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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연결되는 똑똑한 집,
스마트홈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의 신기술이 발전하면서 집 안 생활을 더욱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발명품이 등장했다. 바로 스마트홈이다.
스마트홈은 먼 미래의 가상현실이 아니다. 이미 우리 삶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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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기업의
스마트홈 서비스
삼성전자

스마트싱스 홈 라이프를 통해 홈 서비스 제공. 빅스비 음성서비스를 이용해 대화형식으로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다양한 기기 조작

LG전자

스마트홈 플랫폼 LG 씽큐를 운영 중이며, 해당 앱을 이용해 휴대폰으로 가전제품과 집안 곳곳 기기 제어 가능

KT

2017년 기가지니 기반 AI 아파트 서비스 출시했으며 AI 아파트 서비스가 적용된 아파트는 음성으로 조명, 난방, 가스밸브, 엘리베이터 등 제어 가능

SK텔레콤

‘NUGU 스마트홈’ 시스템을 제공, 스마트폰 앱으로 홈네트워크와 가전 기기 제어 및 활용

바쁜 일상을 마치고 돌아온 당신에게 집이 말을 건다.
“오늘도 수고하셨어요. 뜨거운 물을 받아놨으니 우선 씻으세요.
날씨가 추워져서 저녁은 따뜻한 된장찌개를 준비하려고 해요.
식사 후 쉬실 때 가벼운 코미디영화를 추천해드릴게요. 그럼 좋은 밤 되세요!”

