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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로봇 경쟁력
핵심은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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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비대면·온라인 활동이 확대되면서 서비스용 로봇의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융합 기술이 접목되면서 로봇산업이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 서비스용 로봇 기술은 현재 어떤 수준이며, 성장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한재권 한양대 ERICA 로봇공학과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word 김광균 photo 김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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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교수님께서는 국내 대표적인 로봇공학자로 알려져 있는데요. 현재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는지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휴머노이드Humanoid(인간형 로봇) 관련 분야를 전공했습니다. 이족 보행 움직임도 연구하고 있지만 인간과 로봇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에 더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인간형 로봇과 함께 살아갈 세상을 꿈꾸며 연구개발과 상업화에 힘쓰는 중입니다. 인간형 로봇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인간형 로봇이 인간에게 편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궁극의 솔루션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디지털카메라, MP3 플레이어, 전화기를 따로 썼지만 스마트폰으로 통합되면서 혁신을 가져왔듯이 휴머노이드가 제2의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로봇산업은 그동안 산업용 로봇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면 최근 서비스용 로봇으로 중심이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과 흐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과거에 제조용 로봇은 사람과 동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안전상의 문제 때문입니다. 하지만 로봇이 인간에게 해를 가하지 않고 안전하다는 게 기술로 입증되면서 인증받은 로봇에 한해 인간과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습니다. 그렇게 되자 이제 서비스용 로봇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제도의 변화가 맞물린 것이죠. 이제 우리가 지금까지 상상해왔던 것을 실현해내고 있는 중입니다. 로봇은 인간이 하기 싫고 귀찮아하는 일을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인데 그게 어디 공장에서만 쓰이겠습니까. 일상생활에서도 역할이 많겠죠. 예전에는 상상만 했던 것들이 이제 기술과 제도가 뒷받침되면서 현실화되는 시대에 접어든 것입니다.
Q 서빙로봇이나 청소로봇 등의 등장으로 로봇이 점차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로봇의 역할과 종류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는데 어느 정도 수준까지 로봇의 역할을 생각해볼 수 있을까요?
기술적으로는 뭐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비용입니다. 현재로선 바퀴를 달아 움직이게 하는 정도면 상업적으로 수지 타산이 맞습니다. 특히 지난 11월 17일부로 ‘지능형 로봇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로봇이 보행자 지위를 얻게 되어 인도로 다닐 수 있게 됐습니다. 배송이나 물류 등도 로봇을 통해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죠. 내년에는 로봇으로 물건을 주고받는 것이 보다 자연스러워지는 해가 되리라고 예상합니다. 로봇에 대한 인식도 훨씬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이고요. 로봇과 함께 거리를 다니는 세상이 올 것이고 좀 더 다양한 상상이 가능해질 겁니다.
Q 로봇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꼽히고 있고, 세계적으로도 로봇산업에 대한 투자와 기술력 축적 및 시장 선점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로봇 관련 기술개발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업들은 계속 성장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성장 동력이 있어야 해요. 현재 많은 시도가 이뤄지는 것을 보면 기업들이 로봇을 차세대 동력으로 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로봇 시대가 오고 있다고 판단하는 거죠. 실제로 인공지능AI이나 로봇 부품·소재 기술이 크게 향상되기 시작했어요. 수익을 낼 수 있는 단계까지 왔고요.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기업들이 블루오션을 차지하기 위해 투자에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자본이 움직이는 곳이 곧 미래라고 볼 수 있겠죠.
Q 서비스용 로봇의 경우 현재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과연 어느 수준까지 성장할 수 있으리라 전망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서비스용 로봇 시장 규모는 통계에 따라 다르지만 이제 조 단위는 넘어갔습니다. 중요한 건 성장률입니다. 연간 성장률이 20%를 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기술이 한 해 20%씩 꾸준히 성장할 수 있을까요? 이처럼 성장률이 높은 신기술이라면 주목할 만한 거죠. 2030년이 되면 100조 원이 넘는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서비스용 로봇뿐 아니라 협동로봇, 제조용 로봇까지 더하면 시장 규모는 훨씬 큽니다. 서비스용 로봇과 제조용 로봇 등 전체 로봇 시장은 이차전지와 비슷한 규모로 성장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21년 로봇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로봇산업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2.5% 증가한 5조6083억 원이었다. 이 가운데 산업용이 2조8740억 원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으며, 서비스용 로봇은 9076억 원을 기록했다. 또한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따르면 전 세계 로봇 시장 규모는 2021년 332억 달러(약 44조1000억 원)로 추산된다.
