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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라는 전설이 현실이 될 때
로봇과 함께해온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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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릴 적부터 미래에는 로봇과 함께하는 일상이 펼쳐질 거라고 배워왔다. 그리고 그 전망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그 일선에 서 있는 서비스 로봇. 어떤 과정을 통해 발전해왔을까?

word 이동훈(과학 칼럼니스트)

로봇의 어원은 노동을 의미하는 체코어 로보타Robota이다. 로보타는 일반적인 노동보다는 고역, 노역, 강제 노동 등 부정적인 느낌을 강하게 띤 노동을 지칭하는 말이다. 사실 이는 인간이 로봇에게 기대하는 바와도 부합한다. 인간이 로봇에게 시키고 싶어 하는 일은 어렵거나, 힘들고, 반복적이며, 지루하고, 직접 가기 힘든 곳에서 수행되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인간을 도와 이러한 일을 하는 로봇이 서비스 로봇에 대한 가장 대략적인 정의다.

서비스 로봇에 대한 엄밀한 기술적 정의는 아직 없다. 그러나 국제표준화기구에 따르면 ‘산업 자동화를 제외한 다른 용도에서 인간 또는 장비에 유용한 임무를 실행하는 로봇’이다. 그리고 국제로봇협회R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 IFR에서는 ‘완전 자율 운행뿐 아니라 일정 수준 인간의 제어 개입은 물론 인간의 완전 원격 조종까지도 가능한 로봇’으로 보고 있다. 즉 인간과 물리적으로 격리되지 않고,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인간과 직접 협동하면서 산업 생산(특히 제품 제조) 이외의 다른 활동을 하는 로봇을 서비스 로봇으로 분류하는 것이 학계 및 업계의 중론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서비스 로봇이라고 하지 않고 협동로봇RCollaborative Robot의 줄임말로 Cobot 또는 Corobot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인간과 협동하는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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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로봇은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직접 협동해야 하기에 유연한 상호작용안전이 핵심 기술로 꼽힌다. 사진은 요리로봇의 모습.
서비스 로봇의 특징은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직접 협동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서비스 로봇은 인간과 상호작용이 쉬워야 하고, 무엇보다 안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환자를 로봇팔로 들어 올려 운반하는 간호사 로봇을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로봇팔에 힘이 너무 약하면 환자가 자칫 로봇에서 떨어져 낙상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로봇팔에 힘이 너무 강하게 들어가면 환자에게 부상을 입힐 수도 있다. 장애물 감지를 포함한 센서 기능이 떨어지면 팔을 휘두르다가 본의 아니게 다치게 할 수도 있다. 게다가 인간은 기계가 아니어서 신체적·정신적 조건이 모두 다르다. 인간의 생활 및 근무 여건도 모두 다르다.
그러한 다양한 조건하에서 무리 없이 안전하게 제어되고 작동하고 협동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기업이 아닌 개인 소비자에게 쉽게 노출되고 판매되는 상품으로서 필요한 미학적 조건과 경제성 등 기술 외적인 부분도 갖춰야 한다. 이처럼 훌륭한 서비스 로봇을 만들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서비스 로봇은 어느새 우리의 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서비스 로봇의 탄생
사실 서비스 로봇이라는 개념이 애매하기 때문에 최초의 서비스 로봇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미 1950년대부터 원시적이나마 서비스 로봇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1954년 미국의 발명가 조지 데볼은 디지털 제어와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최초의 산업용 로봇 유니메이트를 만들었다. 이 로봇은 다이캐스팅die casting❶ 기계에서 막 뽑혀 나온 뜨거운 금속 사출물을 운반하는 작업에 투입되어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었다. 로봇이 산업 현장에서 인간 대신 힘든 일을 하기 시작한 신호탄이었다. 또한 1960년대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 다우니의 랜초 로스 아미고스 병원에도 장애인 환자를 돕는 로봇팔이 설치되었다. 하지만 이런 초창기 로봇은 현대적인 개념의 서비스 로봇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운용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크게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현대적인 서비스 로봇의 시작으로는 1996년에 개발된 ‘코봇Cobot’을 꼽는 견해가 많다. 이름부터 협동로봇을 의미하는 코봇은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의 교수인 에드워드 콜게이트와 마이클 페슈킨이 만들었다. 코봇의 미국 특허 문서에 따르면, 이 로봇은 “인간과 컴퓨터 제어식 다용도 머니퓰레이터manipulator❷ 간의 직접 물리적 상호작용을 위한 기구와 수단”으로 정의되어 있다. 코봇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1994년 제네럴모터스사가 자동차 제조 시 로봇 또는 로봇과 유사한 장비가 인간과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는 방식을 연구하게 되고, 이듬해 이를 구현하기 위한 연구 보조금을 두 교수에게 지급하면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처음부터 서비스 로봇이라는 분명한 목적을 갖고 만들어졌기에 코봇을 서비스 로봇의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중론이 된 것이다.
