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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ing Tomorrow>Teen+Tech
0과 1이 동시에?
미로를 한꺼번에 통과하는
‘마법’ 같은 컴퓨터
손석균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우리가 매일 쓰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은 모든 문제를 ‘0 아니면 1’이라는 규칙에 맞춰 차례대로 풀어낸다.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0과 1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중첩 상태를 이용해 계산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는다.
마치 복잡한 미로에서 여러 갈림길을 중첩된 상태로 동시에 고려한 뒤 결과를 얻는 것과 비슷하다.
미래에 병을 고치는 신약을 만들거나 복잡한 환경문제를 해결할 때 없어서는 안 될 주인공, 그 흥미로운 비밀을 함께 살펴보자.

“우리는 보통 더 빠른 계산을
원하지만, 때로는 계산하는
방식 자체를 다시 생각해야 할
순간이 온다.”
양자컴퓨터는 무엇이 다를까?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는 모두 같은 방식으로 계산한다. 화면 속 사진을 불러오고, 메시지를 보내고, 게임을 실행하는 모든 과정은 0과 1이라는 두 가지 숫자를 빠르게 처리하는 계산의 연속이다. 이때 사용되는 최소 단위를 ‘비트Bit’라고 부른다. 비트는 언제나 0 아니면 1, 둘 중 하나의 값만 가질 수 있다. 이 단순한 규칙 덕분에 컴퓨터는 안정적으로 계산할 수 있었고, 반도체 기술의 발전과 함께 처리 속도와 저장용량을 꾸준히 늘려왔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디지털 문명은 모두 이 비트 기반 계산 위에 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자컴퓨터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양자컴퓨터가 사용하는 계산의 기본 단위는 ‘큐비트qubit’인데, 큐비트는 0이거나 1인 상태뿐 아니라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중첩 상태를 가질수 있다. 이는 상상 속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자연에서 관측되는 양자역학적 현상에 기반한 것이다. 전자나 원자 같은 미시 세계의 입자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물체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며, 하나의 상태로 딱 잘라 정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하나의 상태가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포함하는 성질을 ‘중첩’이라고 한다. 이는 단순한 용어의 차이가 아니다. 비트로 계산하는 컴퓨터가 하나의 문제를 한 방향씩 차례로 풀어가는 방식이라면, 큐비트를 사용하는 양자컴퓨터는 여러 가능성을 중첩 상태로 고려하며 계산을 진행 할 수 있다. 마치 미로를 하나의 길씩 탐색하는 대신, 여러 갈림길을 동시에 살펴보는 것과 비슷하다. 문제의 크기가 커질수록, 즉 고려해야 할 경우의 수가 많아질수록 이 방식의 차이는 계산속도와 가능성에서 결정적인 격차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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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_1_3.pngs3_1_3-mo.pngs3_1_3-mo2.png
양자 칩(큐비트)
양자컴퓨터 계산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qubit’가 담긴 핵심 부품이다. 고전 비트와 달리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중첩’ 상태를 이용해 수많은 경우의 수를 동시에 탐색한다.
희석 냉동기
황금빛 원판들이 층층이 쌓인 구조물로, 아래로 갈수록 온도가 급격히 낮아진다. 양자 상태는 열에 매우 예민하여 온도가 조금만 올라가도 중첩과 얽힘이 사라져 계산 능력을 잃는다.
제어 배선
냉동기 전체를 타고 내려오는 수많은 동선과 케이블이다. 외부의 제어장치에서 보낸 마이크로파 신호를 양자 칩에 전달하여 큐비트를 조작한다.
양자컴퓨터가 잘하는 일은 따로 있다
흔히 양자컴퓨터를 ‘엄청나게 빠른 컴퓨터’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설명이다. 양자컴퓨터는 모든 계산을 더 빨리 처리하는 만능 기계가 아니다. 오히려 특정한 종류의 문제에서만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매우 전문화된 계산 도구에 가깝다. 예를 들어 수많은 경우의 수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문제나, 복잡한 분자구조처럼 미세한 상호작용이 촘촘히 얽혀 있는 문제는 기존 컴퓨터로 계산하는 데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분자의 전자구조를 정확히 계산하거나, 최적의 해를 찾기 위해 수억 가지 선택지를 비교해야 하는 문제는 비트 기반 계산으로는 한계에 부딪히기 쉽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큐비트의 중첩과 얽힘을 이용해 이런 문제를 훨씬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다. 신약 개발, 새로운 소재 탐색, 복잡한 최적화 문제, 미래 암호 기술이 양자컴퓨터의 대표적인 활용 분야로 꼽히는 이유다. 중요한 점은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를 완전히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문서를 작성하고, 영상을 시청하며, 일상적인 계산을 수행하는 데 여전히 기존 컴퓨터를 사용할 것이다. 양자컴퓨터는 그 옆에서 기존 컴퓨터가 풀기 어려운 문제를 맡아 해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즉 양자컴퓨터는 범용 기계라기보다 특정 문제를 위한 특수한 계산 도구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양자컴퓨터와 고전 컴퓨터의 계산 방식과 역할 차이
구분 고전 컴퓨팅Classical Computing 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
계산 단위Computing Un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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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지스터로 계산하며, 0 또는 1의 두 가지 상태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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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비트로 계산하며,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를 나타낼 수 있다.
