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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기술이 아닌
‘선한 기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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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난제와 환경문제 등 공동체와 일상의 개선을 목표로 하는 ‘선한 기술 tech for good ’의 향연으로서 CES를 보다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CES를 단순히 가전소비시장 트렌드에 초점을 둔 기업 박람회를 넘어 인간안보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기술융합의 장으로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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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4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간안보를 핵심 주제로 선정했다.
사진은 CES에서 선보인 HD현대마린솔루션의 ‘오션와이즈’로 인공지능과 탄소배출 예측 기술 등을 탑재하고 있다.
시대를 막론하고 안전은 인류의 최우선 관심사였다. 인류는 생존의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하고자 개인과 집단 차원에서 끊임없는 노력을 경주해왔다. 사전적 의미에서 ‘안전 safety ’은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염려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즉, ‘위해 hazard ’를 입힐 가능성을 통제함으로써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조건 및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다. ‘안보 security ’ 역시 안전과 상당히 유사하게 정의되지만,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국가’에 초점을 맞춰왔다는 차이가 있다. 실제로 지난 냉전기 동안 안보는 외부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주권과 영토를 보호하는 ‘국가안보 national security ’ 개념과 동일시되었다. 그러나 탈냉전시대가 도래하면서 인류는 그동안 전쟁 이슈에 가려져 있었던 복잡다단한 중요한 문제들에 비로소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1994년 유엔국제연합개발계획 UNDP 이 제시한 ‘인간안보 human security ’는 인권과 환경, 경제적 풍요와 삶의 질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즉, 안보의 궁극적인 대상을 개인에 두고,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다양한 기본 가치와 공포로부터의 자유,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를 통해 안전한 일상을 영위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 접근인 것이다. 오늘날 인간안보는 평화, 불평등, 건강, 식량, 에너지, 생물 다양성 등 오늘날 세계가 공통적으로 직면한 난제와 직결되는 이슈를 다루고 있다. 또한, 지속가능 목표의 이행과 다자간 협력을 조정·촉진하는 당위적 토대로도 기능하고 있다.
첨단 기술혁신의 장으로 소환된 인간안보의 가치
지금까지 CES는 IT 기술의 융합이 어떻게 일상의 편리하고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로 구현되는지를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류의 난제 해결과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는 수단으로서 기술이 지향해야 할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 실제로 2023년의 CES에서는 ‘모두를 위한 인간안보 Human Security for All, HS4A ’라는 슬로건을 내세웠으며, 기술혁신을 통해 인류가 달성해야 할 미래상을 제시한 바 있다. ‘모두가 함께하는, 모든 기술의 구현 All Together, All on ’으로 다가온 2024년에도 역시 인간안보는 지속가능 사회를 위한 핵심 주제로 자리하고 있다. 인공지능 AI 을 기반으로 모든 기업과 산업이 함께 기술혁신을 이뤄나감으로써, 인류의 난제 해결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3년 9월 개최된 제78차 유엔총회에서는 기존의 경제안보, 식량안보, 의료접근성, 환경보호, 개인 안전, 공동체 안전, 정치적 자유 등에 이어 첨단기술 안보가 추가되었는데, 이는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 기술이 적극 활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CES 2024에서는 인공지능 융합 기술을 기반으로, 모빌리티 mobility , 푸드 food , 애그테크 agricultural tech , 웰니스테크 wellness tech 등 이를 구현하기 위한 우선 적인 실천 부문과 우수 혁신 기술 사례들이 언급되었다. 지속가능성, 친환경 디자인 및 스마트 에너지 분야는 CES 2024 혁신상 선정 과정에서 가장 많은 아이디어가 출품되었던 테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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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Samil PwC(2023.12), CES Daily(2023.12.20)를 토대로 재구성.
지속가능성을 수반하는 인간안보
인간안보라는 개념을 최초로 접목한 CES 2023에서는 ‘지속가능성 sustainability ’을 별도의 가치로 두고, 인간안보와 함께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핵심 주제로 선정한 바 있다. 여기에는 혁신 기술을 에너지보존, 전력 생산량 증진, 식량난 해결, 스마트도시 건설 등 환경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개발한다는 점이 명시되었다.
반면, 2024년의 CES는 인간안보와 지속가능성을 가치를 공유하는 하나의 테마로 다루고 있다. 미래의 기술혁 신은 인류의 안전을 위협하는 다양한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지속가능성 역시 거시적 관점에서 인간안보의 가치와 분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CES 2024에서는 전력 생성 유리, 재활용 프로세스가 불필요한 마이크로 배터리 등 에너지 효율화와 탄소배출 저감 제품들이 두드러졌으며,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지속가능성 추구가 공통된 트렌드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즉, 인간안보와 지속가능성은 헬스·웰니스, 푸드·애그테크 등 주요 혁신 테마의 지향점에 공통으로 반영된 기본 가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CES 2024에서는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전 산업 분야의 기술융합과 혁신이 촉진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는 인류의 지속가능성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함으로써 인간안보를 강화하는 원동력으로 이어진다. 특히, 지난해 유엔과 맺은 ‘모두를 위한 인간안보’ 파트너십을 지원하기 위한 실천 노력이 이번 CES 2024에서도 보다 잘 드러나고 있다. 지속가능성과 인간안보 테마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부문에서도 혁신상 수상작 28개 중 7개가 인간안보와 관련된 제품이라는 점이 이를 말해준다.
기술 트렌드를 넘어, ‘선한 기술 tech for good ’의 지향성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지난해 CES 2023이 인간안보 개념을 도입하며, 코로나19 이후의 급격한 디지털 전환 패러다임이 제기하는 도전들을 논의하고자 했다면, 올해의 CES 2024는 모든 기업과 산업이 함께 혁신 기술에 전력을 다해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를 담아내고 있다. 특히 일상에서 적용 가능한 다양한 제품·서비스를 선보이면서 각 테마별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기술 혁신이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최근의 CES에서 우리는 각 테마가 지향하는 신기술 혁신 이상의 의미를 재확인하게 된다. 인간안보의 가치는 최근의 메타버스나 웹3.0과 같이 유행처럼 급속히 변화하는 디지털 트렌드 중 하나가 아닌 현재 그리고 향후에도 CES 전체 테마가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가치로 자리할 것임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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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쉬는 CES 2024에서 AI 기반 보안 감지 시스템을 선보 이며 인간안보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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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9월 개최된 제78차 유엔총회에서는 기존의 경제안보, 식량안보, 의료접근성, 환경보호, 개인 안전, 공동체 안전, 정치적 자유 등에 이어 첨단기술 안보가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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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신흥안보연구실 부연구위원
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STEPI 선임연구원, 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주요 저서·논문으로 ‘양자과학기술의 국가안보 리스크와 대응전략’(2023), ‘생성형 AI의 국가안보적 의미와 시사점’(2023), ‘국방 분야의 AI 기술 도입과 활용 제고 방안’(2021), ‘메타버스 가상세계의 진화 전망과 혁신전략’(2021) 등이 있으며 과학기술과 인문사회를 아우르는 학제간 융합 연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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