서비스 로봇의 덕목 중 하나는 함께 움직이는 인간에 대한 안전이다. 코봇을 포함한 초창기 서비스 로봇은 아예 동력을 인력으로 대체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로봇은 사람이 가하는 인력을 컴퓨터로 제어해 목적에 맞게 사용할 뿐이었다. 그러나 이후의 서비스 로봇에는 자체 동력이 들어가고 센서를 통해 사람을 인식해 위험한 동작을 막게 되었다. 콜게이트와 페슈킨 교수는 1997년 코보틱스라는 회사를 설립해, 자동차의 최종 조립에 사용되는 서비스 로봇을 생산하게 되었다.
  • ❶ ‘다이 주조’라고도 하며, 필요한 주조 형상에 완전히 일치하도록 정확하게 기계가공된 금형에 융해된 금속을 주입해 금형과 똑같은 주물을 얻는 정밀주조법이다.
  • ❷ 소재 또는 위험물 등을 접어서 이동시키거나 회전시키는 일을 멀리서 조작할 수 있는 집게 팔을 말한다.
애완로봇과 로봇청소기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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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일본 소니의 애완 서비스 로봇 아이보 출시 이후 다양한 애완로봇이 등장해 인간생활에 다양한 영향을 주었다. 사진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
1999년에는 또 다른 형태의 서비스 로봇, 즉 애완 서비스 로봇인 일본 소니의 ‘아이보’가 출시되어 큰 화제가 되었다. 아이보는 인공지능 로봇을 의미하는 ‘Artificial Inteliigence roBot’의 약자이면서, 동시에 단짝 친구를 의미하는 일본어 단어인 ‘相棒’의 발음이기도 했다. 강아지 모양으로 생긴 아이보는 실제 강아지처럼 인간과 상호 교류가 가능한 로봇 애완동물이었다. 인기는 실로 폭발적이었다. 초판이 불과 20분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2006년까지 총 15만 대가 생산되고 단종되었으며, 기술 지원도 2013년에 종료되었다. 그러나 기존에 아이보를 구입한 사람들 중 상당수가 마치 노견을 돌보듯 아이보의 수명을 조금이라도 더 연장시키려고 애쓰고 있다. 아이보가 ‘사망’하면, 즉 더 이상 고쳐서 작동시킬 수 없게 되면, 마치 사람이 죽었을 때처럼 그 ‘시체’를 신사에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사람도 있다. 후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투용 로봇을 운용하던 미군도 비슷한 일을 했다는 기록을 보면, 아이보는 인간이 로봇에게 지극히 큰 의미를 부여하고 친밀한 관계를 쌓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몇 년이 지난 2002년에는 오늘날까지도 로봇청소기의 대명사로 불리는 아이로봇의 ‘룸바Roomba’가 출시되었다. 당시 룸바는 탑재된 센서로 자신의 위치와 장애물(벽과 문턱 등), 청소할 오물 등을 모두 파악해 스스로 이동하며 청소하는 성능을 보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지금이야 지극히 당연한 성능이 되었지만 말이다. 이것을 기술적으로 해석하면, 로봇이 인간의 집이라는 지극히 불규칙적이며 변화가 심한 공간에서도 적응하고 기동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뜻이다.
