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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로봇
인간·로봇 공존 시대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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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로봇 공존 시대의 막이 올랐다.
그 주역은 우리 일상 속으로 성큼 들어온 다양한 기능의 서비스 로봇이다.
공상과학영화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만능 로봇은 아니지만, 우리는 일상에서 이미 첨단 기능을 갖춘 서비스 로봇을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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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앱으로 유명한 우아한형제들은 배달로봇 ‘딜리 Dilly’를 이용해 식음료 실내외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은 코엑스몰에서 배달하고 있는 배민 로봇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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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은 두산로보틱스와 함께 무인 커피로봇 서비스인 ‘AI바리스타로봇’을 출시했다.
사진은 음료를 제조하는 ‘AI바리스타로봇’ 모습이다.
우리 일상 속 서비스 로봇은 이미 매우 다양하다. 배달 앱으로 유명한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1월 삼성동 테헤란로에서 음식배달로봇 ‘딜리Dilly’를 이용해 식음료 실외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코엑스몰 인근 건물에 있는 고객이 배달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배달로봇이 고객이 있는 곳까지 찾아간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극장 등에선 문화 해설 로봇 ‘큐아이’가 관람객에게 시설을 안내하고 작품을 설명해준다.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다국어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우리 문화를 이해하는 데도 제격이다.

정부가 작년 자율주행로봇의 공원 내 출입을 허용하면서 순찰로봇도 도입기를 맞고 있다. 서울 어린이대공원, 성남 율동공원 등에서 순찰로봇을 운영하고 있다. 순찰로봇은 공원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범죄 발생 우려가 없는지, 산책 도중 쓰러진 사람은 없는지 살핀다. 순찰로봇은 산업 시설이나 사회 기반 인프라를 관리하는 데도 활용된다. LG전자는 지난 11월 포스코 광양제철소 자율로봇 실증 사업을 실시했다. 자율이동로봇이 축구장 2개 이상 크기의 전기실 내부를 순찰하면서 전력케이블, 변압기 등 설비의 이상 여부를 점검한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는 없지만 수술로봇이나 물류로봇 등도 인간·로봇 공존 시대의 당당한 주역으로 자리 잡았다. 세계적인 수술로봇 기업인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의 ‘다빈치’ 로봇은 수술 자국을 가급적 적게 남기는 ‘최소침습수술’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아마존, 쿠팡 등 온라인 쇼핑업체들은 쇼핑 성수기를 맞아 폭발적인 온라인 주문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물류센터에 다양한 물류로봇을 가동하고 있다.
사람과 공간을 공유하는 서비스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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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큐아이’는 음성인식과 자율주행 기능을 기반으로 전시된 작품에 대한 해설을 제공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인공지능 전시 안내 로봇 큐아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다양한 서비스 로봇이 활약하고 있는데, 이들 서비스 로봇은 기존의 로봇과는 무엇이 다른 것일까.
로봇은 크게 제조 로봇(산업용 로봇)과 서비스 로봇으로 구분된다. 제조 로봇은 생산 공장에서 용접, 도색, 조립 공정 등에 활용되는 로봇이다. 고도의 정밀 작업을 아주 빠른 속도로, 반복적으로, 그리고 지치지 않고 수행한다. 자동차 같은 무거운 물건도 쉽게 들어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 제조 로봇이 동작할 수 있는 범위는 프로그래밍에 의해 극도로 제한된다. 작업자가 로봇과 충돌하면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제조 로봇은 작업자로부터 공간적으로 철저히 분리된다. 로봇 주변에는 안전 펜스가 설치돼 작업자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서비스 로봇은 제조 로봇과 달리 안전 펜스에 갖혀 있지 않고, 사람과 공간을 공유한다는 특징이 있다. 한마디로 생산 공장의 울타리를 벗어나 비교적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로봇이 바로 서비스 로봇이다. 서비스 로봇은 소비자용 서비스 로봇과 전문 서비스 로봇으로 나뉜다. 소비자용 로봇에는 로봇청소기, 교육용 로봇, 반려로봇, 동반자 로봇 등이 포함된다. 전문 서비스 로봇은 훨씬 광범위하다. 서빙로봇, 상업용 청소로봇, 안내로봇, 간병로봇, 소방로봇, 물류로봇, 의료로봇, 순찰로봇, 국방로봇, 농업용 로봇, 건설로봇, 광산로봇, 수중로봇, 우주탐사로봇 등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종류가 많다.
최근 ‘협동로봇’으로 불리는 새로운 종류의 제조 로봇이 주목받고 있다. 이 로봇은 1개 또는 2개의 로봇팔을 이용해 물건을 운반하거나 조작한다. 협동로봇도 서비스 로봇처럼 안전 펜스 없이 인간 작업자와 공간을 공유한다. 협동로봇이 로봇팔을 이용해 부품을 집어 작업자에게 전달하면 작업자는 부품을 조립해 완제품을 만든다. 협동로봇은 제조 로봇의 일종이지만 최근 서비스산업에도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는 추세다. 카페에서 커피를 내려주는 바리스타로봇, 닭튀김을 조리해주는 치킨로봇, 물류창고에서 선반이나 트럭에 실려 있는 상품 박스를 싣고 내리는 물류로봇 등에 협동로봇이 활용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협동로봇은 제조 로봇과 서비스 로봇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인간과 로봇의 적절한 상호작용
모든 경우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서비스 로봇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이동성Mobility’이다. 로봇 엔지니어들은 서비스 로봇에 ‘자율성’을 부여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여기서 ‘자율성’이란 서비스 로봇이 자신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주변 장애물과 사람을 피해 최종 목적지까지 스스로 찾아가는 능력을 말한다. 사람이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등 오감을 통해 주위 환경이나 대상을 인식하는 것처럼 로봇도 카메라 센서, 적외선 센서, 오디오 장치, 위치 센서 등 다양한 센서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변 장애물과 사람을 인식한다. 그리고 센서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주변 사물을 지속적으로 학습한다. 그래야만 충돌하지 않고 최종 목적지까지 무사히 갈 수 있다.

