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잘 띄진 않지만 작은 물질 하나가 세상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효율을 높이고, 환경을 보호하는 친환경 플라스틱을 만들어내며, 한때 상상 속 기술이던 투명 망토를 현실로 만든다. 신소재를 ‘미래를 여는 열쇠’라고 부르는 이유다. 놀라운 변화를 이끄는 다양한 신소재 관련 책을 소개한다.
조용수 지음 / 교보문고 펴냄
우리는 참 다양하고 많은 물건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노트북부터 일하느라 앉아 있는 책상과 의자, 곁에 놓여 있는 화분, 음악이 흘러나오는 스피커, 메시지가 들어오는 휴대폰, 머리 위에서 빛을 내뿜고 있는 조명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 많은 물건을 이루는 기본 단위, 즉 ‘소재’로 시선을 옮겨보면 어떨까. 우리가 얼마나 다양한 소재의 혜택 속에서 살아가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다.
신소재공학 = 재료과학 + 재료공학
‘학문적으로’ 신소재공학 분야는 재료과학과 재료공학이 공존한다. 재료과학은 소재를 구성하는 원자나 분자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로부터 현상을 규명하는 분야다. 재료공학은
응용하고자 하는 특성을 분석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실제 공정을 연구하는 분야다.
<쓸모의 과학, 신소재>는 전자 세라믹스 분야 권위자인 조용수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가 쓴 책인데, ‘학문적’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 수식 없이 쉽게 풀어 쓴
대중서를 지향했지만 신소재공학이라는 학문의 본질을 깊이 있게 다룬다는 뜻이다.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신소재의 상식 수준을 벗어난 신기한 특성에만 주목하는 흥미 위주의 다른 콘텐츠와는 차별된다. 재료과학과 재료공학은 특히
비과학자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워서인지 대중서가 거의 없다시피 한데, 이 두 가지 학문을 동시에 접할 수 있는 보기 드문 교양서적이다. 신소재 연구의 근본 원리를
차근차근 이해할 수 있다.
살아남은 소재들의 조건
책은 크게 세 장으로 이뤄져 있다. 1장 ‘소재 이해의 시작’에서는 소재란 무엇인지, 지금껏 인류가 선택하고 활용해온 소재는 어떤 특성을 갖는지, 인류 역사를 이끈 과거
신소재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한다.
저자는 지금껏 활용해온 소재를 ‘살아남은 소재들’이라고 칭하는데, 절묘한 표현이다. 실험실에서 엄청나게 뛰어난 성능을 냈지만 일상생활에 쓰이지 못하고 사라진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살아남는’ 소재가 되려면 몇 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 한다. 이를테면 원료가 되는 물질을 쉽게 얻을 수 있어야 하고, 여러 의미로 강인해야 한다.
2장 ‘주변의 소재 이야기’는 좀 더 본격적이다. 원자 간 결합 원리와 고체에서 물질이 이동하는 원리, 전자가 위치하는 곳과 에너지 밴드 등 소재 특성과 관련한 기초학문을
설명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세라믹과 금속, 폴리머, 한계를 뛰어넘는 최근의 복합 재료와 반도체, 나노 소재, 탄소 소재 등의 특성과 원리를 설명한다.
놀라운 점은 우리 주위에서 사용되는 모든 소재의 구성 물질이 천연에 존재하는 겨우 94개의 다른 원소들의 조합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이다. 가능한 조합을 단순 계산하면 아주
많겠지만 실제로 지구상에서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화합물은 그 조건이 까다로운 데다, 더욱이 경제적으로 생산 가능하고 어딘가에 쓸모가 있어야 ‘살아남는’ 소재가 될 수
있다. 요컨대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소재들은 인류의 까다로운 검정 기준을 통과한 결과물이다.
소재의 한계가 곧 기능의 한계
3장 ‘반응하는 소재의 세계’에서는 훨씬 역동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전기와 열, 힘에 반응하는 소재, 자석이 되거나 빛을 이용하는 소재들의 원리를 두루 알 수 있다.
소재가 기여하는 에너지 산업과 미래 소재로의 진화 조건까지 개괄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어쩌면 우리가 원하는 모든 새로운 기능은 소재 개발로만 해결 가능할지도 모른다. 소재의 한계가 곧 부품의 한계이고, 완제품의 한계이자 기능의 한계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더
가볍고 충격에 잘 버티는 노트북, 더 오래 지속되는 배터리 등은 신소재 개발과 선택에 따라 거듭 개선되고 있는 기능이다. 그것이 바로 공학자들이 원천 소재 개발에 매진하는
이유다.
#신소재공학 #재료과학 #재료공학 #살아남은_소재들
사토 겐타로 지음 / 송은애 옮김 / 북라이프 펴냄
시대가 원하는 재료가 등장한 순간들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이란 베스트셀러로 잘 알려진 일본의 과학 전문 칼럼니스트 사토 겐타로의 후속작이다. 이 책에서는 금, 도자기, 콜라겐,
철, 종이, 탄산칼슘, 비단, 고무, 자석, 알루미늄, 플라스틱, 실리콘 등 인류 문명에 큰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물질 12가지가 각각 어떻게 발견됐는지,
어떻게 세계를 연결하고 바꾸었는지를 꿰뚫는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해박한 역사적·과학적 지식을 긴밀하게 연결한 스토리텔링이 돋보인다.
저자는 “문명이 한 단계 위로 나아가려면 다양한 요인이 필요한데 훌륭한 신소재는 다른 요인보다 출현하기가 극히 어렵기에, 시대가 원하는 재료의 등장이 바로
세상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기 위한 결정타”라고 말한다.
#세계사 #신소재 #스토리텔링

정완상 지음 / 성림원북스 펴냄
고대 연금술에서 폴링의 양자화학까지
신소재와 신약 등을 개발하려면 화합물의 구조와 화학반응을 이해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양자역학의 원리를 이용해 원자나 분자의 성질을 설명하는 화학의
한 분야, 바로 ‘양자화학’이다. 1931년 미국 화학자 라이너스 폴링이 양자역학 원리로 메테인의 화학결합을 설명하는 첫 논문을 발표하면서 양자화학이
창시됐다. 이 공로로 그는 1954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노벨상 수상자들의 오리지널 논문으로 배우는 과학’ 시리즈 중 한 권으로, 정완상 국립경상대 기초과학부 교수가 폴링의 논문을 쉽게 풀어냈다. 신소재
개발과 관련한 기초적인 원리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자.
#라이너스폴링 #양자화학 #메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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