인명구조와 비서 역할까지
2011년에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높은 방사능이 존재하는 사고 현장 등 인간이 활동할 수 없는 환경에서도 인명구조 등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서비스 로봇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미 국방부의 고등연구기획국DARPA은 2013년, 가장 뛰어난 인명구조로봇을 선발하는 대회인 DARPA 로보틱스 챌린지DRC를 열었다. 이 대회에 참가한 로봇들은 차량 운전, 험난 구간 돌파, 사다리 타기, 장애물 제거 등 인간 구조대원이 재난 현장에서 하는 활동을 해내야 했다. 그리고 이 대회에서 1위를 한 것은 우리나라의 카이스트KAIST에서 출품한 ‘휴보’였다. 이 대회는 여러모로 시사하는 점이 많다. 우선 한국 로봇 기술의 저력을 세계에 과시했다는 측면도 있다. 그리고 미 국방부의 대회 내용을 보면, 가장 뛰어난 인명구조로봇은 동시에 가장 뛰어난 전투용(즉 살상과 파괴 용도) 로봇도 될 수 있겠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기술은 양날의 검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대회였다. 2017년에는 MIT의 신시아 브리질 교수가 최초의 실용 소셜 로봇 ‘지보’를 개발해 발표했다. 로봇이라고 하면 흔히 혼자서 척척 돌아다니는 기계라는 선입견이 있다. 그러나 지보는 로봇 주제에 단 1cm도 이동하지 못한다. 대신 지보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간의 사회적social 소통 지원을 주기능으로 하는 서비스 로봇이다. 인간의 표정을 통해 감정을 읽고, 자연어로 대화할 수 있다. 의외로 다양한 목적으로 쓸 수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용도는 스마트 주택의 집사 내지는 비서 역할이다. 사용자에게 다양한 스케줄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알려준다. 집을 비워야 할 때는 사물인터넷과 연동해 가정의 보안 상태를 점검 확인하고, 이를 사용자에게 전달하며, 문제 발생 시 사용자 및 관계 당국에 신고를 할 수도 있다. 또한 집 밖을 벗어날 수 없는 노약자나 애완동물을 돌보는 기능도 탑재할 수 있다. 사진 촬영, 음악 및 동영상 재생 등의 엔터테인먼트 기능, 각종 교육 기능도 탑재할 수 있다. 지보 자체는 너무 비싼 가격이 주원인이 되어 2019년 일찌감치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러나 장차 보급될 스마트 주택의 관리자라는 선구적인 역할을 사람들에게 보여준 공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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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발전과 팬데믹으로 급성장한
서비스 로봇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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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전 세계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는 산업용 서비스 로봇만도 무려 50%가 증가했다. 바로 코로나19 때문이다. 엄청난 전염력을 지닌 전염병이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고, 동시에 생산 및 생활 현장에서 비대면 작업의 수요를 증가시켰다. 전염병에 걸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호흡을 통해 주변 공기 속으로 바이러스를 전파하지 않는 새로운 노동력, 즉 서비스 로봇이 큰 각광을 받은 계기였다.
그뿐만 아니라 로봇은 고장이 나거나 에너지가 떨어지지 않는 한 언제라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임금을 인상해 달라고 하거나 노동조합을 만들지도 않는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구석이 적다. 때문에 2020년대가 되자 서비스 로봇은 보다시피 우리의 삶 속으로 더욱 깊숙이 파고들었다. 식당만 가봐도 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하고, 로봇이 음식을 요리해준다. 박물관에도 큐레이터 로봇과 보안로봇이 있다. 제조 및 물류 현장에서는 자율이동로봇과 무인운반로봇 등이, 의료 현장에서는 방역 활동을 수행하는 소독로봇 등도 있다. 노인과 병자를 돌보는 돌봄로봇, 인간 대신 전투를 수행하는 국방로봇 등도 이제는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되었다.
그동안 전 세계 로봇 시장을 주도한 것은 인간과 다른 공간에서 일하는 산업용 로봇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들 서비스 로봇이 전체 로봇 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일례로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이 2021년 발표한 ‘서비스 로봇 시장 2026 글로벌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서비스 로봇 시장은 연평균 23.3% 성장하면서 지난 2021년 362억 달러에서 2026년 1033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서비스 로봇 시장의 활성화는 로봇 융합 기술의 발전과 서비스 이용 체계의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2022년 오픈AI가 챗GPT를 공개하면서 서비스 로봇의 지능화가 빨라지고 있다. 인공지능로봇에 거대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❸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로봇과 인간 간 실시간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이 더욱 수월해질 것이다. 기존 로봇 보급에 장애물로 여겼던 높은 도입 비용도 구독 서비스 등을 통해 타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로봇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서비스 로봇의 보급 활성화로 로봇 통합 운영 플랫폼의 개발 및 보급도 활발해질 것이다. 다만 서비스 로봇이 내재하고 있는 사생활 및 개인정보 침해 위험성, 그리고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일반인의 부정적 인식은 극복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 ❸ 데이터를 받아들여 그 안에서 문장 구조를 보고 문법 요소와 단어 등을 분석 및 파악하고 생성하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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