Q 서비스용 로봇의 기술력은 현재 어느 수준까지 발전했으며, 국내 로봇산업의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판단하시나요?
바퀴로 이동시킬 수 있는 로봇의 경우 상업화 단계까지 쉽게 실현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기술이라는 것은 실현 가능 여부보다 얼마나 저렴하게 구현할 수 있느냐, 즉 비용 문제가 더 중요합니다. 로봇에 관절이 들어가는 순간 수지 타산이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렴한 비용으로 관절 필수 부품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사실 로봇은 부품·소재 산업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부족한 상황입니다. 우리 산업은 다른 국가에서 부품을 구입해 완제품을 만드는 형태입니다. 로봇산업도 그런 식으로 접근해왔는데 부품을 잘 만드는 나라에서 완제품까지 제대로 생산하면 경쟁력에서 뒤처지게 마련이죠. 일본, 독일, 스위스 등의 국가들이 원가경쟁력과 품질 우수성을 기반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AI를 중심으로 로봇산업을 활성화해 경쟁력을 갖게 됐습니다. 우리 정부도 부품·소재 기술개발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지만 좀 더 빠르게 따라잡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Q 서비스 로봇산업이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도약하거나 시장이 보다 활성화되려면 어떠한 요소가 전제되어야 할까요? 이를테면 기술개발, 비용 효율, 안전성 등의 측면에서 극복해야 할 점이 있을까요?
상업적으로는 비용이 먼저고, 그다음이 콘텐츠입니다. 같은 로봇이라도 콘텐츠가 우수한 로봇이 매력적이죠. 물론 디자인도 중요하고요. 기술력이 비등한 수준이라면 콘텐츠 경쟁력이 중요해질 것이고, 사람의 감수성을 자극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직 먼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지금부터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가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요소도 이 부분이라 생각해요. 우리는 늘 자본과 규모 면에서 열세를 보였지만 이를 콘텐츠로 극복해왔거든요. 이를테면 로봇이 움직인다는 것은 굉장히 매력적인데 어떻게 움직이느냐 하는 점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동작을 구현해낸다면 그것이 곧 경쟁력으로 이어집니다. 로봇이 사람을 대할 때 친근감을 자아내는 동작, 표정, 대화는 물론 로봇이 이동할 때 사람을 얼마나 배려하는지 등도 콘텐츠의 영역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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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로봇이라도 콘텐츠가
우수한 로봇이 매력적입니다.
물론 디자인도 중요하고요.
기술력이 비등한 수준이라면
콘텐츠 경쟁력이 중요해질 것이고
사람의 감수성을 자극할 수 있는
콘텐츠가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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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로봇이라도 콘텐츠가 우수한 로봇이 매력적입니다. 물론 디자인도 중요하고요. 기술력이 비등한 수준이라면 콘텐츠 경쟁력이 중요해질 것이고 사람의 감수성을 자극할 수 있는 콘텐츠가필요하다고 봅니다.
Q 로봇 기술과 산업의 성장은 우리의 삶과 산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까요? 어떤 미래를 예상할 수 있을까요?
고용시장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고, 인간의 일이라 생각했던 영역이 점점 로봇의 일로 바뀌어 가겠죠. 이는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문제입니다. 논리적으로만 보면 로봇이 사람의 일을 하게 되니 일자리가 사라지고 실업자가 늘어난다고 볼 수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선 갈수록 일할 사람이 부족하고 일할 사람도 구하기 힘든 추세입니다. 저출생 문제가 심화되면서 생산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요. 오히려 서비스형 로봇이 인력난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와 더불어 로봇이 일상화될 때 로봇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태도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로봇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으로 인해 로봇을 적대시함으로써 안전사고나 재물손괴 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거든요. 로봇을 인간의 삶에 적극 받아들이고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Q 향후 국내 로봇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정책 지원도 절실할 텐데요.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우선 사회적으로 로봇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합니다. 그다음으로 시범 서비스를 잘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제도적으로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로봇을 상용화하려면 일정 기간 테스트를 해보고 문제점을 개선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제한된 공간에서 로봇을 사용해보고 문제점을 파악해 이를 개선하는 작업이 로봇 상업화의 마지막 단계거든요. 이 과정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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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권 교수와 학생들이 제작 중인 로봇 팔 일부를 살펴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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