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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4의 게임 체인저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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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4는 4300여 개의 기업과 13만5000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으면서 올해도 예외 없이 IT 최대 전시회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핵심 주제는 ‘All Together, All On’이다. 모든 기업과 산업이 다 함께 인류의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자는 의미로, 이들을 엮어주는 강력한 매개체는 인공지능 기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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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I와 함께하는 삶
CES 2024에서 선보인 상품과 서비스는 더 이상 인공지능이 미래의 기술이 아님을 입증했다. 어느 분야에서나 당장 만나볼 수 있는 기술로 자리 잡았다. 인공지능은 보다 구체적으로 정의한다면 ‘예측 기계’다. 챗GPT가, 알렉사가, 시리가 우리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질문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대답을 찾는다는 것을 예측할 줄 알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대한민국의 수도가 어디지?’라는 질문에 ‘서울’이라고 대답할 수 있는 건 ‘알기’ 때문이 아니라 주어진 입력 데이터 덕분에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측의 결과가 인간이 알고 있는 정답에 근접한 경우가 많아지면서 사람들은 기계가 지능을 갖고 있다고 착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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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은 CES 2024에서 IDA 음성 어시스턴트에 인공지능 기반 챗봇, 챗GPT를 통합한 차량을 최초 공개했다.
모든 산업에서 인공지능이 쓰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인공지능의 가격이 저렴해졌음을 의미한다.
가격이 저렴해진다는 것은 불가능했던 일을 가능한 일로 바꾼다는 의미다. 인공지능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 산업에 인공지능이 활용된다는 것은 예측 기계인 인공지능의 비용이 저렴해졌다는 것이며, 그만큼 예측의 횟수를 늘릴 수 있다는 의미다. 예측의 비용이 내려가면 예측의 영역이 아니었던 곳에서도 예측이 활용되기 시작한다. 1960년대 컴퓨터 산업의 도약으로 연산 비용이 떨어지자 더 많은 분야에서 연산이 활용되었다. 미국의 인구조사국과 국방부, 항공우주국이 대표적이다.
나중에는 애초에 연산과 무관한 분야에서도 값이 저렴해진 연산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원래 사진은 화학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연산 비용이 떨어지자 연산 기반의 솔루션 즉, 디지털 카메라로 옮겨갈 수 있었다. 디지털 이미지는 0과 1의 조합으로 연산을 이용해 눈으로볼 수 있도록 재조립한 이미지다. AI와 무관해 보이는 피부미용 분야에서,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AI가 활용되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CES 2024는 값이 저렴해진 기술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활용되면서 전에 없던 가치들이 창출되기 시작했다. 그 가치는 ‘인간 보완’, ‘맞춤형 서비스’, ‘산업 간 융합’, ‘서비스 혁신’, ‘사회문제 해결’의 시각에서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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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쉬는 CCTV 영상을 AI로 분석해 총기를 소지한 사람을 구분하고,
23m 떨어진 위치까지 총소리를 감지해 관리자에게 보고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2 전 산업에 뛰어든 AI
① 인간 모방에서 인간 보완
흔히 사람들은 인공지능을 떠올리면 사람을 똑 닮은 기계가 사람 여럿이 해야 하는 일을 기계 혼자서 뚝딱 해치 우는 것을 상상하곤 한다. 벌써부터 사람들은 자율주행자동차가 등장하면 택시 기사들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걱정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택시 기사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운전 부담을 덜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대체가 아니라 보완이라는 의미다. 이번 CES 2024에서 보여준 많은 상품과 서비스는 이러한 점을 보여준다. 폭스바겐은 챗GPT를 적용한 차량을 선보였고, 패션 제품 판매자가 제품 사진을 업로드하면 15초 만에 자동으로 상품 판매 상세 페이지를 만들어주는 AI 기반 마케팅 서비스가 최고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보쉬 Bosch 는 CCTV 영상을 AI로 분석해 총기를 소지한 사람을 구분하고, 23m 떨어진 위치까지 총소리를 감지해 관리자에게 보고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웹툰 작가를 도와주는 인공 지능 솔루션도 마찬가지다. 이미지 20컷만 있으면 동일한 그림체로 만화를 그려주는 솔루션도 등장했다. 기계는 만화를 인간은 콘티, 채색 등 웹툰 작업을 분업할 수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을 보완 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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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는 차량의 사용 목적에 따라 운전자가 차량을 레고처럼 마음대로 재구성할 수 있는 PBV를 선보였다. 해당 차량에는 차량 관제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어 PBV 운행 패턴에 따른 고장형태를 분석해 운전자에게 예측 정비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② 맞춤형 서비스 상용화
인공지능은 결국 맞춤형 서비스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디지털 경제의 핵심은 데이터다. 데이터를 통해 기업은 소비자 니즈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다양한 서비스가 창출되는 기반이 된다. 한편, 이는 제조와 서비스 영역 모두에서 과거의 소품종 대량생산 체계여서 다품종 대량생산 체계로 전환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은 개별 맞춤형 서비스를 상용화하기에 이르 렀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가 대표적이다. ‘매직미러’ 기술은 30초간 거울을 바라보면, 스캔된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100가지가 넘는 건강 변수를 예측해 알려준다. 또한 기침 소리를 분석해 호흡기 건강을 예측하기도 하고, 반지 형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신체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GPT 모델과 결합해 손가락을 바늘로 찌르지 않아도 혈당을 관리할 수 있다. 모빌리티에서도 맞춤형 서비스가 돋보인다. 기아의 목적 기반 모빌리티 PBV 가 대표적이다. 차량의 사용 목적에 따라서 운전자가 차량을 레고처럼 마음대로 재구성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차량에는 차량 관제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어 PBV 운행 패턴에 따른 고장형태를 분석해 운전자에게 예측 정비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③ 산업 간 융합
인공지능 기술이 개발되고, 저렴해지자 다양한 융합을 통한 가치 창출도 가능해졌다. 우버와 기아의 협력이 대표적이다. 승차 공유 기업인 우버는 그간 자신의 차량을 가진 운전자들에게 AI 중개 및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며 수수료 수입을 주수 입원으로 삼았다. 매출 증가가 한계를 보이면서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기아가 PBV 모델을 공개하 면서 이용 목적에 따라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차량이 등장했고 승용과 상용의 결합이 가능해진 것이다. 기아의 PBV 차량을 활용해 우버 전용 차량을 제작하고, 우버는 해당 차종을 우버 운전자에게 판매하되 대금은 우버 운전자의 유상 운송 서비스로 충당할 수 있다. 우버가 자동차를 판매한다면 그간 분리되었던 자동차 제조와 운행이 섞이게 되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디지털 경제의 특징인 업의 경계가 사라지는 현상이 보다 본격 화될 수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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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소니와 혼다는 CES에서 전기자동차 생산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MS 등과 손잡는 협업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CES에서 소니 혼다 모빌리티가 선보인 전기차 아필라 Afee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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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로보틱스가 만든 협동로봇. 사람 표정을 분석해 칵테일을 제조한다.
