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OECD 평균보다 짧고, 성인 3명 중 1명이 불면증을 경험한다.
우리는 잠을
무척 과소평가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하지만 좋거나 나쁜 잠은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강력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그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잠과 꿈의 기원과 생물학적 기능, 의학적 문제 등 수면 과학을 포괄적으로 다룬 콘텐츠를 소개한다.
매슈 워커 지음 / 이한음 옮김 / 열린책들 펴냄

자면 안 되는데, 잤다. 원고 마감이 다가왔고 내일 회사에서 종일 바쁠 예정이며 저녁에는 약속도 있으므로 잠을 줄여서라도 원고를 써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책을 읽다 보니 ‘잠’이란 무언가를 더 성취해내기 위해 희생해야 할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너무나 소중한 생명 활동이라는 생각이 점점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또 계속 졸음이 쏟아지는 걸 보니 내 두뇌가 책에서 읽은 내용을 통합하고 기억하려는 충동을 거부하지 못하는 중이기도 했다. 결국 책을 덮고 잠자리에 들었고,
대신 다음 날 일정을 조정했다. 묘하게도 이 책 덕분에 가장 충실한 독서, 즉 책을 읽고 바로 실행에 옮기는 경험을 한 셈이었다.
이는 세계적인 신경과학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 매슈 워커가 서문에서 밝힌 바와도 맞닿아 있다. 그는 독자가 이 책을 읽다가 잠에 빠져든다면 기분 상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기쁘겠다고 말한다. 책을 읽는 동안 의식의 흐름이 출렁이는 대로 마음껏 의식의 안팎을 오가라고 말한다. 그것이 바로 독자가 책을 유심히 읽고,
자신의 몸을 더 존중하게 되었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500쪽에 걸쳐 “제발 잠 좀 자라”고 소리치는 이 책,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는 ‘밤새워 읽어야 할 책’이 아니라, 침대 머리맡에 두고 ‘더
잘 자기 위해 읽어야 할 책’이다.
잠을 못 자면 죽는다
이 책은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온 ‘잠’이라는 행위를 전혀 다른 무게로 바라보게 만든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잠을 ‘휴식’ 정도로 생각한다. 바쁘면 줄여도 되고,
주말에 몰아서 보충하면 된다고 여긴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생각이 왜 위험한 오해가 될 수 있는지를 과학적 근거와 함께 차분히 설명한다.
잠은 소극적인 쉼이 아니다. 그보다는 훨씬 적극적인 생명 활동에 가깝다. 잠을 자는 동안 우리 몸과 뇌는 스스로를 수리하고 정비하며, 기억과 감정을 재배치하고, 면역과
대사를 조율한다. 잠을 줄이면 시간을 번 것 같은 착각에 빠지지만, 실제로는 집중력 저하, 판단 오류, 감정 불안정, 장기적 건강 악화라는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 같은가? 그 위험성이 실제로 얼마나 치명적인지 살펴보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잠을 못 자면 말 그대로 ‘죽는다’. 쥐 실험에서 평균 15일간 수면을 박탈하면 바로 죽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렘수면REM(기억 정리와 감정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꿈꾸는 수면 단계)만 선택적으로 박탈했을 때도 거의 비슷한 기간 안에 죽었다. 비렘수면만 박탈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약간 더 오래 걸렸을 뿐(45일). 이 사실만 봐도,
잠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활동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면 과학의 모든 것
극단적인 예를 들었지만, 이 책에는 잠의 역할과 중요성을 밝혀온 수많은 연구가 소개돼 있다. 1부는 잠이란 무엇인지부터 시작한다. 인간의 수면 구조, 생체리듬, 수면의 진화
등을 다룬다. 2부는 책의 핵심으로, 우리가 왜 잠을 자야 하고, 수면이 창의성과 감정 조절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한다. 동시에 수면 부족이 뇌와 신체에 어떤 손상을
남기는지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3부에서는 꿈과 렘수면에 초점을 맞춰, 이 단계가 감정 처리와 심리적 회복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탐색한다. 마지막 4부에서는 시선을 사회로
확장한다. 현대적 환경이 수면을 어떻게 망치는지, 그리고 수면 부족이 개인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안전과 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야기한다.
원서가 2017년에 출간돼 다소 오래됐다는 점은 아쉽다. 그 사이 수면 과학은 계속 발전왔지만, 최신 연구 결과는 읽을 수 없다. 다소 단정적인 어조 때문에 학계에서 논쟁이
벌어진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수면을 건강의 주변부가 아니라 중심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그리고 수면 과학이라는 주제를 포괄적이고 체계적으로 이해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분명하다.
올해는 무언가를 해내겠다는 다짐보다, 무언가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보는 건 어떨까. 다름 아닌 잠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수면과학 #생명활동 #창의성
안토니오 자드라, 로버트 스틱골드 지음 / 장혜인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펴냄

꿈에도 가능성이 있을까?
오랫동안 잠과 꿈을 연구해온 과학자들이 쓴 꿈에 대한 새로운 과학 대중서. 욕망이나 걱정거리가 꿈에 자주 투영되어 나온다는 사실은 누구나 경험적으로 알고 있지만, 이 책은 ‘넥스트업Network Exploration to Understand Possibilities’이라고 이름 붙은 최신 과학 이론에 대해 다룬다. 새로 입력된 감각이나 기억 사이의 연관성이 유용하거나 옳은지 낮 동안에는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데, 밤 동안 꿈을 꾸면서 뇌가 이러한 탐색 작업을 해낸다는 이론이다. 꿈과 해몽이라는 영역은 자칫 미신처럼 보이기 쉬운데, 이 책을 통해 잠과 꿈을 다루는 최신 신경과학 연구들을 살펴보며 새로운 과학적 논의의 장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꿈의 기능과 가능성을 믿는 과학자들의 관점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책이다.
#꿈 #신경과학 #네트워크 #넥스트업
헤더 다월-스미스 지음 / 김은지 옮김 / 시그마북스 펴냄

일러스트로 보는 수면에 관한 한쪽 지식
비주얼 백과사전으로 유명한 영국 돌링 킨더슬리DK 출판사가 펴낸 책이다. 수많은 수면장애 환자를 다뤄온 저자가 수면의 기초부터 질 좋은 수면 생활을 위한 다양한 처방, 잠을 자려는 인간의 본능을 방해하는 사회학적·생리학적·신경학적·심리학적 요인, 그리고 각 요인들에 대응하는 방법까지 소개한다. ‘ASMR이 수면에 도움이 될까?’, ‘소파에서 잠들었다가 침대로 옮겨가는 순간 잠이 달아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름달이 수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등 흥미로운 제목이 가득하다. 질문에 대한 답과 세련된 일러스트가 펼침면 2쪽에 함께 수록돼 있어, 눈길을 끄는 부분만 발췌해서 보기 좋다. 그렇게 뒤적이다 보면, 수면에 관한 다양한 과학적 사실을 많이 알 수 있을 것이다.
#DK #일러스트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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