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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표보다 물음표를 달면
더 잘 보이는 ‘탄소중립’
송철한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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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지구‘가열화’다. 과연, 기술이 탄소중립의 방향을 정립하고 길을 제시할 수 있을까.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송철한 교수에게 그 답을 물었다. 송 교수는 그에 앞서, 탄소중립의 전제 조건부터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word 임지영 photo 이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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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한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교수
주요 전공 분야는 초미세먼지와 오존 예보 모델링 시스템 개발.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문제 등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Q 올해 초에 발간한 책 <과학을 기반으로 살펴보는 초미세먼지, 기후변화, 그리고 탄소중립-우리는 왜 세 문제를 함께 생각해야 하는가>에 담긴 뜻은 무엇인지, 어떤 배경에서 집필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초미세먼지는 대기오염물질임과 동시에 매우 중요한 기후변화 유발 물질입니다. 동시에 우리가 에너지 전환을 거쳐 재생에너지 사회로 진입하게 되면 이산화탄소와 함께 연소공정에서 공배출共排出되는 만큼, 상당 부분 사라지게 될 물질이기도 하지요. 따라서 에너지 전환 사회가 이루어지면 탄소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초미세먼지 농도도 크게 줄어들게 됩니다. 이렇게 이들 세 주제는 매우 밀접하게 서로 연계·연관되어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오피니언리더나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일반 시민은 탄소중립과 초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얼마나 정교한 ‘과학적 사고’를 하고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현재 사회에서 유통되고 있는 여러 주장에는 비과학적 오류와 비이성적 사고가 엿보입니다. 책을 통해 그런 주장의 한계를 과학적 시각에서 밝혀보고 싶었습니다.
Q 그렇다면 과학적인 측면에서, 2030년 온실가스감축 목표달성과 2050년 탄소중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시나요?
우리나라의 2030년 국가 온실가스 환산 배출량 감축목표가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입니다. 2030년이면 이제 6년밖에 남지 않았죠. 2018년 배출량이 대략 7억2000만 톤이었습니다. 여기서 40%면, 2030년까지 4억3000만 톤으로 감축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죠. 그런데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 추정치가 대략 6억5000만 톤입니다. 그럼 6년 동안 2억2000만 톤을 감축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이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거죠. 물론 현재 과학기술이 발전하는 양상으로 미루어보아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과학자로서 확실한 사실에 기반해 답하자면 마냥 고개를 끄덕일 수만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Q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교수님은 어떤 입장이신가요?
재생에너지에 대해서는 100% 찬성합니다. 다만 현실적인 제약을 무시할 수가 없죠. 우리나라에서 재생에너지를 현실화했을 때, 어떤 문제점과 한계가 있는지에 대해서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부터 막대한 투자를 한다 해도 2050년 무렵에 필요한 전력을 전부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수 있느냐, 그건 불가능하다고 봐요. 그렇다고 목표 달성을 위해 원전으로 탄소중립을 이뤄야 할까요? 물론 원전은 2022년 EU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에 포함된 그린에너지로써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최종적인 목표인 재생에너지로 가야할 것입니다. 또 그렇다고 재생에너지 공급 비율을 늘리고자 무작정 확대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무엇보다 실현 가능한 전략과 대책을 세워 차근차근 실천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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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한 교수 연구실에 설치된 초미세먼지와 기후변화 연구를 위한 대규모 연산 시설.
이를 통해 대기오염과 기후변화를 파악하고 관련 데이터를 축적한다.
Q 전 세계가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최고의 탄소중립 선진국은 어디인가요?
당연히 EU입니다. 책에도 썼는데, 특히 노르웨이 같은 나라는 2030년에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어요. 6년 후면 탄소중립이 되는 거지요. 그런데 탄소중립의 조건은 국가마다 달라요. 우리는 좁은 땅덩어리에 5200만 인구가 살고 있어요. 재생에너지만 가지고 탄소중립을 실현하기가 어려운 조건이지요. 노르웨이의 경우 땅은 큰데 인구는 500만 명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남서부가 피오르 지형이라 수력발전 조건이 굉장히 좋아요. 수력발전으로 이미 96% 탄소중립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부러울 따름이지요.
Q 영화 <설국열차>를 보면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냉각제를 분사했는데, 너무 많이 뿌려 지구가 꽁꽁 얼어버리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실제로 냉각제로 지구 온도를 낮추는 게 가능할까요?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젠Paul J. Crutzen이라는 화학자가 실제로 그렇게 주장한 바 있어요.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지면 성층권에 설페이트sulfate(황산염) 성분의 초미세먼지를 뿌리자고요. 역설적이죠. 지구온난화 해소를 위해 초미세먼지를 뿌리자니 말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탄소중립이 되면 대기질은 깨끗해지고 지구온도는 낮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니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온실가스 순배출량이 0이 되는 ‘카본 뉴트럴’이 달성되더라도, 지구온도는 더 낮아지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대기 중에서 초미세먼지의 ‘지구 냉각효과’, 바로 황산염 등의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이지요. 우리 모두가 조심해서 살펴봐야 할 대목입니다. 또한 탄소중립 혹은 카본 네거티브도 좋지만, 탄소중립을 향한 로드맵은 과연 이 모든 것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방향이든 세부든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그것부터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탄소중립으로의 첫발을 뗄 수 있습니다.
Q 탄소중립에 한발 가까워지는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기술이 있다면요?
우리는 탄소중립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현 상황을 뭉뚱그려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기술의 수는 무궁무진합니다. 그리고 그 기술 하나하나를 수년 또는 수십 년 연구하는 분들이 계시죠. 예를 들어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이나 태양광 발전만을 평생 연구하시는 분들도 많지요. 건물 난방과 냉방을 위한 열펌프 기술도 중요하고요. 물론 제가 각 기술의 디테일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지는 않습니다. 좋은 기술이 많겠지만 잘 모른다는 것을 전제로 말씀드리면, 당연히 풍력이나 태양광발전에 관심이 큽니다. 풍력발전의 경우 제일 중요한 게 터빈 기술과 블레이드 기술이니까, 그 분야에 혁신적인 기술 발전이 이뤄지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Q 마지막으로 탄소중립과 관련해 국민들이 꼭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해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를 하셨으면 합니다. 탄소중립, 기후변화, 초미세먼지 문제가 바로 그런 주제일 수 있죠. 과학적 사고의 기본은 ‘질문’하는 것입니다. 탄소중립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하고 질문해보세요. 아마도 언론이나 유튜브 등에서 주장하는 것과는 다른 답을 얻을 수도 있을 겁니다. 탄소중립에 도달하면 지구의 온도가 곧바로 떨어질까? 앞서 설명했듯 꽤 오랫동안 지구 온도는 더 상승하려는 경향을 보일 겁니다. 제가 ‘탄소중립의 역설’이라고 말하는 부분이지요. 지구온난화를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분도 이런 부분은 잘 모르거나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피엔스>로 유명한 작가 유발 하라리의 말처럼 스스로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무지하다’는 겸손에서 출발해서 부단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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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공급 비율을
높여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실현 가능한 전략과
대책을 세워 차근차근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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