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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로봇 기술 연구로
환자의 삶의 질 높인다
한경원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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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시대를 맞아 의료 분야에서도 각종 질병의 진단부터 치료, 수술, 재활에 이르기까지 영역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혁신의 한 축을 담당하며 의료로봇과 관련 기기의 연구개발에 전념하는 전도유망한 로봇공학자를 만났다.

word 김광균 photo 이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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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기계공학과 교수로서 로보틱스, 특히 의료로봇 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주로 어떤 연구를 하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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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로봇에 적용 가능한 액추에이터와 센서 관련 연구를 주로 하고 있고, 소프트 로보틱스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를 하는 이유는 로봇 기술을 의료 분야에 적용하려면 보다 안전하게 사람과 상호작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부드러운 재료로 만든 제품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수술도구라든지 심장의 이완이나 수축을 돕는 보조 기기 같은 것들은 신체와 접촉하게 되므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술의 연구개발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조지아공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스탠퍼드대학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유학을 결정한 계기나 이유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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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후반 대학 진학을 고민하던 시절, 공학을 전공하기에 미국의 교육 여건이 잘돼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왕 공학을 전공하려면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유학을 결정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미국에서 잠시 지낸 적이 있어서 유학에 대한 거부감도 없었고요.
기계공학을 전공해야겠다고 생각한 동기가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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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뭐든 고치고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초등학교 때 친구들이 고장 난 샤프를 버리려고 하면 고쳐준다든지 샤프심 케이스를 개조해 샤프로 쓴다든지 그런 거 있잖아요. 작동 원리를 파악하고 직접 만들어보는 데 흥미를 느꼈고요. 교과목 중에서도 물리와 수학을 좋아하고 잘하니까 자연스럽게 공대를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부모님도 기계공학 쪽이 제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하셔서 적극 지원해주셨습니다.
기계공학에도 여러 분야가 있을 텐데요. 그중에서도 로봇 연구, 특히 의료로봇에 관심과 흥미를 갖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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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어려서부터 만드는 걸 좋아해서 기계공학에 흥미를 갖게 됐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의료로봇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제가 만드는 것들이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연구 주제를 선택할 때 이것이 어떤 의미가 있느냐, 어떤 면에서 중요한가 하는 점을 고려해야 하는데 의료로봇은 사람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고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제가 주력하는 심장 이식 기기 연구는 포스트닥터(박사 후 연구원) 시절 교수님과 심장 연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앞으로 연구할 주제가 많겠다는 생각이 들어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 취득 후 연구원으로 재직했습니다. 연구원에서 주로 어떤 연구를 했으며, 연구원 생활은 어땠는지 말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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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보조 기기를 주로 연구했습니다. 심실 내 압력을 조절해주는 액추에이터를 심장 주변에 달아 심장의 압력을 높이거나 낮출 수 있는 기술을 다뤘고요. 심장의 부피가 얼마나 변하는지 감지하는 센서를 만들기도 했어요. 그중에서도 심장이 작게 태어난 아기들을 위한 심장 성장 유도 기기 개발이 주된 연구 주제였습니다. 심장에 기계적 자극을 주어 정상 크기로 성장하도록 유도하는 기기인데 현재 검증 단계에 있고요. 상당히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주제로 지금도 스탠퍼드대와 미팅을 지속하며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스탠퍼드대에서 1년 반 동안 연구원 생활을 했는데 박사 과정 학생들에게 멘토로서 저의 연구 경험을 공유하며 도움을 주었죠. 또한 당시 서울대 조교수에 지원해 합격한 상태라 마음 편히 하고 싶은 연구에 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저로선 가장 행복한 시기가 아니었나 싶어요.
현재 의료로봇, 소프트 액추에이터, 센서, 메커니즘 개발 등이 주요 관심 분야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당 분야의 최신 동향이나 이슈, 당면 과제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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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로보틱스 분야가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은 지 10년이 넘은 거 같은데요. 관련 기술이 점진적으로 발전해왔지만 재료상의 문제로 여러 한계를 지닌 것도 사실입니다. 일반적으로 실리콘이나 고무 같은 부드러운 재료를 사용하는데 그러다 보니 반복성, 내구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제작 기술의 한계로 같은 제품을 여러 개 제작하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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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기계공학부에서 운영 중인 ‘헬스케어 로보틱스 연구실’에서는 어떤 연구를 수행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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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로봇 수술과 관련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원격으로 로봇 수술을 진행할 때 의사가 촉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전달하는 햅틱 기기를 제작하고 있고요. 로봇 수술 시 안전하게 적당한 힘으로 조직을 잡고 다룰 수 있는 그리핑gripping 관련 센서를 개발하기도 합니다. 또한 몸 안의 장기, 특히 심장에 문제가 있는 환자분들을 위해 이식 가능한 기기를 개발하고 있어요. 장기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게 보조하는 역할을 하거나 센싱을 통해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드는 데 목표를 두고 있죠. 의료 분야에서 보다 발전된 기술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로봇 연구를 하면서 어려운 점과 보람을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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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끼죠. 실제 환자를 만났을 때 저희가 하는 연구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시고 고마움을 표현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내 연구가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소중한 기술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반면 연구 대상이 사람이다 보니 안전성을 확실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수술기구라면 괜찮지만 장기간 몸 안에 이식해야 하는 기기, 예를 들면 심장의 수축·이완을 도와주는 기기 같은 것은 오랜 시간 테스트와 검증 기간을 거쳐 실제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하거든요. 그 과정이 쉽진 않지만 새로운 기술의 가능성을 검증하는 단계가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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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공학자가 되려면 어떤 소양을 갖춰야 할까요? 로봇공학자를 꿈꾸는 학생과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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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공학에도 많은 하위 분야가 있습니다. 저처럼 하드웨어 쪽을 다루는 분야가 있고, 인공지능이나 컨트롤처럼 소프트웨어 연구를 하는 분야도 있습니다. 각 분야마다 실질적으로 필요한 소양과 역량이 다를 텐데요. 제 분야와 관련해 말씀드리면, 물리학적 직관physical intuition이 있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감각을 어떻게 기르느냐 하는 건 또 다른 문제이긴 합니다만 어떤 기술적인 현상을 보면서 원리를 파악하는 데 흥미를 느낀다면 로봇공학과 잘 맞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현상의 문제점을 파악하거나 기술의 작동 원리를 파악하는 데 흥미를 갖는 것이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로봇공학자로서 앞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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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으로는 좀 더 부드럽고 작고 가벼우면서도 큰 힘과 변형을 줄 수 있는 구동기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렇게 되면 예를 들어 의료용 카테터(가느다란 관)를 사용해 시술을 하는 경우 몸 안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가게 하거나 필요할 때 충분한 힘을 줄 수 있겠죠. 로봇 수술 시 촉감을 느끼게 해주는 햅틱 기기나 심장 혹은 장기를 보조해주는 기기에도 적용할 수 있겠고요. 궁극적으로 제가 연구하고 개발한 기술이 의료 현장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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