집은 휴식처이자 안식처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나만의 케렌시아Querencia1될 집에 들어가서도 현대인의 바쁜 일상은 멈추지 않는다. 끼니를 챙겨 먹을 걱정도 잠시 방구석은 왜 이렇게 지저분한지 청소, 요리, 빨래 등 집안일을 하다 보면 하루가 또 저문다. 집 안에서 벌어지는 이 모든 귀찮은 일에서 당신은 곧 해방될 전망이다. 첨단기술이 당신을 돌보는 ‘스마트홈Smart Home’을 통해서다.
  • 1 스페인어로 피난처, 안식처 등을 의미한다.
일상생활을
더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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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홈이란 첨단기술을 활용해 인간의 일상을 더욱 편리하고 효율적이며 안전하고 쾌적하게 만들어주는 주거 환경을 가리킨다. 쉽게 얘기하자면 당신의 삶의 질을 높이고 윤택하게 하기 위해 각종 기술 시스템, 자동화 프로세스, 원격제어 기기 등을 아파트나 주택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스마트홈이 주목받는 이유는 제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빅데이터, 로봇공학 등 첨단 지능정보 기술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들 첨단기술이 스마트홈을 구현하기 위해 집 안으로 모여들면서 눈부신 발전이 예상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스마트폰으로 집 밖에서 실내 환경을 제어하는 수준에도 만족했는데, 이제는 나를 위해 알아서 실내 환경을 조절해주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스마트홈이 미래의 주거 핵심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기업들은 치열한 주도권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아마존과 구글, 애플,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 세계 내로라하는 정보통신 기업과 가전사들이 모두 스마트홈 시장에 뛰어든 상황이다. PC, 인터넷, 스마트폰 등이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펼쳐질 스마트홈 쟁탈전의 결과에 따라 전 세계 기업의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
실제 세계 스마트홈 시장은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레시던스 리서치가 올해 2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00억 달러(약 108조 원)였던 세계 스마트홈 시장은 올해 20% 이상 성장해 980억 달러를 넘어서게 된다. 글로벌산업 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에도 스마트홈 시장은 성장에 속도를 붙여 10년 뒤인 2032년에는 5800억 달러(약 79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신을 만족시키기 위한
기술적 팀워크
스마트홈은 집 안 곳곳에 스마트 기기를 설치하고 네트워크로 서로 연결해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며 각종 생활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마트홈은 기술적으로 센서, 컨트롤러, 네트워크, 스마트홈 기기, 사용자 인터페이스, 플랫폼으로 구성된다. 당신을 만족시키기 위해 이들은 어떤 역할을 담당하며 기술적 팀워크를 이루고 있을까?
집이 똑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거주하는 사람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를 알아야 한다. 거주자가 처한 환경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 ‘센서Sensor’다. 예를 들어 센서로 움직임을 파악해야 조명을 켜주거나 꺼줄 수 있고, 온도를 알아야 보일러나 에어컨을 작동해 최적의 실내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스마트홈에는 다양한 센서가 사용된다. 온도, 습도, 조도 등 센서를 활용해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고, 화재, 가스, 방범 등 센서를 활용해 거주 안전을 도모하며, 지문 인식, 검침, 동작 감지 등 센서를 활용해 생활 편리를 높이고, 공기질, 수질, 원격진료 등 센서로 거주자의 건강을 뒷받침한다. 스마트홈 발달로 센서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는데, 매년 1조 개의 센서를 사용하는 트릴리온Trillion 센서 시대가 눈앞에 도래한 상황이다.
센서에 의해 감지된 환경정보와 사용자의 니즈를 바탕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일은 ‘컨트롤러Controller’가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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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스마트폰과 아파트의 월패드, TV 등 사용자가 직접 명령을 입력하는 컨트롤 디바이스 중심이지만, 지능 정보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정보를 분석하고 판단해서 조치하는 AI 컨트롤러로 발전하고 있다.
AI 컨트롤러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방식으로 구현된다. 머신러닝이란 인간이 학습하는 것처럼 경험적 데이터를 입력해 학습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지식을 얻어내는 AI 분야다. AI가 데이터 분석을 통해 당신이 처한 다양한 상황을 이해하게 되면서 다음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고 최적의 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다.
센서에 의해 취득된 정보를 파악하고 컨트롤러가 내린 명령이 스마트 기기에 실시간으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Network’가 필요하다. 네트워크는 다루는 정보의 양과 연결 특성을 고려해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선택하는데, 스마트홈에는 무선 네트워크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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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 네트워크의 표준인 와이파이WI-FI는 속도가 빠르고 도달거리가 길지만 전력 소모가 많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근거리 무선통신 표준인 블루투스Bluetooth나 지그비Zigbee, Z-웨이브Z-Wave, 스레드Thread 등은 전력 소모가 훨씬 적어 상시 대기해야 하는 스마트홈 기기에 활용하기 유리하다. 하지만 짧은 거리에서 소용량 정보만 전달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주어진 상황에 맞는 최적의 서비스를 사람에게 제공하는 역할은 ‘스마트홈 기기’들이 담당한다. 스마트라는 단어가 결합된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청소기, 공기청정기, 현관 도어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이들 스마트홈 기기들은 컨트롤러나 자체 AI에 의해 알아서 편리하게 작동된다.
얼마나 다양한 스마트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는 결국 스마트홈 기기의 종류에 달려 있다. 스마트홈의 발전과 함께 스마트홈 기기는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영상, 음향, 주방, 환경 등 지능형 가전부터 건강관리, 이미용 등 홈 헬스케어 제품, 홈네트워크와 주거 안전 관련 제품, 홈 에너지 기기 등이 출시돼 있다.
스마트홈은 사용자가 직접 명령을 내리기 위해 ‘사용자 인터페이스’도 필요하다. 사용자 인터페이스로 주로 사용되는 것은 스마트폰의 모바일앱과 AI 스피커다. 특히 AI 스피커는 다른 일을 하면서도 쉽고 간단하게 음성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마존의 알렉사, 애플의 시리, 구글의 어시스턴트, 삼성의 빅스비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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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인터페이스로 주요 사용되는 것은 스마트폰의 모바일앱과 AI 스피커다. 대표적으로 구글의 어시스턴트(왼쪽), 애플의 시리(오른쪽), 삼성의 빅스비 등이 있다.
플랫폼 경계 허물고
확산으로
스마트홈을 구현하려면 다양한 스마트홈 기기와 센서를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다양한 스마트홈 기기를 등록하고 관리하고 사용하기 위해 정한 통합적인 정보처리 표준 체계와 작동 체계를 ‘플랫폼Platform’이라 한다. 플랫폼 기술은 스마트홈을 구성하는 다양한 기기에 모두 사용해야 하므로, 대부분 컨소시엄 형태로 제휴한 업체들이 모여 플랫폼 기술을 개발한다.
문제는 플랫폼 안에서 서로 잘 통하기 위해 정했던 약속이 플랫폼 바깥에선 서로를 단절시키는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플랫폼에 사용되는 스마트 기기들이 연동되지 않으면서 스마트홈 대중화의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 기기 하나는 한국어를 사용하는데 다른 기기는 독일어를 사용해 서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결국 스마트홈 플랫폼을 개척했던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서로 연결하려는 노력이 진행됐다. 그 결과 아마존과 애플, 구글, 삼성 스마트싱스는 글로벌 표준 연합CSA과 함께 스마트홈 연결 표준인 매터Matter를 2022년 10월 발표했다. 매터는 비유하자면 한국어와 독일어를 사용하는 스마트 기기들이 모두 알아듣는 공용어인 영어를 개발했다고 이해하면 된다.
매터의 핵심은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된 오픈소스 프로토콜이라는 점이다. 덕분에 많은 스마트홈 기업이 통합 프로토콜의 등장을 지지하며 합류해 가입 기업 수가 500개를 넘어섰으며 매터 중심 생태계 확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가정에 스마트홈을 구축할 때 제품에 매터 로고가 표시되어 있으면 호환에 문제없이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플랫폼 경계를 허무는 매터의 등장으로 스마트홈은 플랫폼 비즈니스 관점에서 성장할 강력한 기반을 갖추게 됐다. 애플의 앱스토어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가 개발되고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된 것처럼 스마트홈도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상품이 개발되고 거래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할 전망이다. 특히 21세기의 연금술로 불리는 매시업Mashup을 통해 콘텐츠와 서비스를 조합해 새로운 응용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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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재 과학칼럼니스트
어려운 과학기술을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글을 쓰는 과학 칼럼니스트다. 서울대학교 자연대학에서 분자생물학을 공부하고 같은 대학 환경대학원에서 도시 및 지역 계획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동아사이언스가 발행하는 <과학동아> 기자를 거쳐, 한국과학창의재단이 발행하는 <사이언스타임즈>에서 기자와 편집장으로 일했다. 지은 책으로 <아파트 속 과학>, <인간복제의 시대가 온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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