서비스 로봇이 부상하면서 ‘인간-로봇 상호작용 기술Human Robot Interaction Technology, HRI’이라는 개념이 중요해지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환경에서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기 위해선 사람과 안전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로봇 기술을 구현해야 한다. 병원에서 일하는 로봇은 환자 또는 직원과 부딪히지 않아야 하며, 요양원에서 일하는 로봇은 노인들에게 친근감을 줘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로봇은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지만 아이들이 로봇에 지나치게 애착을 갖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이런 서비스 로봇을 구현하기 위해선 HRI 기술에 대한 연구가 절실하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서비스 로봇 시장
그렇다면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될까. 시장조사업체인 리서치앤마켓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30년까지 글로벌 서비스 로봇 시장은 연평균 36.15%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2022년 158억7000만 달러(약 20조8000억)에서 오는 2030년 1873억3000만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본부가 있는 비영리조직인 국제로봇연맹IFR은 매년 전 세계 서비스 로봇 시장 보고서를 발표한다. IFR이 올해 10월 발표한 전 세계 서비스 로봇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판매된 소비자용 서비스 로봇은 510만 대에 달한다. 이에 반해 전문 서비스 로봇은 15만8000대에 불과해 소비자용 서비스 로봇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이는 소비자용 서비스 로봇 시장에서 로봇청소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전문 서비스 로봇 판매 대수가 전년 대비 48% 증가한 15만8000대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전문 서비스 로봇의 5대 응용 분야는 운송 및 물류(8만6000대), 접객 및 안내(2만4500대), 의료 및 헬스케어(9300대), 농업용 로봇(8000대), 상업용 청소로봇(6900대)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전문 서비스 로봇 가운데 운송 및 물류 로봇이 54%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물류로봇은 코로나19의 대유행 이후 온라인 쇼핑과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유통 및 물류 업계에서 앞다퉈 도입했다. 물류로봇이 전체 전문 서비스 로봇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음식점을 중심으로 서빙로봇이 대거 보급되면서 운송 및 물류 로봇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접객 및 안내 서비스 로봇Hospitality Robots도 대중화의 물결에 훌쩍 올라탔다. IFR 보고서에 따르면 접객 및 안내 서비스 로봇 판매는 전년 대비 125% 이상이 증가한 2만4500대를 기록, 전문 서비스 로봇 시장에서 가장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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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빠른 진화와 인간과 공존 위한 과제
서비스 로봇 시장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젊은 인력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는 제조업 현장은 물론이고 건설, 농업, 간병 등 사회 각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인구절벽의 폐해가 심각해지고 있다. 인구 고령화 추세에 따라 의료로봇, 재활로봇, 간병로봇 등 수요는 늘어날 것이다. 돌봄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간병로봇이 환자나 노인들의 건강을 수시로 체크하고, 궂은일을 대신해준다면 서비스 로봇의 효용성은 충분하다. 로봇이 기존 인력을 대체하면서 일자리를 빼앗아갈 것이란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구 고령화와 인력 부족의 대안으로 서비스 로봇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최근 서비스 로봇 시장은 인공지능AI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작년 말 전 세계를 강타한 ‘챗GPT’ 열풍은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로봇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학습한 똑똑한 로봇들이 사람들의 일상적인 언어를 이해하고, 지금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아 펼쳐질 것이다. 여기에 로봇의 시각과 촉각, 얼굴 인식, 사물 인식 능력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일반 가정용 로봇뿐 아니라 안내로봇, 경비로봇, 바리스타로봇도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서비스 로봇 시장이 활짝 개화하고, 인간·로봇 공존 시대가 본격 도래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지난 11월부터 관련 법률의 개정으로 실외 이동 로봇의 보도 통행이 허용됐다. 앞으로 실외 이동 로봇이 보도 통행 중 사고를 일으키면 사고 책임을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경우에 따라선 보행자 잘못인지, 로봇 잘못인지 규명하는 게 쉽지 않다.

집 안을 모니터링하는 로봇이 노인만 홀로 있는 공간에서 노인을 다치게 했을 경우 이를 어떻게 규명할지도 숙제다. 로봇에 블랙박스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편향된 데이터를 활용해 학습받은 인공지능의 폐해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인간·로봇 공존 시대가 이제 막 개막했지만, 아직 우리는 서비스 로봇의 대중화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잘 알지 못한다. 그 혜택을 온전히 누리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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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수 <로봇신문> 기자
<전자신문>에서 오랫동안 IT, 방송산업 등을 취재해왔다. 현재 <로봇신문>에서 주로 글로벌 로봇 기술 동향과 서비스 현황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다. 융합기술이 로봇 기술과 어떻게 접목되고 있는지에 관해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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