외에 설치되는 CCTV의 경우 원래 다양한 오염물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재난의 규모와 빈도가 크고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CCTV의 대물렌즈에 날아오는 오염물(습기와 강설, 강수, 먼지 등)의 증가로 이어진다. 전자식 자가세정 유리 기술은 이러한 악조건에서도 CCTV의 정상적인 작동, 그리고 정확한 영상 촬영과 판독을 보장할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국방, 치안, 안전 등 공공 현안 및 사회문제의 해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물론 그 외에도 응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습기가 끼면 안 되는 욕실 거울이나 진열장에도 활용할 수 있고, 건물과 자동차의 창문에도 쓸 수 있다. 와이퍼가 필요 없는 자동차 유리도 만들 수있다는 얘기다. 늘 습기에 노출되는 무인항공기의 카메라, 선박용 카메라와 창문에도 적용할 수 있다. 자율주행자동차·선박·항공기용 센서 시장은 한화로 무려 300조 원 이상의 대규모 시장이다. 그리고 연이은 CES 상 수상이 입증하듯, ㈜마이크로시스템은 해당 분야에서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마이크로시스템은 빅베이슨 캐피탈, 현대자동차, 신용보증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등 다양한 기관의 지원을 받아, 국제 무대에 걸맞은 생산 역량을 갖추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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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시스템이 개발한 전자식 자가세정 유리가 적용된 AI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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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탁월함으로 사업화의
어려움을 극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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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혁신상을 5년 연속 수상한 소감은?
이러한 쾌거는 당사의 기술적 성과는 물론 경제 효과 또한 인정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대학에서는 여러 가지 고도의 첨단기술을 연구한다. 그러나 CES와 같은 행사에서는 첨단기술이라고 무조건 상을 주지는 않는다. 타당성과 경제성이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당사가 원천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카메라 완제품까지 제작하자, 업계의 신뢰는 더욱 높아졌다. 스마트시티 분야 최고 혁신상 수상 이후 국내 관공서와 항만공사뿐 아니라 미국 서부 항만에서도 당사 기술을 적용한 카메라의 설치 수요가 늘어났다. 수상을 통해 당사 기술은더 큰 국제적 관심을 받았고 수출 상담도 활발해졌다. 앞으로도 다양한 혁신 제품을 개발해 자율주행차와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싶다.
기술개발 중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기술개발보다는 사업화와 홍보의 어려움이더 컸다. 당사는 개발자 출신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개발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사업화와 홍보는 잘 몰랐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사업화가 안 되면 쓸모가 없다. 특히 자동차 기업들과의 사업화 과정 에서 현실적인 문제를 많이 접했다. 전자식 자가세정 유리가 자동차 시장에 적용되기 까지 인내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에 기술을 다른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 특히 기술을 제품화해서 직접 판매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했다. 또한 홍보와 마케팅 기법도 처음부터 배워야 했다.
이 기술의 유용성이 이미 실제 상황에서도 충분히 검증되었다고 들었다.
기존의 CCTV는 악천후 및 기후재난 시에 물방울로 렌즈가 막혀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당사 기술을 적용한 CCTV는 그런 문제가 없다. 부산에서 운용 하면서 처음으로 실증되었다. 이 점을 알게된 부산시 공무원들이 포항시에, 포항시에 서는 다시 울산시에, 울산시에서는 동해시에 우리 제품을 소개해주어 설치하게 되었다. 그리고 작년 여름 동해시에 태풍이 상륙했을 때 그곳에서 제대로 영상을 촬영해 전달한 것은 당사의 CCTV 말고는 없었다. 그 소식을 듣고 전 사원과 함께 크게 기뻐 했던 것이 지금도 생생하다.
지구온난화에서 비롯된 기후 위기를 정상 화하려면 대규모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당사의 기술은 작지만 기후 위기를 이겨내는 데 확실한 도움을 준다. 그런 부분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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