계산 능력Computing Capa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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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지스터 수에 비례하여 계산 능력이 선형적으로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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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비트 수가 늘어날수록 표현 가능한 상태 공간이 지수적으로 확장된다.
오류율 및 환경Error Rates & Enviro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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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율이 낮으며, 상온에서 작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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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율이 높으며, 일부 양자 시스템은 양자 상태 유지를 위해 극저온 환경이 필요하다
적합성Suita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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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처리에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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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복잡 문제에 적합하다.
양자는 왜 이렇게 다루기 어려울까?
양자컴퓨터가 아직 연구실에 머물러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양자 상태가 매우 예민하기 때문이다. 큐비트는 주변 환경의 아주 작은 변화에도 쉽게 영향을 받는다. 온도가 조금만 올라가거나, 미세한 전자기 잡음이 섞여도 양자 상태는 금세 무너진다. 이렇게 중첩이나 얽힘 같은 양자적 특성이 사라지는 현상을 ‘양자 결맞음 붕괴’라고 한다. 그래서 실제 양자컴퓨터는 극저온 환경에서 작동한다. 일부 장치는 영하 200℃보다 훨씬 낮은 온도에서 큐비트를 유지하며, 외부 진동과 전자기 신호를 철저히 차단하는 복잡한 장치들이 함께 사용된다. 큐비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냉각 기술, 정밀 제어 기술, 고급 재료 기술이 모두 필요하다. 우리가 상상하는 책상 위의 컴퓨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며, 하나의 거대한 실험 장비에 가깝다. 이 때문에 양자컴퓨터를 만드는 일은 단순히 새로운 칩을 설계하는 문제가 아니다. 물리학을 기반으로 하되, 전자공학·재료과학·제어공학·컴퓨터과학이 모두 결합된 종합 기술의 영역이다. 양자컴퓨터 개발에 오랜 시간과 막대한 연구 자원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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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IBM·구글의 초전도 회로 기반 양자칩, 아이온큐IonQ의 전기장에 가둔 원자를 이용한 이온트랩 양자소자,
아이온큐의 전기장에 가둔 원자를 이용한 이온트랩 양자소자, 마이크로소프트가 연구 중인 차세대 물리 기반 양자소자.
왜 청소년에게 양자컴퓨터를 소개할까?
양자컴퓨터는 아직 완성된 기술이 아니다.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기술적 과제가 많고, 지금도 전 세계 연구자들이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기술을 이해하는 경험은 더욱 중요하다. 양자컴퓨터를 배우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기계를 아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법칙이 어떻게 기술로 바뀌는지 이해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변화를 일찍 이해하는 것은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미래를 준비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양자컴퓨터 플랫폼이란
무엇일까? s3_1_16.png
이런 현실적인 이유로 오늘날 양자컴퓨터는 하나의 기계라기보다 ‘플랫폼’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양자컴퓨터 플랫폼은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제어, 전자, 소프트웨어까지 포함한다. 실제 큐비트를 구현한 양자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이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전자·제어 시스템, 그리고 사용자가 양자 계산을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 환경까지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많은 경우 이 과정은 클라우드를 통해 원격으로 이루어진다. 즉 사용자는 집이나 학교에서 일반 컴퓨터를 이용해 양자컴퓨터에 접속하고, 양자 알고리즘을 실행해 결과를 받아본다. 양자컴퓨터는 특정 장소에 존재하지만, 그 활용은 이미 네트워크를 통해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이것이 바로 양자컴퓨터가 ‘플랫폼 기술’로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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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는 왜 우주보다 더 차가울까?
양자칩의 온도가 조금이라도 높아지거나 전자기 잡음이 섞이면, 양자의 능력인 중첩과 얽힘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때문에 양자컴퓨터는 아래로 내려갈수록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단계별 냉각 시스템을 가진다.

· 최상단부(약 27도) : 케이블 등 외부와 연결되는 부분.
· 중단부(약 -196도) : 액체 질소층과 액체 헬륨층을 거치며 단계적으로 냉각.
· 최하단부(약 -273도) : 양자 칩이 위치한 곳. 절대영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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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균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박사 출신으로, 현재 경희대 양자물질 글로벌 연구센터의 연구부센터장을 맡고 있다.
국내 양자 생태계 조성과 국가 핵심 연구개발 사업 과제를 수행하며 양자 기술 연구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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