④ 서비스 혁신
인공지능 기술의 개발로 점차 많은 영역에서 활용 가능한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지면서 서비스 영역에서 인공 지능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푸드테크 영역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사람을 대신해서 요리가 가능한 인공지능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반의 협동로봇이 상용화되면서 식당이나 카페에서 협동로봇을 활용한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는 기존 노동력과의 협업이 가능해진다는 면에서 서비스 시장의 확대에 기여할 수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력 수급이 어려운 현장에서 한정된 인원이 더 큰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푸드테크를 시작으로 서비스 분야에 인공지능 기반 로봇이 도입된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과거 로봇은 제조업에서 활용되었지만, 이제는 인력난이 심한 서비스 분야에 활용될 정도로 상용화가 시작되었다는 점은 어디서나 인공 지능 로봇을 만날 수 있게 된세상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⑤ 사회문제 해결
인공지능이 저렴해지자 스타트업도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보편성(수요)이 낮으면서 난이도(비용)가 큰 문제는 시장을 통한 해결이 어렵다.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활용되면서 이러한 분야에서도 다양한 시도가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모빌리티 분야의 PBV나 절단장애인용 로봇 손가락 의수, 성대 손상 및 언어장애 환자를 위한 AI 기반 실시간 음성변환 솔루션 등이 대표적이다. PBV 설계 이전에는 휠체어 겸용 택시는 구현하기 힘든 숙제였다. 휠체어 겸용 택시를 도입하면 모든 이의 이동 효율을 높일 수 있지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겸용 차량을 만드는 일은 기회비용이 너무나 큰 전략이다. 한정된 수요자를 위해 생산공정을 확보한다는 것은 수익성이 높은 차량 생산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 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CES 2024에서 선보인 PBV 차량은 목적에 맞게 재설계가 가능한 구조로 제작되다 보니 장애인 겸용 택시도 충분히 가능하다. 모두 기술의 가격이 저렴해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시장도, 정부도 해결하지 못하던 영역이 기술개발로 해결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CES 2024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시사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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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멘스가 선보인 AI 의수 ‘바이오닉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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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에서 공개된 손가락 추적 장비 ‘팜플러그’. 착용자의 손 움직임에 따라 가상현실 VR 에서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해준다.
#3 전 지구가 경험할 AI 모멘트
중국 정부는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다음 중국의 커제까지 넘자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사건에 자극받아 2030년까지 인공지능 분야의 선두를 탈환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뉴욕타임스>는 알파고로 인한 일련의 충격을 중국의 ‘스푸트니크 모멘트’라고 표현했다. 중국의 대대 적인 인공지능 투자를 과거 소련의 스푸트니크 발사에 충격을 받은 미국이 과학에 막대한 투자를 한 역사에 빗댄 것이다.
vCES 2024에서 살펴본 모습은 중국을 넘어 전 지구가 ‘AI 모멘트’를 경험할 순간이 머지않았다고 느껴 진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했다는 것은 가격이 저렴해졌다는 의미이 고, 이제 어디서든 만나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제는 진짜 인공지능의 영향을 대비해야 한다. 가격이더 낮아지면 비즈니스 전략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수준에서 아마존은 고객이 좋아할 만한 상품을 제안하지만, 인공지능이 저렴해져 보다 폭넓게 활용된다면 이제는 주문하기 전에 고객이 필요한 물품을 먼저 배송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반품에 대한 비즈니스 설계가 필요하게 된다. 아마존이 ‘예측 배송’ 특허를 받은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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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 샤오펑에어로HT의 전기 수직이착륙기.
인공지능 기술의 활용이 이렇게 폭넓어졌다면, 다음 단계의 고민은 인공 지능을 활용해 어떻게 이윤을 창출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CES 2024를 통해 인공지능에 대한 과대포장은 확실히 벗겨졌다. 동시에 경쟁 우위를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어떤 형태로든 활용해야만 한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이제는 인공지능과 무관한 분야는 없다. 기업도, 국가도, 개인도 인공지능 기술을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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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물류 상하차 로봇 스트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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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선보인 AI 포춘텔러로 타로점 보는 관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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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영 한국개발연구원 KDI 전문연구원
한양대학교 경제학과 겸임교수이며, <한국경제신문> ‘디지털 이코노미’와 <동아비즈니스리뷰 DBR > ‘파괴 없는 혁신’ 등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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